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LED, 100인치 이하 제품도 억대 호가 전망
2~3년간 미니LED TV 전략 강화 전망도···제조원가 절감 유리
[시사저널e=윤시지 기자] 삼성전자가 마이크로LED를 TV 사업의 한 축으로 내세웠지만 적어도 앞으로 2년 동안은 대량 생산이 어려워 보급이 더딜 것이란 전망이다. 해상도가 높아질수록 제조원가가 급격히 올라가는 특성상 당분간 소비자가 구매하기 어려운 초고가 제품이지만 이마저도 출시가 늦춰진다. 대신 삼성전자는 미니LED TV로 신제품 전략을 바꿨다. 미니LED TV는 기존 양산 설비와 기술을 활용해 원가 효율화에 속도를 낼 수 있어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올랐다.
11일 전자유통업계는 사실상 삼성전자가 올해 안으로 당시 공개한 마이크로LED 모델 4종의 전 제품군을 일제히 출시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생산라인을 통해 주문 제작 방식으로 상업용 마이크로LED 디스플레이를 양산해왔다. 지난해 기준 연간 생산량은 1000대 미만 수준으로 아직까지 범용 제품으로 B2C 시장까지 진출하기엔 양산 설비가 부족하다는 평가다.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사장은 올초 미국 라스베이거스 가전쇼(CES)를 통해 75‧88‧93‧110인치 크기의 가정용 마이크로LED TV를 공개하고 올 하반기 출시를 공언한 바 있다.
전자업계는 대량 생산을 위해선 칩을 대량으로 옮겨 심는 전사 기술과 불량 화소를 찾는 검사 기술은 물론, LED 광원 자체도 고품질로 대량 양산할 수 있는 신규 설비가 필요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에 가정용 제품으로 출시되는 100인치 이하 제품도 주문 제작 방식으로 생산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연내 출시한다는 기존 계획에서 변한 것은 없지만 아직 출시 모델이나 일정은 확정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대량 생산이 어렵다보니 보급형 제품이라도 가격은 억대를 호가할 가능성이 높다. 마이크로LED 디스플레이 모듈 16개를 붙여 쓰는 4K 해상도 146인치 ‘더월’ 가격은 약 30만달러(3억3500만원)로 추정되며, 가정용으로 주목받는 100인치 이하 제품 역시 초고가에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해상도가 올라갈수록 LED 칩 개수가 늘고 제조원가가 오르기 때문에 향후 4K를 넘어 8K 해상도의 제품 상용화는 더 어려울 전망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올해 안으로 100인치 이하 마이크로LED 디스플레이를 출시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안다. 출시될 경우 OLED TV보다 높은 가격대에 책정될 것”이라며 “실제로 시장에 나오면 실제 상품 가치보다는 마이크로LED가 가전 범주에 들어왔다는 상징성이 큰 제품이 될 것으로 본다. 삼성전자가 TV 사업을 QLED와 마이크로LED 투 트랙으로 간다는 전략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내년 초고가 TV 제품군을 미니LED TV로 채우기로 했다. 최근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사장은 내년 미니 LED TV 출시를 공식화한 바 있다. 미니LED TV는 기존 LED보다 더 작은 200~400마이크로미터 크기의 LED를 백라이트유닛(BLU)로 쓰는 LCD TV다. 발광원에 탑재되는 LED가 더 촘촘해지다 보니 높은 휘도와 로컬 디밍 성능에 강점이 있다. 다만 이는 LED를 여전히 백라이트로 쓰는 기술이기 때문에 자발광 마이크로LED 디스플레이와는 기술과는 다르다.
특히 삼성전자에게 미니LED BLU TV는 생산 비용 측면에서도 여러 모로 이점이 많다. 우선 마이크로LED에 비해 기술적인 난이도가 높지 않다. 기존 LCD TV 백라이트엔 50개 수준의 LED가 탑재되지만 미니LED TV 패널의 경우 최소 1만개의 LED가 탑재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업계선 삼성전자의 미니LED TV가 기존 QLED TV의 상향 제품으로 파악한다. 기존 설비와 양산 노하우를 그대로 활용해 수율 개선에 유리할 것으로 내다본다.
또 초기 제조원가는 높아도 빠르게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시장에선 내년 55~65인치 미니LED TV 패널 생산 비용이 같은 크기의 OLED TV 패널 생산비용과 비슷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내년 초 중국 패널 업계가 10.5세대 공장 가동을 본격화하면서 75인치 이상 TV용 LCD 패널 단가는 점차 하락할 전망이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미니LED 다자 공급망을 마련해 LED 칩 가격도 낮출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일부 국내외 LED 업체와 협업을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미니LED TV가 향후 2~3년간 삼성전자의 주요 최상위 TV 제품군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삼성전자가 마이크로LED 대량 생산 체제를 구축하고 가격대를 낮추기까지 최소 3년 이상 걸릴 것이란 소리다. TV 부품 업계 관계자는 “내년에 출시될 미니LED TV 제품군이 향후 2~3년 정도는 유행을 끌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마이크로LED TV가 대량 양산에 성공하고 가격대가 낮아진다면 미니LED 보다 성능이 월등한 마이크로LED TV로 수요가 쏠릴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