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3단계 기준 충족 상태···감염병 전문가 “정부 지적 설득력 떨어져, 즉각 격상해야”

18일 0시 기준, 총 16명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제주시 중앙로의 한 사우나 모습. / 사진=연합뉴스
18일 0시 기준, 총 16명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제주시 중앙로의 한 사우나 모습.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최근 이슈인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과 관련, 정부는 경제에 미치는 피해가 상당하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반면 감염병 전문가들은 생명이 더 중요하다며 즉각 격상을 요구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전략기획반장은 18일 브리핑에서 “3단계 격상 시 경제적 피해가 상당하다”며 “격상 없는 유행 억제가 목표”라고 밝혔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위한 내부 검토에 나섰지만, 3단계가 가져올 경제적 피해를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코로나19 확산 추세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062명으로 집계됐다. 3일 연속 신규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섰다. 이중 국내 발생 신규 확진자는 1036명이다. 해외유입 사례는 26명이 확인됐다. 총 누적 확진자 수는 4만7515명이다. 최근 1주일간 지역 발생 일평균 확진자는 934.4명에 달해 거리두기 3단계 기준인 ‘전국 800∼1000명 이상 또는 더블링 등 급격한 증가 시’를 이미 충족한 상황이다.   

이에 감염병 전문가들은 정부가 신속하게 거리두기 3단계로 격상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우선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3단계 격상 시 부작용은 경제에 미치는 충격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천 교수는 “하지만 코로나19 환자가 입원을 기다리다 사망하는 현실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생명”이라며 “현재 의료체계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병원을 찾는 직장인들도 매우 불안한 상태를 보인다”라며 “국민들이 어디서 어떻게 코로나19가 감염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3단계로 가는 것을 원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전했다. 천 교수는 “정부는 항상 거리두기 단계를 늦게 시행하니 효과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며 “3단계 격상의 중요한 효과는 사람들 간 접촉이 감소되는 것이며, 의료체계 때문이라도 3단계 격상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3단계로 격상하면 역시 부작용은 자영업자들에게 미치는 여파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하지만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도 최근에는 굵고 짧게 가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인터넷 댓글에도 나오는 등 여론이 일고 있다”며 “3단계로 격상하지 않는 정부 설명의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3단계 격상의 효과는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점”이라며 “사람 생명이 중요하다”고 호소했다. 

엄중식 가천대학교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부작용은 경제가 타격을 받는다는 점인데, 현 상태를 유지하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현 상황에 대한 중수본 인식이 아쉽다”고 토로했다. 엄 교수는 “3단계 효과는 거리두기 격상 그 자체가 아니라, 격상에 따라 국민들 이동량이 감소하고 모임이나 만남을 취소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라며 “현재 국민 이동량도 변동이 적고, 모임도 그대로 이어지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가 고심하는 것은 알지만, 전국 상황은 최악으로 향하고 있다”며 “3단계로 일단 격상한 다음 상황을 지켜보고 최악의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치밀함을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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