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센트, 상장 앞둔 대어급 IPO기업 주주로 모두 참여···크래프톤 13.2%·카카오뱅크 3.94% 보유
넷마블·카카오 상장시에도 조단위 평가차익···텐센트, 중국시장 위해 필수지만 최근 외교적 부담↑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카카오게임즈에 이어 게임 ‘배틀그라운드’ 개발사인 크래프톤과 국내 최대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상장을 준비하면서 세 회사에 모두 지분을 가지고 있는 중국 최대 게임사 텐센트가 숨은 수혜기업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텐센트의 막대한 자금과 중국 시장내 영향력을 의식해 투자유치 방식으로 텐센트와 손을 잡아야 했다. 앞서 카카오와 넷마블 역시 텐센트로부터 투자를 받았고 카카오와 넷마블 역시 상장에 성공하며 텐센트는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

하지만 최근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국제사회에서 텐센트 제제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어 국내 IT업계의 시선 역시 조금씩 변하고 있다. 텐센트 투자를 받은 국내 기업들 역시 텐센트와 관계 설정을 놓고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 카카오게임즈·크래프톤·카뱅 IPO, 텐센트가 승자?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텐센트는 내년 IPO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크래프톤과 카카오뱅크에 각각 13.2%, 3.9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최근 국내외 증권사에 상장주관사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보내며 IPO 준비에 들어갔다. 크래프톤은 내년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크래프톤의 최대주주는 창업주인 장병규 이사회 의장으로 지분 17.4%를 가지고 있다. 특수관계인 지분을 포함하면 총 41%를 보유하고 있다. 2대 주주는 텐센트로 이미지프레임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지분 13.2%를 가지고 있다. 앞서 텐센트는 2018년 크래프톤 지분 10%를 5700억원에 사들였고 다른 벤처캐피탈이 보유한 크래프톤 주식을 장외시장에서 추가로 사들이며 지분율을 끌어올렸다.

크래프톤은 올해 상반기에 매출 8872억원, 영업이익 5137억원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94.9%, 영업이익은 295.7%가 늘어났다. 게임업계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인 30~35배를 적용하면 크래프톤의 기업가치는 무려 30조원에 이른다. 이를 역산하면 텐센트 지분가치는 현재 4조원 수준이다.

텐센트는 23일 이사회에서 IPO를 결의한 카카오뱅크의 주요주주이기도 하다. 텐센트는 100%투자 자회사 스카이블루럭셔리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카카오뱅크 지분 3.94%(1440만주)를 가지고 있다. 넷마블(3.94%), SGI 서울보증(3.94%), 우정사업본부(3.94%), 이베이(3.94%) 등과 함께 4대 주주군에 속한다.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는 카카오로 33.53%를 갖고 있다. 2대 주주는 한국투자증권이 속한 한국투자금융그룹으로 계열사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28.60%, 한국투자금융지주가 4.93%를 나눠 가지고 있다. 3대주주는 국민은행으로 9.86%를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주식은 현재 장외시장에서 주당 10만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이를 감안한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은 40조원 언저리로 국내 4대금융지주(KB·신한·하나·NH)를 합친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장외시장가격 기준 텐센트가 보유한 카카오뱅크 지분가치도 1조4000억이 넘는다.

텐센트는 앞서 10일 상장한 카카오게임즈의 주주이기도 하다. 텐센트는 2018년 자회사 에이스빌을 통해 500억원을 투자해 지분 5.63%(321만8320주)를 확보했다. 현재 텐센트가 보유한 카카오게임즈 지분의 가치는 이날 종가(5만200원) 기준 1616억원에 이른다. 2년 만에 1000억원이 넘는 평가차익을 거둔 셈이다.

텐센트는 현재 카카오페이지 지분 6.75%도 보유하고 있다. 향후 카카오페이지 IPO에서도 많은 투자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 텐센트 투자 유치의 명암(明暗)

텐센트는 중국에서 PC메신저 큐큐(QQ)와 모바일 메신저 위챗을 통해 급성장을 해온 중국게임시장 1위 업체로 시가총액이 이날 기준 728조원에 이른다.

텐센트는 그동안 국내 IT업계에서 중요한 투자자로서 역할을 해왔다. 카카오와 넷마블 역시 텐센트로부터 투자를 받으며 자금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카카오는 2012년 자금난을 겪을 당시 텐센트로부터 720억원을 투자받으면서 한숨을 돌렸다. 이후 카카오는 2014년 상장사였던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합병을 통해 우회상장했고 텐센트가 보유한 현재 카카오지분율은 6.49%(559만9849주)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이날 종가(35만1500원) 기준 1조9683억원에 이른다.

텐센트는 2014년 넷마블에 5330억원을 투자해 지분 28%를 확보했다. 당시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은 CJ그룹으로 넷마블을 떼어내 독립하려고 했는데 텐센트가 3대주주로 참여함으로써 힘을 보탰다. 현재 텐센트가 보유한 넷마블 지분을 17.55%(1505만7800주)로 이날 종가(16만6000원) 기준 2조5000억원가량이다.

텐센트 투자는 중국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폐쇄적인 중국시장에서 외국업체가 진출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텐센트와 지분투자 관계를 형성하고 텐센트를 통해 중국시장에 진출해 로열티를 받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최선의 선택이라고 업계는 받아들이고 있다.

크래프톤의 경우만 해도 지난해초 배틀그라운드 모바일버전을 들고 중국시장에 직접 진출하려고 했으나 중국정부의 판호허가에 난항을 겪으며 결국 지난해 5월 철수해야 했다.

반면 텐센트는 크래프톤이 축적한 이용데이터를 그대로 승계해 올해 5월부터 배틀그라운드와 똑같은 게임 ‘화평정영’을 서비스했고 성공을 거뒀다. 크래프톤은 이를 통해 막대한 로열티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크래프톤의 상반기 모바일게임 매출은 7108억원으로 지난해보다 5000억원 이상 늘은 상태다.

하지만 최근 중국을 둘러싼 외교적 갈등은 텐센트 투자 유치시 국내 기업이 가져야할 부담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6일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와 위챗을 운영하는 텐센트를 상대로 45일 이후 모든 거래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바이트댄스에 대한 처리가 끝나면 다음 타깃은 텐센트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크래프톤의 경우 최근 인도 정부가 중국 앱 사용을 금지하면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서비스가 금지됐다. 결국 크래프톤은 텐센트에게 인도 내 유통 권한을 회수하고 직접 서비스에 나서기로 전략을 수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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