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부터 전동 퀵보드 규제 완화···총괄 관리법 제정 촉구

[시사저널e=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전동 퀵보드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얼마 전에도 삼거리에서 운행하던 전동 퀵보드가 건설기계와 부딪히면서 퀵보드 운전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전동 퀵보드가 유행하면서 보도 위에 주차된 것은 물론 운행하는 일이 낯선 모습은 아니다. 이에 따라 보행자가 위협을 느끼는 경우도 많아졌다. 사망자와 부상자수도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지만 이를 제어하는 제도와 법적인 규정은 시장을 못 따라가고 있는 형국이다.

이미 3~4년 전부터 문제가 부각되기 시작했지만 정부의 안일한 대처 탓에 문제는 커지고 있다.

여기에 오는 12월부터는 전동 퀵보드 규제가 본격 완화된다.

논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현재 차도로만 운행할 수 있는 부분을 자전거 전용도로도 운행할 수 있게 확대한다는 것이다.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문제가 커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전동 퀵보드는 구조적으로 바퀴 구경이 작아서 속도가 올라가면 매우 위험하다. 불법 장치를 탑재해 시속 40~50km 이상 과속하는 전동 퀵보드도 적지 않다. 또한 구조적으로 안정성이 떨어져 좌우로 흔들리거나, 순간적으로 좌우로 방향을 꺾을 수 있어서 다른 이동수단과 충돌·추돌할 가능성도 매우 크다. 자전거와 전동 퀵보드는 물론 보행로를 걷고 있는 보행자 모두가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다.

두 번째는 13세 이상이라면 누구나 규제 없이 전동 퀵보드를 이용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전동 퀵보드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17세 이상 원동기 장치 자전거 면허를 취득해야 한다. 규제가 완화될 경우 이제는 헬맷 등 안전장비 착용도 없이 누구나 운전할 수 있게 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전동 퀵보드의 경우 운전자와 보행자의 안전에 대한 안전장치가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길거리를 다니는 안전운행방법에 대한 최소한의 교육이 필요하고 헬맷 등 안전장구 착용이 중요하지만 이번 개선 방안에는 빠져있어 미완의 정책으로 남게 됐다.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전동 퀵보드가 보도 위에서 운행된다는 것이다. 차도 운행은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에 대다수 전동 퀵보드는 보도로 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이에 대한 대안이나 해결책을 누구도 제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럽과 달리 우리의 보도는 좁고 자전거나 오토바이가 지나다닌다. 여기에 전동 퀵보드까지 올라오니 사고 가능성은 커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보도를 운행하는 전동 퀵보드에 대한 해결책이 절실하다.

형식적인 단속만 내세우지 말고 아예 보도 운행을 전제로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 대신 차량의 비보호 좌회전과 마찬가지로 모든 책임을 전동 퀵보드가 책임지는 것이다. 조심스럽게 운행하라는 뜻이고 의도적인 사기범에게 당하지 말라는 뜻이기도 하다.

동시에 전동 퀵보드 전용 보험도 개발 보완해야 한다. 최근 전동 퀵보드 사건 발생 시 자차 방식으로 자동차 보험에서 처리하는 방법을 진행 중이나, 높아진 자동차 보험을 올릴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별도의 전용 보험이 필요하다. 손해보험협회와 정부가 나서서 다양한 전용 보험을 개발해 제공해야 한다.

아울러 전동 퀵보드의 구조적인 한계를 고려해 최고속도를 글로벌 평균인 시속 25km보다 한단계 낮은 시속 20km 정도로 낮춰야 한다. 보도에 올라왔을 때 보행자와의 접촉으로 인한 부상을 극감시킬 수 있는 속도다. 동시에 과속 불법 장치에 대한 엄격한 잣대와 단속 강화를 병행해야 한다.

전동 퀵보드 수거 방법도 일정 장소를 지정하고 보행자가 불편하지 않게 정리·해결하는 의지도 매우 중요하다. 해당 기업도 미래의 모빌리티라고 강조하면서 지원만 외치지 말고 수거 장소 지정 등 다양한 인프라에 함께 재정적 후원 등 민·관 모델 구축도 필요하다.

전동 퀵보드는 미래의 라스트 마일 모빌리티의 한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정립과 인프라도 꼭 필요하지만 산·학·연·관 모두의 노력과 국민적 공감대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지금과 같이 찔끔찔끔 규정을 만들지 말고 전체를 아우르는 제대로 된 규정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른바 퍼스널 모빌리티 총괄 관리법의 제정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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