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개별 3%로 적용하면 감사위원 독립성 지키기 어려워”
재계 “특수관계인 기껏 2, 3명인데 개별로 해도 투기자본 못 막아”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하는 가운데 윤호중 법사위원장이 상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가결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하는 가운데 윤호중 법사위원장이 상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가결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감사위원 분리선임 시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이른 바 ‘3%룰’을 담은 상법개정안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한 가운데, 이에 대한 평가가 극명히 엇갈리고 있어 주목된다. 재계에선 “기업들 의견이 전혀 반영 안 됐다”고 우려하는 반면, 정의당 및 시민단체 측에선 “법 취지가 퇴색됐다”고 지적했다.

지난 8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여당의 공정경제 3법 추진과 관련해 강한 유감을 드러냈다. 박 회장은 “기업들이 어떤 일을 기획하거나 시도하고 있는 게 아닌데, 기업들 의견을 무시하고 이렇게까지 서둘러 통과해야 하는 시급성이 과연 뭔지 이해하기 참 어렵다”며 “애초에 제시된 정부안과 거의 다름없이 흘러가는 것 같다. 이럴 거면 공청회는 과연 왜 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반면 같은 날 경제개혁연대는 합산이 아닌 개별 3%룰 적용은 법 효과를 볼 수 없다며 강력히 반대의사를 밝혔다. 같은 날 같은 법을 두고 정반대의 시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법 내용 중 의견이 가장 극명히 갈리는 부분은 3%룰과 관련한 내용이다. 원래의 안은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3%룰 적용 시 대주주 합산, 즉 특수관계인 주주들의 지분을 합해 3%만 인정키로 했는데 이를 개별로 적용하겠다고 한 것이다. 쉽게 말해 특수관계인 대주주 2명이면 6%를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시민단체에선 이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독립적 감사위원을 선임하는게 어려워진다고 지적한다. 경제개혁연대는 “LS, GS 등 회사는 ‘개별 3%’ 방식으로 의결권을 제한할 경우 지배주주와 그 특수관계인은 ‘합산3%’ 방식으로 의결권을 제한할 때보다 80% 이상 의결권을 더 행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의결권 제한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것이다.

허나 재계의 입장은 다르다. 개별이나 합산이나 3%룰 도입 자체가 상당한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 재계 인사는 “대주주가 회사마다 몇 명씩 되는 것도 아니고 기껏 3~4명인데, 합산이 아닌 개별을 기준으로 한들 뭐가 달라질지 의문”이라며 “특히 지주회사 같은 경우는 특수관계인 1명밖에 없는데 투기세력으로부터 어떻게 방어를 할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종합하면, 개별 3%룰 적용과 관련해선 기업마다 여파가 다를 것으로 보인다. 지분을 사들이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규모가 큰 곳이나 특수관계인들 여러 명이 대주주로 있는 곳은 비교적 방어에 수월한 반면, 지주회사 등 특수관계인이 적거나 회사 규모가 작은 곳은 상대적으로 더 부담스런 상황이 된 것이다.

한편 공정경제 3법과 관련, 전속고발권은 유지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기업들의 입장을 반영했다기 보단, 검찰의 권한을 견제하는 차원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속고발권은 담합 등 공정거래 사건과 관련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 기소가 가능토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재계에선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이중수사가 이뤄질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정의당은 9일 전속고발권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법안이 처리된 것과 관련 강한 유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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