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관계 무기로 회식 횡행
온라인 송년회로 대체하는 기업과 대비

지난 9일 서울시와 마포구 관계자가 민생사법경찰단과 함께 코로나19 확산을 방지를 위해 홍대앞 주점 등을 현장점검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9일 서울시와 마포구 관계자가 민생사법경찰단과 함께 코로나19 확산을 방지를 위해 홍대앞 주점 등을 현장점검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변소인 기자] #1 서울 소재 모 회사에서 기획업무를 하는 A씨는 지난 17일 상사에게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송별회 겸 송년회를 갖자는 내용의 메일이었다. 메일에서 상사는 날짜를 제시하며 “강제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코로나19에 대한 우려나 선약이 있을 경우 거절해도 된다”고 명시했다. 상사는 마지막 부분에 “참석하지 않으면 단지 자신의 마음의 상처가 생길 뿐”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유행이 심각한 상황에서 A씨는 회식에 참석하는 것이 내키지 않았지만 혼자 빠질 수 없기에 팀원들과 의논하고 있다.

#2 대기업에 다니며 재택근무를 하는 B씨는 18일 점심 회식이 잡혀 회사로 출근해야 했다. 식당이 아닌 배달음식 회식이었지만 회식비 120만원을 다 털어야 한다는 명목으로 출근해야만 하는 상황이 내심 편치 않았다.

#3 IT회사에 다니는 C씨는 지난 7일 상사인 부장의 생일을 기념해 저녁 식사에 참석해야 했다. C씨는 “코로나19가 한창 유행인 와중에 생일기념 석식을 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며 “재택근무를 하고 근신하는 이들과 비교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사흘 연속 1000명을 넘어서며 방역 위기에 봉착했지만 여전히 회식을 진행하는 곳들이 다수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연말을 맞아 남은 회식비를 처리하기 위해서 회식을 강행하는 곳도 많았다.

앞선 세 사례 모두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서울소재 회사에서 일어난 일이다. 회식을 통한 코로나19 전파가 잇따르는 상황에서도 송별회나 생일 축하 등을 이유로 회식하는 여전히 많았다. 재택근무를 하지 않는 회사는 매일 보는 직원들과 식사하는 연장선이라며 회식을 안일하게 생각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이상 시행에 따라 재택근무가 권고되고 수도권 병상이 부족할 정도로 코로나19가 심각한 상황에서 회식은 방역 수칙과 매우 동떨어진 처사란 지적이다. 방역 당국이 단체 모임은 물론 불필요한 모임을 자제하고 집에 머무르라고 당부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공공기관, 공기업만 사회적 거리두기 상향에 따라 직원의 1/3 재택근무가 의무화되면서 재택을 확대하고 회식을 금지하는 등 경각심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기업에 근무하는 D씨는 “부서회식비가 500만원 남았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쓰지 말라는 지침이 내려왔다”며 “누구라도 코로나19에 걸리면 문책할 것 같아서 다들 몸을 사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민간기업 중에서도 오프라인 송년회를 온라인으로 대신하는 곳이 있다. 한 IT 기업은 지난 16일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 전 직원들을 불러 모았다. 신나는 배경음악을 깔고 한 해를 돌아봤다. 아쉬운 대로 무작위 온라인 추첨을 통해 경품을 지급하기도 했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라는 같은 상황에 놓여있지만 송년을 맞이하는 방법은 기업별, 상사 성향별로 다르다. 이에 대한 방역 당국의 특별 지침이나 경고가 필요해 보이는 이유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근무시간 외 회식은 반드시 참여해야 하는 것이 아닐뿐더러 회식에 나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괴롭히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마음의 상처를 운운하며 회식을 요구하는 등의 행위는 말이 안 된다”며 “회식을 권유하는 것을 명확히 제재할 근거는 없지만 방역지침으로 거리두기를 하는 마당에 회식을 하는 것은 큰 틀에서 방역지침을 어기는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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