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감기관장만 덩그러니···의원들도 자리 비우고 순서대로 착석
여야 맞보고 벌이던 정쟁은 줄어···남은 기간 정책 국감 ‘기대’

[시사저널e=이승욱 기자] 

“국감장을 정리하고 배포한 질의 순서대로, 1번부터 10번 의원님만 남으세요. 다른 의원님들은 자리를 떠나 주세요.”

지난 8일 오전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한국시설안전공단 등을 상대로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회의실. 피감기관의 현황 보고가 끝난 후 의원 질의를 앞두고 진선미 위원장이 자리를 정리하면서 말했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국회 방역 지침을 지키기 위해 자리에 앉는 인원을 제한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과거 피감기관 임직원들로 빼곡하게 자리를 차지했던 기관증인석 뒤도 단출했다. 피감기관장 4명만 덩그러니 앉았다.  

감사위원인 의원들도 코로나19 방역의 예외는 아니었다. 착석 인원 제한을 위해 질의를 하지 않는 의원은 이석시키는 안이다. 국토위는 감사 중 착석 위원을 10명 내외로 정했고, 질의가 끝나고 의원이 자리를 뜨면 정해진 순서대로 다음 차례 의원이 감사장으로 들어오도록 했다. 

진 위원장은 “행정실에서 질의 순서에 맟춰 의원들에게 연락을 드리도록 하겠다”면서 “(기관장을 제외한 나머지) 증인들은 별도의 장소에 대기하고 있으니 요청하면 감사장에 들어올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영향 탓이지만 사뭇 다른 국감 진행 방식에 진 위원장의 말이 끝나자, 의원들이 술렁였고, 낯선 풍경에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결국 의원 10명씩 국감장에 머무는 안은 이날 오전 국감에서는 실제로 이뤄지지는 않았다. 

진 위원장의 말이 끝나자, 한 의원이 말했다.

“점심시간 때까지 남은 시간은 따져보면 10명이나 있을 필요도 없을 거 같은데···. (웃음)”
 
전대미문 코로나19가 국감장 풍경을 바꾼 것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국감 일정 상당 부부인 해외 현지 공관 방문으로 짜였던 외교통일위원회는 아예 해외 공관 일정이 모두 취소했다. 그 대신 화상 회의 방식으로 국감을 진행했다. 요즘 유행하듯 ‘언택트’(uncontact) 방식이 국회 국정감사에 도입된 것이다. 일부에서는 코로나19로 위축된 국감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외통위 소속 국회의원실 한 보좌관의 말이다.

“재외동포 750만명 시대에 해외에 직접 나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의 목소리도 듣고 정책에 반영하고 위로를 하는 것도 의미가 있죠. 또 직접 기관증인들을 상대로 질의와 응답을 이어가야 적절한 지적도 가능한데 아쉬워요.” 

반면 반색하는 시선도 있다. 여야 위원들이 맞보고 앉아 국감장을 차지한 채 정부를 공격하고, 반대로 방어로 설전을 벌이는 정쟁은 과거보다 줄어들었다. 물론 법사위와 정무위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현안을 다루는 상임위를 제외한 이야기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만든 국회 국감장의 풍경이 억지로 만든 훈훈한 풍경이기도 하다. 특히 올해 국감은 21대 국회에서 첫 국감인 만큼 의욕적인 초선들이 벌일 합리적인 정책 질의와 지적도 눈여겨볼 만하다. 

코로나19 사태를 뚫고 중반으로 치닫는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오는 26일 모두 끝난다. 남은 시간 동안 달라진 국감장의 풍경이 정쟁은 멀리하고, 내실 있는 국감으로 이어질지 좀 더 지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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