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인 경실련 정책위원장 “기술탈취 하려고 막대한 돈 들여 감사위원 넣을 가능성 낮아”
“지주회사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소유하게 해주는 법은 지주회사 규제 무력화 시킬 것 ”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경실련 정책위원장). / 사진=시사저널e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경실련 정책위원장). / 사진=시사저널e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이 모두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것과 관련, 재계에선 기업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채 법이 강행 처리됐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허나 시민단체 등 일각에선 오히려 법 취지가 퇴색됐다고 우려한다. 이런 가운데 기업관련법 전문가인 박상인 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위원장(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에게 공정경제 3법에 대한 평가를 직접 물었다. 그는 “3%룰이 원안대로 통과해도 효과가 있을지 의문인데 취지도 퇴색됐는데 기업들 반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법이 퇴색됐다고 지적했다.

Q. 상법개정안 중 3%룰 도입과 관련, ‘기업을 옥죈다’와 ‘취지가 사라졌다’는 평가가 공존하는데 어떻게 보나.

A. 특수관계인 의결권 제한을 합산 3%에서 개별 3%로 했으면 당연히 취지가 퇴색된 것이다. 다만 지배구조에 따라 회사마다 사정은 다를 수 있다. 최대주주 숫자를 생각하면 지주회사는 합산이든 개별이든 큰 의미 없는데 다른 재벌들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입장은 다를 수 있지만 기업들 우려는 이해가 안 간다.

Q. 투기자본이 ‘지분 쪼개기’로 들어와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A. 3%룰 적용은 자산 2조원 이상 기업들이 대상인데, 해당 기업에 3%씩 쪼개서 주주로 들어오려면 엄청난 돈이 든다. 계산 빠른 투기자본이 감사위원 하나를 꽂기 위해 그렇게 한다? 말이 안 된다.

Q. 감사위원을 넣어 기업과 관련 민감한 정보를 빼돌릴 가능성도 있지 않나.

A. 일단 이사회에 참여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사회에 올라오는 정보라는 게 특별한 게 없다. 또 그래도 만에 하나 탈취를 한다면 기록에 남게 되고 나중에 감옥에 가게 된다. 또 다른 주주들이 기술탈취가 일어나면 손해인데 그런 감사위원을 뽑겠나. 기술탈취하고 싶으면 3%지분 사는 것보다 기술 임원 스카웃하는 것이 훨씬 돈이 덜 든다.

Q. 3%룰 자체가 기업 활동에 별 영향을 안 줄 것이라고 보나.

A. 감사위원 3명 중 딱 1명에게 적용하자는 것이다. 원안대로 하더라도 별 영향이 없는데 취지가 퇴색됐는데도 기업들이 저렇게 반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기술탈취나 경영권침해는 말이 안 되고 반대하는 사람이 들어와 어깃장을 놓으면 총수가 불편해 할까봐 그런지 뭔가 다른 속사정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Q. 3%룰이 주식이 갖고 있는 의결권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있는데.

A. 상법을 잘 몰라서 하는 이야기다. 상법에서 주주의결권 제한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또 3%룰 자체가 없던 것이 아니다. 다만 이사들을 먼저 선임하고 적용하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외국인 지분이 높은 금융지주사들도 이미 하고 있는 게 3%룰이다.

Q. 공정거래법 개정안 중 전속고발권은 유지되게 됐다.

A. 기업입장에선 검찰과 공정위가 경쟁하듯 조사하면 양쪽을 다 신경써야하는 상황이 와 더 힘들어져서 반대했었던 부분이다. 공정거래법에서 그나마 의미 있던 부분인데 이것도 그냥 유지되게 됐다.

Q. 이번 법안들이 전반적으로 퇴색됐다고 평가하는 것인가.

A. 지주회사가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을 소유하게 해 주는 건 지주회사 규제를 무력화시키는 법이다. 원안에 없었는데 개정안으로 얹혀서 처리했다. 문제점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했는데 그냥 밀고 간 것으로 이해하기가 힘들다. 원안대로 해도 효과가 있을까 말까인데 오히려 CVC 소유를 넣은 것이다. 또 법이 일관성이 있어야 하는데 3%룰 관련해 내부 위원은 그대로 통합 3%로 가고 외부 위원은 개별 3%로 간다는 것도 맞지가 않다. 강행처리를 했다면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이래서 어떻게 명분이 있다고 할 수가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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