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커버음악앱 ‘아티스츠카드’·AI콘텐츠 자막 번역 ‘보이스루’·미술작품감상서비스 ‘노다멘’의 K문화 전략 들어보니

왼쪽부터 정연승 아티스츠카드 대표, 이상헌 보이스루 대표, 이원준 노다멘 대표. / 사진=시사저널e
(왼쪽부터)정연승 아티스츠카드 대표, 이상헌 보이스루 대표, 이원준 노다멘 대표. / 사진=시사저널e

[시사저널e=차여경 기자] 오프라인 중심이었던 문화예술,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온라인 플랫폼으로 가져온 창업가들이 있다. 정연승 아티스츠카드 대표, 이상헌 보이스루 대표, 이원준 노다멘 대표다.

이들은 콘텐츠의 유통채널을 확대하고 예술가들의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특히 스타트업이 도전하지 않은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으로 비대면 채널이 주목을 받고 있지만, 그들은 2~3년 전부터 온라인 플랫폼과 오프라인 문화예술의 결합을 준비했었다. 시사저널e는 비대면 인터뷰를 통해 3인 3색 대표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정연승 아티스츠카드 대표 "온라인 플랫폼, 음악 콘텐츠 다양성 방안 될 것"

아티스츠카드는 저작권이 만료된 클래식 스트리밍 ‘클래식매니저’와 커버음악 소셜오디오 ‘커버랄라’를 운영 중이다. 클래식 작곡가 출신 정 대표는 기존 음악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클래식 시장에 뛰어들었다. 규모도 적고 보수적인 클래식 시장에서 아티스츠카드는 성공적인 온라인 플랫폼 사례로 꼽힌다.

아티스츠카드의 '커버랄라' 앱. / 사진=아티스츠카드

정 대표는 “콘텐츠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콘텐츠 자체”라며 “첨단 기술이 적용된 서비스여도 좋은 콘텐츠가 없으면 고객은 사용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스타트업들이 힘있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수급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월정액기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려면 최소 10억원 규모 미니멀개런티를 유통사들에게 내야한다. 멜론(카카오), 바이브(네이버), 플로(SKT) 등 대기업과도 경쟁해야 한다.

그는 “아티스츠카드는 스타트업이 시장에 도전할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구상했다"면서 "오리지널 콘텐츠가 아닌 플랫폼 전략을 통한 음악데이터 수집과 동시에 소셜 기능에 중심을 둔 글로벌 서비스를 개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전략을 기반으로 론칭한 커버랄라는 베타 서비스 기간 인도네시아에서 10만 다운로드 이상을 기록했다. 오프라인 음악 활동에 제약을 받는 아티스트들이 커버랄라를 활용할 수 있다.

아티스츠카드는 콘텐츠와 음악데이터에 집중해 DMS(데이터관리시스템)을 통한 데이터가공 사업을 운영하면서, 커버랄라를 통해 전세계 음악가들의 콘텐츠와 데이터를 쌓을 예정이다. 더 나아가 그들에게 활동할 수 있는 온라인 영역과 팬, 나아가서는 유효한 수익을 만들어주려고 한다. 내년 1분기 라이브 기능도 출시한다.

한편 정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해 음악가들은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클래식이나 재즈, 인디음악가들은 오프라인 공연이나 레슨이 취소돼 생계자체가 위협받는단다. 정 대표는 “그들의 생계인 공연과 레슨을 온라인에서 어느정도 보충해줄 수 있는 솔루션이 필요한 때”라며 “줌(Zoom)이 회의나 미팅의 솔루션이 된 것처럼, 아티스츠카드는 음악가들의 줌과 같은 솔루션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코로나19로 공연이 막혀버린 현 시점에서 K팝이라는 메이저음악 시장이 먼저 증강현실(AR)을 활용한 온라인 공연 생중계 등의 새로운 상품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혁신적인 공연예술 온라인플랫폼이 생겨나겠지만 고객의 경험이 완전히 대체될 정도로 동향이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 상품의 다양성을 넓혀주는 정도가 아닐까. 하지만 음악 상품이 다양해진다는 것은 새로운 음악 비즈니스모델이 자리잡을 수 있는 기회”고 전망했다.

그는 “문화예술시장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무조건 같이 상생할 수밖에 없다. 빅히트의 위버스나 SM의 리슨은 일종의 오프라인 상생 방안이다. 스타트업도 다른 오프라인 기반의 회사나 아티스트와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은 누구나 소속사없이도 아티스트가 될 수 있는 시대”라고 설명했다.

◇ ‘한국말 하는 아이언맨’ 꿈꾸는 이상헌 보이스루 대표

최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프로토콜 경제를 강조하며 스타트업 ‘보이스루’를 언급했다. 프로토콜은 여러 경제 주체가 이어진 새로운 경제모델이다. 보이스루는 원래 청각장애인이 온오프라인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솔루션을 연구했던 업체였다. 기업 규모가 커지며 ‘콘텐츠 자막 번역’으로 뛰어들었다. 보이스루는 AI기술로 유튜브 자막 번역을 해주는 ‘자메이크’를 개발했다. 현재 자메이크는 MBC, 샌드박스, 다이아 TV 등 국내외 메이저 방송사 및 MCN 회사와 공식제휴를 맺고 있으며, 국내 영상 번역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보이스루의 '자메이크' 서비스 소개. / 사진=보이스루

이 대표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유튜버 숫자는 2배씩 증가했다. 국내 콘텐츠들은 세계적으로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영상 번역은 어렵고 인력이 많이 들어가는 업종이라 유튜버들이 쉽게 뛰어들지 못했다”며 “기술과 시스템을 통해서 콘텐츠 번역 시장을 혁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보이스루는 실력있는 신예 번역가들이 정당한 금액으로 안정적인 작업량을 제공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재능과 노력을 겸비한 작업가들은 더 많은 리워드를 받게 되고, 반대의 경우 페널티를 받는다. 보이스루는 번역 외에도 데이터 분석등을 통해 콘텐츠 창작자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다. 보이스루 파트너사들의 지난해 해외 월 조회수는 1000만건 정도였다. 올해는 월 조회수 10억건이 나오고 있다. 내년에는 이 조회수를 10배로 늘릴 계획이다.

