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예측한 V자형 반등 사실상 물 건너가
자영업자 영업제한에 "빚쟁이로 몰려" 답답한 심정 토로

23일 서울의 한 음식점에 배송관련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 사진=연합뉴스
23일 서울의 한 음식점에 배송관련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변소인 기자] 정부가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2단계로 격상한 가운데 연말 특수를 기대했던 자영업자들은 다시 벼랑끝으로 내몰리게 됐다. 하반기 V자 경기 반등을 자신했던 정부의 호언도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켜졌다.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는 기존 1.5단계에서 24일 0시부터 다음 달 7일 밤 12시까지 2단계로 상향 조정된다. 이에 따라 1.5단계보다 훨씬 강력한 방역 지침이 내려진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2단계에서는 ▲클럽·룸살롱 등 유흥주점 ▲단란주점 ▲감성주점 ▲콜라텍 ▲헌팅포차 등 유흥시설 5종이 영업을 할 수 없다.

여기에다 실내 스탠딩 공연장과 노래방의 경우 오후 9시 이후 운영을 할 수 없다. 이들 시설의 경우 이용자가 주로 밤 시간대에 몰려있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영업에 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커피전문점은 영업시간과 관계없이 포장·배달만 허용된다. 즉, 매장 내 손님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음식점은 오후 9시 이후로는 포장·배달만 가능하다. 주로 밤에 영업하는 주점도 음식점과 마찬가지로 오후 9시 이후에는 매장 내 손님을 받을 수 없어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호프집을 운영하는 A씨는 “밥집과 달리 술집은 밤에 영업을 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가게 문을 닫는 것이 오히려 이득”이라며 “이제 대출도 안 되는데 코로나19가 자영업자를 빚쟁이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경우 여러 차례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졌던 터라 아예 휴업에 들어간 자영업자들도 많다. 장사가 예년 같지 않자 인건비라도 줄이려고 쉬는 방안을 택한 것이다. 거기다 임차료 등은 매월 내야하기 때문에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큰 상황이다.

특히 연말은 유흥시설, 외식업, 노래방 등이 대목을 누릴 수 있는 성수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 조치로 각종 모임이나 약속이 취소되면서 자영업자들의 연간 수익은 더 쪼그라들게 생겼다.

지난 8월 주점을 개업한 B씨는 “개업 직전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상향돼 골머리를 앓았는데 코로나19가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다”며 “또 2단계가 돼서 가게를 운영해야 할지 말아야할지 고민하고 있다. 지원금은 또 얼마나 나올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헬스장 운영자 역시 고민이 많다. 9시 이후 운영을 할 수 없는데 그룹운동(GX) 경우 이 시간대에 배정된 경우도 많은데 다 취소를 해야 하는 것인지 고심하고 있다.

여기에다 서울시의 경우 올해 말까지 ‘천만시민 긴급 멈춤 기간’을 운영한다. 서울시 내에 위치한 실내체육시설은 오후 9시 이후 운영 중단과 함께 마스크 착용이 어려운 샤워실 운영도 중단된다. 다만 수영장은 제외된다. 춤추기 등으로 비말 전파 우려가 높은 무도장도 집합금지된다.

커피전문점에서는 2단계 조치에 더해 포장 주문의 경우도 대기 시 이용자 간 2m의 간격 유지하도록 했다. 노래연습장의 경우 방별 인원 제한도 추가했다.

대중교통도 감축된다. 시내버스는 24일부터, 지하철은 27일부터 22시 이후 운행횟수를 각각 20%씩 감축한다. 추가로 지하철 막차시간을 밤 12시에서 밤 11시로 단축하는 방향도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대중교통이 원활하지 않으면 거리를 나서는 사람들이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코로나19의 여파로 폐업은 계속해서 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11일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을 보면 40대 자영업자들은 전년에 비해 7만8000명, -5.9%, 50대는 11만8000명, -7% 급감했다. 이들은 생계형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로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더 손해가 돼 폐업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지난 6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0.1%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4분기에 크게 회복되는 V자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점쳤다. 하지만 코로나19 3차 유행이 시작되면서 공허한 메아리가 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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