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T 넘어설 이용자 유인책 관건”

자료=SK텔레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 자료=SK텔레콤

[시사저널e=원태영 기자] SK텔레콤이 모빌리티사업부를 분사해 새로 설립한 ‘티맵모빌리티’가 29일 공식 출범했다. 티맵모빌리티는 SK텔레콤 내비게이션 서비스 ‘T맵(티맵)’을 기반으로 모빌리티 통합 플랫폼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이미 시장을 선점한 카카오모빌리티와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티맵모빌리티는 이날 서울 종로구 센트로폴리스에 둥지를 틀고 모빌리티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티맵모빌리티 대표이사에는 이종호 SK텔레콤 티맵모빌리티컴퍼니장(전 모빌리티사업단장)이 선임됐다.

◇ 5년 뒤 4조5000억 규모 성장 목표

SK텔레콤은 지난 10월 이사회를 통해 ‘모빌리티 전문기업’ 설립을 의결했으며 지난달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모빌리티 사업부 분할계획서 승인의 건’을 통과시켜 티맵모빌리티를 출범시켰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임시주총에서 “식사와 주거 외 가장 많은 비용이 드는 게 교통이며, 우리 일상에서 모바일 다음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모빌리티”라며 “SK텔레콤 ICT로 사람과 사물의 이동방식을 혁신하며 모빌리티 생태계에 새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모빌리티 전문회사를 출범하게 됐다”고 출범 배경을 밝혔다.

SK텔레콤은 티맵모빌리티를 그룹 내 5대 핵심 사업으로 키우고 2025년까지 4조5000억원 규모의 회사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티맵모빌리티는 향후 ▲주차·광고·보험 연계 상품(UBI) 등 ‘플랫폼 사업’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IVI)·차량 내 결제 등 완성차용 ‘티맵 오토’ ▲택시호출·대리운전 등 ‘모빌리티 온디맨드’ ▲다양한 운송 수단을 구독형으로 할인 제공하는 ‘올인원 마스’ 등 4가지 핵심 사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우버와도 협력해 택시호출 등 공동 사업을 위한 조인트벤처(JV)를 오는 4월 설립키로 했다. 우버는 파트너십 강화를 위해 합작법인에 1억 달러(한화 약 1150억원) 이상을 투자한다. 지분율은 우버가 51%, SK텔레콤이 49%다. 우버는 티맵 모빌리티에도 약 5000만달러(한화 약 575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로써 우버는 SK텔레콤과 협력에 총 1억5000만달러(한화 약 1725억원)를 투자할 전망이다. 우버는 최근 서울시로부터 가맹택시 579대를 확보하기도 했다.

티맵모빌리티는 비상장법인으로 시작하지만 중장기로는 기업공개(IPO)에도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지난달 진행한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중장기적으로 기업공개를 준비하고 있다”며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재계는 이번 티맵모빌리티 출범으로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본다. 중간지주사 전환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티맵모빌리티를 비롯한 자회사들의 성공적인 IPO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출범 단계부터 기업가치 1조원을 인정받은 티맵모빌리티의 성공적인 IPO는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평가다.

자료=SK텔레콤
자료=SK텔레콤

◇SK텔레콤·우버 모두 지난 택시사업 진출 사실상 실패

그러나 모빌리티업계는 티맵모빌리티 성공에 대해 회의적으로 본다. 현재 티맵모빌리티는 내비게이션 분야에서 약 1200만명 월간 사용자를 보유한 티맵이 유일한 무기다. 향후 티맵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추가할 계획이지만, 이미 경쟁자인 카카오모빌리티는 통합 플랫폼을 완성해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SK텔레콤과 우버 모두 과거 택시 시장에 진출했다가 사실상 실패했다. SK텔레콤의 경우 지난  2015년 카카오택시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티맵택시를 출시한바 있다.

당시 시장은 티맵택시와 카카오택시가 양대 경쟁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 카카오택시가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했다. 이후 2018년 카카오가 카풀 서비스 논란으로 택시업계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사이, SK텔레콤은 티맵택시 개편을 통해 반격에 나섰으나 이마저도 성공하지 못했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당시 택시 기사들이 승객들에게 카카오택시 대신 티맵택시 이용을 강력하게 요청했으나 결국 카카오택시 이용자가 압도적으로 많아 택시 기사들도 포기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결국 택시 분야는 월 평균 1000만명이 이용하는 카카오택시가 월 평균 75만명 수준인 티맵택시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우버 역시 지난 2015년 승차공유 서비스가 여객자동차법 위반으로 중단된 뒤 고급택시 서비스인 ‘우버블랙’과 중형 택시 호출 중개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대다수 소비자들은 우버가 택시 서비스를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실제로 최근 진행된 티맵모빌리티 투자 유치에서도 시장 반응이 예상보다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모빌리티 업계는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모빌리티업계 관계자는 “우버와 SK텔레콤 모두 사실상 국내 모빌리티 시장에서 실패한 사업자”라며 “그 둘이 조인트벤처를 세운다고 해서 뭐가 크게 달라질 수 있을지 사실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티맵모빌리티가 오는 2022년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올인원 서비스 역시 경쟁사인 카카오모빌리티와 비교해 한참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티맵모빌리티는 다양한 운송수단에 요금 할인을 더한 구독형 서비스로 차별화를 노리겠단 계획이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관련 업계와 제휴를 맺어온 카카오를 뛰어넘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미 카카오T 앱 안에 택시, 전기자전거, 대리운전, 주차, 시외버스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모아놓은 상태다. 아울러 한국철도공사와도 지난 2월 업무협약을 맺는 등 사실상 국내에 존재하는 대다수 지상 교통수단을 아우르고 있다. 모빌리티 사업의 궁극적인 목표인 출발지부터 목적지까지 모든 이동수단을 연결하는 과정을 착실히 이행하고 있는 셈이다.

모빌리티업계 관계자는 “후발주자인 티맵모빌리티가 카카오모빌리티를 따라잡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파격적인 할인 혜택으로 초반 이용자를 모으지 않는 이상, 기존 카카오T 이용자들이 이탈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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