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임시 주총에서 원안대로 통과...다음달 29일 출범
[시사저널e=원태영 기자] SK텔레콤 모빌리티 사업부문을 분사한 신설법인 ‘티맵모빌리티’가 내달 29일 공식 출범한다.
SK텔레콤은 26일 서울 을지로 본사 수펙스홀에서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모빌리티 사업부 분할계획서 승인의 건’이 원안대로 통과됐다고 밝혔다. 분할계획서 승인의 건은 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의 81.64%가 투표에 참여했으며 참석 주식 총수 99.98%의 찬성으로 최종 통과됐다.
◇5년 뒤 4조5000억 규모로 성장…IPO도 추진
이날 박정호 SK텔레콤 사장과 이종호 티맵모빌리티단장은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모빌리티 사업 추진 의미와 비전을 주주들에게 소개했다.
박 사장은 “식사와 주거 외 가장 많은 비용이 드는 게 교통이며, 우리 일상에서 모바일 다음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모빌리티”라며 “SK텔레콤 ICT로 사람과 사물의 이동방식을 혁신하며 모빌리티 생태계에 새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모빌리티 전문회사를 출범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경기권을 30분 내로 연결하는 플라잉카를 비롯 대리운전, 주차, 대중교통 등을 아우르는 대한민국 대표 ‘모빌리티 라이프 플랫폼’을 제공하겠다”며 “모빌리티 사업이 SKT 다섯 번째 핵심 사업부로 새로운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은 티맵모빌리티를 그룹 내 5대 핵심 사업으로 키우고 2025년까지 4조5000억원 규모의 회사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우선 우버와 협력해 내년 상반기 택시호출 등 공동 사업을 위한 조인트벤처(JV)를 설립키로 했다. 우버는 파트너십 강화를 위해 합작법인에 1억 달러(한화 약 1150억원) 이상을 투자한다. 지분율은 우버가 51%, SK텔레콤이 49%다. 우버는 T맵 모빌리티에도 약 5000만달러(한화 약 575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로써 우버는 SK텔레콤과 협력에 총 1억5000만달러(한화 약 1725억원)를 투자할 전망이다.
SK텔레콤 사업 분사는 250여명 규모 모빌리티사업단을 물적분할하는 방식이다. 기업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존 지배력 역시 그대로 가져갈 수 있다. 우버와 양사간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과 함께 향후 더 많은 파트너사와의 협력도 전망된다.
티맵모빌리티는 비상장법인으로 시작하지만 중장기로는 기업공개(IPO)에도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이달 초 진행한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중장기적으로 기업공개를 준비하고 있다”며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 모빌리티 사업 본격 진출로 향후 치열한 경쟁전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와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티맵모빌리티 분사, 성공할 수 있을까
무선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과 국내 대표 모바일 플랫폼 사업자인 카카오는 모빌리티 분야에서 오래전부터 라이벌 관계를 형성해 왔다.
지난 2011년 내비게이션 분야에서 각각 ‘T맵’과 ‘카카오내비’로 경쟁을 벌였던 두 회사는 지난 2015년 ‘T맵택시’와 ‘카카오택시’를 통해 택시 시장에서도 공방을 주고 받았다. 내비게이션 분야에서 약 1200만명 월간 사용자를 보유한 T맵이 카카오내비(약 500만명)에 승리를 거뒀으며, 택시 분야는 월 평균 1000만명이 이용하는 카카오택시가 월 평균 75만명 수준인 T맵택시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SK텔레콤 티맵모빌리티 분사와 관련해 모빌리티 업계는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나타내고 있다. 1200만명의 월간 사용자를 보유한 T맵을 통한 각종 정보와 우버의 운영 경험, 플랫폼 기술 등이 합쳐질 경우 높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우버의 경우 국내 시장에 한차례 진출했다가 실패한 경험을 갖고 있는 만큼, 국내 인지도면에서 카카오에게 밀리는 형국이다. 아울러 과거 SK텔레콤이 분사를 통해 추진한 신사업이 실패했다는 점도 이번 우려되는 대목이다.
지난 2011년 SK텔레콤이 플랫폼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설립한 SK플래닛은 2015년 이후 영업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T스토어(원스토어), 티맵, 11번가, 호핀 등이 중심사업이었지만 11번가를 제외한 대부분 사업을 매각하거나 정리했다. 이후 2018년 11번가마저 분사했다. 한때 1조5000억원이 넘었던 SK플래닛 매출은 지난해 기준 2755억원까지 감소한 상태다. SK플래닛에서 떨어져 나온 11번가 역시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 이번 모빌리티 사업 분사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경력 사원 지원자들마저 티맵모빌리티 이직을 망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박 사장은 직원들의 불안을 달래고자, 최근 티맵모빌리티 관련 비전을 설명하는 자리도 직접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행사에서 박 사장은 “모빌리티 기업에서 새로운 일을 하면서도 SK텔레콤으로 돌아와 더 큰 가치를 내겠다는 구성원이 있으면 이를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주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모빌리티업계에서 자본력을 통한 시도는 많았지만 성공을 거둔 사례가 많지는 않다”며 “SK텔레콤이 제시한 사업 내용 대부분이 다른 업체에서 진행해온 사업과 유사하다. 후발주자로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