선두업계, CES서 미니LED TV 공개 집중
도쿄올림픽 연기에 8K 콘텐츠 역부족 지속 문제
높은 가격대도 진입장벽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시사저널e=윤시지 기자] 세계최대가전쇼(CES)에서 8K TV 마케팅이 사라졌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TV 업계는 지난 2년간 8K TV 마케팅에 집중했는데 올해는 다르다. 삼성전자는 미니‧마이크로LED TV 등 패널과 백라이트를 개선한 신제품을 선보였고, 이를 따라 중국 TCL, 하이센스 역시 독자 TV 신기술을 강조했다. OLED TV 대표주자인 LG전자도 견제하기 위해 미니LED TV로 맞수를 두는 데 집중했다.

CES는 그해 TV 신제품 마케팅이 집중되는 곳이다. CES에서 8K TV 마케팅이 사라지고 이미 1년가량 연기된 도쿄올림픽에 대한 흥행 기대감도 저조해 8K TV 시장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3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CES 2021에 참가한 주요 TV 제조사들 가운데 8K TV 신제품을 프레스 컨퍼런스나 가상전시관 전면에 내세운 업체는 중국 스카이워스와 소니 정도다. 스카이워스는 컨퍼런스를 통해 올해 60~70인치대 8K LCD TV를 출시해 제품군을 확대하고, 8K 콘텐츠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자체 8K 촬영 카메라를 제작한다고 밝혔다.

◇8K TV 라인업 늘어도...'콘텐츠'가 장벽

삼성전자는 2018년 8K 제품 공개 이후 지난해까지 지속적으로 제품군을 늘려왔다. LG전자 역시 2019년 8K OLED TV를 CES에서 공개하며 맞불을 놨다. 2019년 양사는 8K 기준을 두고 논박도 벌였다. 후발업체인 TCL, 하이센스, 샤프와 소니도 지난해 CES를 통해 일제히 8K TV 제품군을 대폭 늘리며 홍보전에 열을 올렸다.

올해 CES TV 마케팅 중심은 미니LED LCD TV가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TV 기술을 소개하는 퍼스트룩에서 가정용 마이크로LED TV와 미니LED 백라이트를 탑재한 네오QLED TV를 강조했고, LG전자 역시 휘도가 개선된 OLED 에보와 미니LED가 탑재된 QNED TV 공개에 집중했다. TCL도 미니LED를 탑재한 OD(Optical distance) 제로 미니LED TV를, 하이센스는 독자 기술을 적용한 레이저 TV와 미니LED를 탑재한 ULED TV 제품군을 강조했다. 8K 기술에 대한 언급은 이미지 프로세싱과 AI 기반 통합칩 개발 계획을 밝힌 정도다.

일각에선 TV업계가 지난 2년 간 시도한 8K TV 마케팅 전략이 효과를 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3000달러대 이상의 높은 제품 가격대가 진입장벽인데다가 아직까지 8K 본연의 화질을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현저히 부족한 점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8K 업스케일링 기술만으로 소비자 구매 욕구를 충족하기 어렵다는 소리다. 8K TV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2억2000만대 규모의 전체 TV 시장에선 1%에도 못 미치는 비중이다.

그나마 지난해 도쿄올림픽에 대한 기대감도 코로나19 장기화로 한풀 꺾인 모양새다. TV 업계선 도쿄올림픽이 8K 방송으로 송출되면서 홍보 효과와 함께 콘텐츠 확대 기회가 될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그러나 코로나19 장기화로 올림픽이 1년가량 연기된 상태에서 이마저도 불투명해지면서 TV업계가 마케팅 전략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도쿄올림픽이 8K 시장을 조금 더 빠르게 열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고 봤지만 현 상황으로서는 올림픽이 연내 개최된다고 해도 시장에 줄 영향은 사실상 없다고 본다”면서 “프리미엄 시장이 아닌 전체 TV 시장을 두고 보면 2014년 시작된 4K TV 점유율도 아직 과반을 넘지 않은 수준이라 올해 마케팅 중점은 미니LED로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삼성, 8K‧마이크로LED 공백…믿을 건 '미니LED TV'뿐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 이후 지속적으로 8K 콘텐츠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협력 생태계인 8K 연합 규모를 올해 초 기준 27개사로 확대하고 8K 해상도 영화 제작을 지원했다. 여기에 갤럭시 스마트폰까지 8K 동영상 촬영 기능을 도입하면서 8K 해상도 영상 콘텐츠 생태계를 꾸려가기 위한 시도를 했다.

그러나 전자업계선 디스플레이 기술이 앞서가도 방송 장비 등 여러 인프라가 따라가야 하는 상황을 여전히 지적한다. 8K로 볼 수 있는 콘텐츠 없이 업스케일링 기술만으로 홍보하기엔 역부족이란 설명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미니LED 백라이트를 탑재한 네오QLED TV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TV 제품군 새판을 짜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차세대 프리미엄 전략으로 추진하는 가정용 마이크로LED TV는 1억원대 안팎의 초고가 제품으로, 대중적인 프리미엄 시장에 자리잡기 어렵다. 올해 처음 출시되는 110인치 마이크로LED TV 해상도는 4K급이다. 해상도가 올라가면 바로 생산원가로 직결되는 마이크로LED 디스플레이 특성상 8K 출시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기존 제품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TV 판촉을 확대하기 위해 미니LED TV가 적격이었다는 소리다.

시장에선 올해 중국 신공장 가동 효과로 초대형 LCD 패널 생산 가격이 인하될 경우 8K TV가 본격적으로 판매 확대될 가능성도 나온다. 컨설팅업체 딜로이트는 8K TV 평균판매 가격이 2018년 5500달러 수준에서 올해 3300달러대로 떨어질 것으로 관측했다. 4K 패널과 8K 패널의 생산원가 차이가 줄어들수록 65인치 이상 초대형 제품을 중심으로 8K 판매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