코로나19로 영상콘텐츠 시장은 격동 중이다. 이 대표도 체감하고 있다. 2018~2019년도는 브이로그(vlog), 먹방, K뷰티 등의 뉴미디어 카테고리가 인기를 얻었다. 올해는 전 산업군의 온라인 콘텐츠화가 이뤄지고 있다. 관광 콘텐츠는 랜선여행, 지역 홍보 뉴미디어가 떠오르고 있다. 공연예술의 경우 비대면 공연이 시험대에 올라있다.

이 대표는 결국 콘텐츠, 공연, 문화예술 등이 온라인 플랫폼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지금도 수많은 콘텐츠들이 시도된다. 실시간 통번역을 하며 해외에 진출하거나 온라인 관객들과 소통을 하며 실시간 공연이 진행되기도 한다. 다만 시장의 성장이 수반돼야 하는 탓에 (수익화) 시간은 제법 걸릴 것”이라며 “아이돌 온라인 콘서트도 오프라인 주최와 비슷한 비용이 들지만 티켓 값은 4배, 8배 정도 저렴하다. 온라인의 가장 큰 장점인 확산성과 OSMU(one-source-multi-use)를 통해 다각화된 수익모델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보이스루는 '콘텐츠를 해외 팬들이 좋아하도록 돕는 것'이 비전이다. 한국말을 하는 아이언맨, 미키마우스 같은 위대한 캐릭터가 탄생하는 데 이바지하는 것이 이 대표의 꿈이다. 국내 콘텐츠가 해외에서 사랑받을 수 있도록 내년에도 신규 서비스를 론칭할 계획이다.

노다멘의 '파트론' 서비스. / 사진=노다멘 
노다멘의 '파트론' 서비스. / 사진=노다멘 

◇ 이원준 대표 “온라인 미술산업, 고흐·크림프 외에 다양한 장르와 작가에게도 기회”

노다멘은 삼성전자C랩 아웃사이드에 선정된 스타트업으로, 미술작품 감상‧거래 플랫폼 ‘파트론’를 개발‧운영 중이다. 파트론은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와 협력한 삼성 스마트TV 전용 앱이다. 이 대표는 음반 유통부터 벨소리, 컬러링 등 대중음악분야 서비스 관련 일을 하며 ‘콘텐츠의 디지털화’를 옆에서 지켜봤다.

이 대표는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많은 콘텐츠들이 디지털화되는데 미술만이 오프라인에 멈춰 있었다. 처음에는 미술작품 소셜커머스 플랫폼을 기획했다. 하지만 미술작품렌탈이나 SNS등을 출시했던 스타트업이 많음에도 시장을 만들어가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기존 오프라인 중심 미술작품에 연연해서는 대중적인 미술시장을 이끌어 가긴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UHD급 OLED TV, 그림액자 TV, 스마트TV등이 출시됐다. 이 대표는 이 흐름을 보며 미술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을 기획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오프라인 중심 미술문화를 바꾸고 싶진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술작품 원작이 하나라는 유일성과 희소성의 가치, 미술관이라는 장소가 주는 분위기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쉽고 편하게 미술작품을 감상하고, 저렴하게 거래할 수 있는 대중적이고 보편적인 미술시장이 열리고 있다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그는 “파트론 서비스를 65인치 대형TV에서 보지 못한 사람은 ‘무슨 미술작품을 TV로 감상하냐’고 한다. 그러나 감상해본 사람은 100% ‘좋다!’고 반응한다. 미술 감상의 방법은 대중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노다멘은 미술과 기술의 융합을 위해 AI머신러닝을 통한 미술큐레이션, 블록체인을 활용한 정산분배시스템 도용방지기술 등을 연구 중이다. 오프라인 미술과의 상생을 위해 TV로 미술작품을 감상하다 모바일로 QR코드 스캔을 하면 작품을 구매할 수 있는 기능도 준비 중이다. 내년 파트론 서비스가 KT IPTV 기가지니 스피커를 통해 정식 론칭된다. 파트론디지털전시를 통해 당분간 저작권료 없이 최고의 화백 박서보, 김창렬, 고영훈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유명 화백과 미술 관계자도 파트론 서비스에 관심을 많이 갖는 추세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미술 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명 갤러리나 옥션도 오프라인 경매나 아트페어가 불가능해져 비대면 방법을 강구하고 있지만 쇼핑몰, 유투브로 작품소개를 하는 것에 그친다. 참여율도 저조하다. 이 대표는 “파트론에 참여한 작가들이 온라인 서비스를 낯설어하지만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2018년 기준 온라인 미술 시장은 7% 정도 형성됐다. 특히 온라인 미술콘텐츠 시장은 거의 초기라고 봐도 무방하다. 파트론은 이 시장을 개척 중이다. 그는 “미술온라인콘텐츠가 안착되면 포스터나 판화 등을 저렴하고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며 “음악처럼 미술작품 저작권 사용에 대한 법적 관리도 필요하고 미술저작권에 대한 인식도 변화해야겠지만 대중들이 고흐나 크림프 같은 유명 명화 외에도 다양한 장르와 신진‧중진 작가들의 작품들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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