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LGD·JDI 투자 지원처럼 대만 부품업체 전략 육성
차세대 미니LED, 수율 개선 통해 원가 하락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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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대 아이패드 프로 이미지 /자료=애플 홈페이지 캡처

[시사저널e=윤시지 기자] 애플이 새해 신형 아이패드 프로 등 일부 상위 모델에 미니LED 백라이트를 탑재한 액정표시장치(LCD) 디스플레이를 채용한다. 단기적으로는 디스플레이 사양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지만 장기적으로 마이크로LED 등 차기 디스플레이 기술을 독자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국내 패널업계가 스마트폰을 넘어 노트북과 모니터 분야까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한국산 부품 수급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전략이란 분석이 나온다.

4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애플이 대만 에피스타 등 미니LED 관련 부품 협력업계에 약 6000억원 이상 규모의 설비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태블릿 등 IT기기 디스플레이용 미니LED와 마이크로LED 전용 생산 설비 확보 전략으로 읽힌다.

전자부품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올 상반기 출시하는 신형 아이패드 프로 모델에 미니LED 백라이트를 탑재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새로 출시할 아애프드 프로 디스플레이 크기는 12.9인치다. 애플은 아이패드를 시작으로 맥북 프로 등에 미니LED 적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미니 LED는 기존 LCD 디스플레이를 개선했다. 기존 LCD에 탑재된 LED 백라이트보다 더 작은 크기의 LED를 탑재해 휘도와 명암비를 끌어올렸다. 다만 LED 칩 크기는 줄고 개수는 늘면서 디스플레이 제조원가가 올라간다. 시장에선 애플이 신형 아이패드에 약 1만개의 미니LED를 탑재하면서 백라이트 모듈이 원가 비중의 60% 이상을 차지하게 될 것으로 추정한다. 

애플의 디스플레이 사업 전략을 두고 시장에선 여러 해석이 나온다. 단기적으로는 아직까지 미니LED가 OLED 대비 제조원가가 낮을 것이란 전망이 이유로 꼽힌다.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스 연구원들은 최근 애플이 내년까지는 OLED를 탑재한 아이패드 출시 가능성을 낮게 보는 보고서를 내놨다. 시장에선 실제로 OLED가 탑재되더라도 상위 일부 모델에 제한적으로 탑재되고 대규모 물량이 풀리는 보급형 모델엔 미니LED를 탑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각에선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업계 의존도가 높은 OLED 외에 차기 디스플레이 기술을 자체적으로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분석한다. 애플은 과거 일본 JDI 등 협력사에 설비 투자를 단행하면서 LCD 기술을 주도한 가운데 공급사를 다각화하면서 수급 안정과 원가 절감을 지속해왔다. 그러나 아이폰11 시리즈 이후부터 OLED 채용 비중을 확대하면서 국내 패널 업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애플은 지난 2년 간 삼성디스플레이에 총 2조원 규모의 보상금을 지불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초 계약 대비 OLED 패널 물량을 적게 발주하면서 위약금을 물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단순히 미니‧마이크로LED의 기술적 강점에만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차기 디스플레이 기술을 독자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에 가깝다”면서 “스마트폰 세대 변화를 통한 기술 경쟁을 주도하려 하기 위한 투자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는 미니LED 투자를 기반으로 차세대 마이크로LED 디스플레이를 선제적으로 도입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라는 분석도 나온다. 마이크로LED는 미니LED 기술과 달리 더 작아직 LED 소자를 화소로 쓰는 기술이다. LED 크기가 100마이크로미터 수준으로 작아지면서 웨어러블 기기에 탑재될 가능성이 높다. 

김영우 한국광기술원 연구원은 “미니LED BLU를 적용한 아이패드 등 제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대만 업체들과 협력 개발을 해왔으며, 이를 통해 미니LED를 넘어 향후 스마트 글래스 등에 탑재하기 위한 마이크로LED 사업까지 확장하기 위한 발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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