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이후 오프라인 공연예술 공간 가지 않은 소비자 과반수 넘어
코로나19 종식 이후 55% “지금과 비슷하게 온라인 공연플랫폼 사용”···28% “오프라인으로 돌아갈 것”
“오프라인 뮤지컬·콘서트만의 생생함 놓칠 수 없어···비싼 비용에 온라인 공연 퀄리티도 문제"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시사저널e=차여경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은 창작자뿐만 아니라, 문화예술을 즐기는 소비자들에게도 타격을 입혔다. 소비자 10명 중 7명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오프라인 문화예술 공연장에 찾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 대다수는 코로나19 여파로 오프라인 공연 대신 온라인 플랫폼으로 옮겨갔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오프라인 향수병’을 느끼고 있다. 뮤지컬, K팝 팬덤들은 코로나19가 종식된 후 오프라인 공연 관람을 하고 싶다고 토로하는 중이다. 

◇ “온라인 플랫폼 활용 중이지만···생생한 오프라인 공연이 더 그리워”

오래된 뮤지컬 팬인 문아무개씨(29)씨는 <시사저널e>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올해 3월, 6월에 방역단계가 올라가 공연중단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문씨는 “9월부터는 공연장 자체 방역 시스템이 안정되면서 공연장 자리조정 후 재예매를 하고 공연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문씨는 “처음에는 유튜브 개인 스트리밍 공연이나 제작사 무료스트리밍 방식의 온라인 공연이 주를 이뤘다”며 “9월부터는 후원 형식의 스트리밍 공연들이 많이 생겼다. 서울예술단에서 제일 먼저 후원신청을 받았다. 대부분 네이버TV에서 뮤지컬을 생중계해주고 있고, 인터파크 자체 스트리밍서비스나 V앱, 빵야TV 등 다른 플랫폼도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씨는 뮤지컬 팬으로서 현재 상황을 ‘불타는 집을 손도 못쓰고 발동동 구르며 지켜만 보는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문씨는 “오프라인 공연업계 자체가 수익이 항상 빠듯하게 난다. 지금 거리두기 조치로 인해 적자만 난다고 알고 있다”며 “얼마 전 한 제작사 대표가 잠적해, 공연 중이던 극이 급하게 조기폐막하게 된 사례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많은 공연중단과 조기폐막 사례들을 보면 많이 안타깝다. 제작사가 이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엎어지면 업계가 더욱 축소될 것”이라며 “하루빨리 마스크 없는, 꽉꽉 들어찬 공연장에서 라이브 공연만이 줄 수 있는 현장감을 느끼고 싶다”고 강조했다.

온라인 공연이나 비대면 팬미팅 등이 기대보다 별로라는 의견도 나온다. 오프라인 공연의 질을 온라인 플랫폼 중계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특히 일부 기획사는 온라인 콘서트라며 녹화본을 틀어주거나, 이미 했던 무대만 되풀이하는 실망스러운 콘서트를 해 팬덤 사이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걸그룹 팬클럽에 가입해 활동 중이라는 최아무개씨는 일주일에 한번씩 있던 행사나 콘서트, 팬사인회가 모두 취소됐다고 말했다. 최씨는 “온라인콘서트는 한 번 봤는데, 돈은 비싼데 실제 공연만큼의 질이 나오지 않았다”며 “통신사에서 운영 중인 OTT앱에서 생중계해줬는데 화질도 안좋고 음향이랑 화면과 소리의 싱크로율도 안 맞았다. 팬 입장에서 돈이 아까웠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팬사인회의 경우 앨범 하나 내면 열 번 넘게 하는데 코로나19로 전면 취소됐다. 아이돌그룹들은 영상통화 팬사인회, 현장에 가서 비대면 통화를 하는 만통회(만나서 통화하는 팬사인회)로 대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그러나 영상통화 팬사인회를 하는 도중 아이돌 스태프가 같이 내용을 들으면서 자꾸 끼어든다. 앨범 수백장을 사서 당첨되는건데 스태프들이 영상통화까지 간섭해 팬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많다”라며 “요새 영상통화 팬사인회를 하면 녹화할 수 있어서 팬들이 좋아한다는 기사가 나오지만, 모든 팬들의 의견은 아니다”고 토로했다.

이어 최씨는 어서 오프라인 공연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팬사인회나 팬미팅은 당연히 대면이었다”며 “대면 팬사인회라는 말이 없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새로 생겼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같은 비용을 내더라도 온라인 플랫폼보다는 오프라인 관람을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 응답자 66% “올해 2월 이후 공연 안봤다”

<시사저널e>가 모바일 설문 플랫폼 오픈서베이와 20~50대 10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이후 공연예술·엔터테인먼트 소비자 동향에 대해 설문조사 한 결과 ‘코로나19 상황이 시작된 올해 2월 이후 문화예술 공간에 간 적 없다’는 응답자는 66.2%로 과반수 이상을 차지했다.

코로나19 발생 전과 비교해 영화관, 극장(뮤지컬·연극), 전시회, K팝콘서트 등 관람을 위한 문화예술 공간 방문 빈도가 ‘많이 줄었다’고 답한 소비자는 74.6%에 달했다. 방문 빈도가 ‘조금 줄었다’는 응답자는 16.3%였다. 이들 중 78%가 넘는 사람들이 코로나19 전염에 대한 개인적인 걱정과 불안 탓에 오프라인 공간을 방문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온라인으로 공연예술을 관람할 수 있는 플랫폼을 이용해본 경험은 코로나19 발생 전과 비교하면 ‘조금 늘었다’고 답한 소비자가 46.2%로 가장 많았다. 이어 ‘많이 늘었다’가 26.6%, 그다지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가 17.8%’ 뒤를 이었다. 온라인 플랫폼 사용빈도는 코로나19 이후 전반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알 수 있었다.

현재 이용 중인 온라인 공연예술 플랫폼은 영화‧드라마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왓챠와 넷플릭스가 76.9%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다음으로 웹툰(네이버웹툰‧카카오페이지‧래디쉬) 59.9%, 공연(네이버 브이라이브‧위버스‧마이뮤직테이스트) 57.0%, 도서(리디‧밀리의서재) 24.0%, 콘텐츠‧MCN (딩고‧스푼라디오) 18.4% 순이었다. 기타 의견으로는 유튜브를 통해 콘텐츠를 본다는 소비자들이 많았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에도 현재 사용 중인 온라인 공연예술 관람 플랫폼을 계속 사용할 예정이냐는 질문에 응답자 54.4%는 ‘지금과 비슷한 수준으로 온라인 플랫폼을 사용할 것’이라는 보수적인 답을 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다시 오프라인 관람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응답자는 28.1%였다.

보다 자세한 설문조사 결과는 오픈서베이 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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