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적 보상제·결함 기업 책임·공공 기관 조사 등 보완책 필요

[시사저널e=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작년 2019년 1월부터 발효된 ‘레몬법’, 신차 교환 및 환불 프로그램은 2년이 지난 현재 완전히 무용지물 상태다. 실제로 이 법에 의해 신차가 교환되거나 환불된 사례는 전무하다. 중간에 협의를 통해 해결하거나 무마시키는 사례가 즐비해 실질적인 효과는 없는 셈이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서 소비자들의 권리가 보호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으나, 최종 결과는 무용지물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이 법이 탄생하기 전인 2018년 필자는 수차례 레몬법이 만들어 질 수 있는 조건이 성립되지 않으면 의미가 전혀 없다고 언급하곤 했다. 가장 큰 문제는 미국의 레몬법을 흉내만 냈을 뿐, 두 나라간의 시스템적 차이를 간과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소비자 천국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천문학적인 징벌금을 내야 하는 엄격한 소비자 중심 국가다.

반면 우리는 소비자 중심과는 거리가 먼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모든 분야 중 자동차 분야는 가장 소비자에게 불이익이 크고 불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겉모습만 그럴 듯하게 흉내를 낸 레몬법은 당연히 효과를 발휘하기 불가능한 구조다.

레몬법이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3가지 쟁점을 다시 고민해야 봐야 한다.

첫 번째는 징벌적 보상제다. 기업에서 소비자를 기만하거나 허위, 축소, 지연 등 불법적인 문제가 발생하면 기업이 망할 정도의 천문학적인 벌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수조원까지 기업이 망할 정도로 벌금을 부과하고, 소비자 배상은 별도로 진행해야 한다. 현재 국내에는 징벌적 제도가 없다. 그나마 최근에야 징벌적 제도를 두겠다고 선언했으나 반발이 거세다. 문제가 발생해도 쥐꼬리만한 벌금으로 형식적인 절차만 거치는 만큼 기업의 입장에서는 거칠 것이 없다.

두 번째는 자동차의 각종 결함에 대한 책임을 기업이 진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문제 발생 시 자동차 제작사가 자신의 차량에 결함이 없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자동차 급발진이 발생하면 결함 유무를 제작사가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재판 과정에서 결과가 도출되지 않아도 임무를 소홀히 하게 되면 합의를 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의 경우 자동차 급발진 사고 등이 발생하면 모든 결함 유무를 운전자가 밝혀야 하는 구조여서 승소하는 일이 거의 없다. 자동차에 문제가 발생하면 운전자가 직접 결함을 밝혀야 하기 때문에 굳이 제작사가 나서서 입증할 필요가 없다. 구조 자체가 자동차 제작사에 매우 유리하다.

세 번째는 같은 차량에서 같은 문제가 여러 번 발생하면 공공기관이 직접 나서서 조사를 시작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동일 차종에서 문제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다면 도로교통안정청(NHTSA) 등과 같은 공공 기관이 나서서 조사에 들어가는 만큼 제작사는 부담을 크게 가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와 반대로 인터넷 상에 문제가 상당 기간 동안 제기되더라도 공공기관이 나서서 하는 경우는 매우 적어 소비자 홀로 싸우는 사례가 많다. 유일한 기관인 한국소비자원의 경우 결과가 나와도 강제사항이 아닌 권고여서 제한적인 구조다.

지금과 같은 겉치레에 불과한 레몬법으로는 소비자를 지킬 수 없으며 기업 입장에서도 지킬 의무와 책임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근본적으로 잘못된 레몬법 때문에 신차 교환이나 환불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현재 출시된 신차를 교환이나 환불 받는 사례는 가뭄에 콩 날 정도로 드물다. 연간 수 백건 교환·환불 요청 중 성사되는 경우는 3~4건 정도라 한다. 이마저도 공공장소에서 골프채로 신차를 때려 부수는 장면 등으로 브랜드 이미지 추락을 염려한 제작사가 뒷거래로 교환해 준 정도다.

앞으로도 레몬법은 지금과 같이 개점휴업 상태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언급한 기본 조건 등이 어느 정도 갖춰지기 전에는 사문화된 법으로 소비자 보호 흉내만 낼 것으로 판단된다. 지금부터라도 좀 더 세밀하게 전문성을 가지고 제대로 된 법안을 마련해 아직도 불모지인 자동차 소비자를 위한 법안으로 재탄생하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