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증액·기간 확대' 되풀이
2019회계연도 결산 미세먼지 대응 추경 집행률도 부진
전문가들 “정부, 정확한 사업계획·단계별 관리·사후평가해야 ···국회 결산심사 상시화 필요"

국고로 시행하는 사업의 무분별 증액을 막는 총사업비관리제도가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계획의 정확성이 떨어지고 단계별 관리가 미흡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막기 위해 정부의 예산 집행 관리 강화와 국회의 결산심사 상시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총사업비관리제도는 국가재정법에 따라 국고 또는 기금으로 시행하는 대규모 사업의 무분별한 사업비 증액을 막기 위한 장치다.

이미지=김은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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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도의 대상은 완성에 2년 이상 걸리는 사업 가운데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고 국가의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건설 공사 포함 사업, 정보화 사업 등과 총사업비가 200억원 이상인 건축 사업, 연구개발사업 등이다.

그러나 27일 국회예산정책처의 ‘2019회계연도 결산 총괄분석 보고서’와 ‘2018회계연도 결산 총괄분석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매년 총사업비관리제도에 반해 총사업비가 당초 계획보다 크게 늘거나 공사 기간이 늦어지는 사업들이 다수 발생했다. 사업계획 변경, 사업지연 등 때문이다.

2019 회계연도 결산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의 ‘월성원자력환경관리센터건설의 2단계 처분시설 건설 사업’은 당초 2012년~2016년 간 총사업비 1024억원으로 계획됐다. 그러나 내진성능 향상, 인허가 확보 등을 위해 총사업 기간은 2021까지 5년 늦어졌고 총사업비는 1419억 3100만원(138.6%)이 늘어 2443억3100만원으로 변경됐다.

행정안전부의 ‘재난안전통신망 구축 사업’은 당초 2015년~2017년 간 총사업비 5692억원으로 계획됐다. 그러나 총사업비 협의, 조달청 행정절차 소요 등 사업 지연으로 2025년까지 8년 연장됐다. 총사업비는 3689억8100만원(64.8%)이 늘어난 9393억4900만원으로 변경됐다.

이 외에도 25개 사업의 기간이 연장되고 사업비가 추가됐다.

전년도 사정도 마찬가지다. 2018 회계연도 결산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소관 ‘부산-울산 복선전철 사업’의 경우 총 29회의 총사업비 변경을 거쳤다. 당초 총사업비 5832억400만원에서 2018년말 기준 총사업비가 2조7609억원으로 4배 이상 늘었고 사업기간도 1998년까지에서 2021년까지로 23년 지연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소관 ‘화옹지구 대단위농업개발 사업’은 총 50회나 총사업비가 변경됐다. 총사업비가 당초 1875억3000만원에서 2018년 말 기준 9720억300만원으로 5배 늘었다. 사업기간도 2001년까지에서 2022년까지로 21년 간 지연되고 있다.

총사업비와 기간이 크게 증가하는 이유에 대해 국회예산정책처는 “당초 사업계획 수립 시 수요예측 등이 부정확해 총사업비 추정의 정확성이 떨어진다. 이에 사업추진 과정에서 설계 변경, 사업물량 증가, 단가 인상 등이 발생한다“며 ”사업기간이 연장되는 것은 사업계획 미흡, 관계 기관과 협의 지연, 민원 발생, 보상 지연 등 사유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과도하게 총사업비가 늘면 재정지출이 증가한다. 또한 사업 완료가 늦어져 사업의 완료를 통한 편익 등 목적 달성도 미뤄진다.

이를 막기 위해 기재부와 정부 부처들이 초기에 사업계획을 제대로 만들고 단계별 성과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국회 관계자는 “총사업비관리제도가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이를 제대로 운용해야한다”며 “특히 초기 사업계획이 부실한 경우가 많다. 사전 조사를 제대로 해 사업계획을 잘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2019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검토보고서는 “사업의 단계별 총사업비를 정확하게 산정하고, 단계별 성과관리를 통해 책임성을 강화하며, 철저한 사후평가를 통해 사업목적 달성 여부를 점검하는 주요 선진국의 모범사례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사업의 전 생애주기(life-cycle)를 대상으로 관리하는 영국의 관문심사제도(Gateway Project Review Process)와 미국의 자본사업관리지침(Capital Programming Guide) 제도는 사업의 계획-실시-사후관리 등 각 단계별 소요액과 예비비 등을 합리적으로 산정한다. 또한 단계별 성과평가에 따라 다음단계로 이행하며 철저한 사후평가를 통해 사업목적 달성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또한 사업비 증가에 따른 ‘타당성 재조사’가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여부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가재정법 시행령 제22조에 따르면 사업추진 과정에서 총사업비가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규모로 증가한 경우 타당성 재조사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난 2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난 2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 미세먼지 대응 추경 예산 실집행률 부진

2019 회계연도 결산에서는 추경 예산의 실집행률이 부진한 점도 반복됐다. 특히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추경 사업의 실집행률이 낮았다.

정부는 2019년 4월 25일 미세먼지 대응을 통한 국민안전 확보, 선제적 경기 대응을 통한 민생경제 지원 등을 목적으로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 심사를 거쳐 지난해 8월 2일 미세먼지 대응을 통한 국민안전 확보 분야에 2조728억원 편성을 의결했다.

그러나 실집행률은 부진했다.

일례로 대기개선추진대책 사업의 내역사업인 ‘운행차 배출가스 저감’ 사업은 추경을 통해 6810억2100만원이 증액됐으나 2472억5800만원이 실집행됐다.

운행차 배출가스 저감 사업인 ‘노후 경유차 조기폐차’, ‘노후 경유차 저감장치부착’, ‘건설기계 엔진교체’, ‘건설기계 DPF 부착’ 사업의 예산현액 대비 실집행률은 각각 70.1%, 67.2%, 19.9%, 44.7%로 부진했다.

이미지=김은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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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국회 예산정책처는 “추경으로 증액한 사업들의 실집행률이 모두 70%이하다. 수요예측이 정교하지 못했다”며 “환경부는 운행차 배출가스 저감사업에 대한 수요예측의 정확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한다”고 밝혔다.

손종필 정의당 정책위원회 정책연구위원은 “추가경정예산은 연내 집행가능성과 시급성, 보충성 등을 고려해야 하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아 집행이 부진했고 재정 운영의 효율성이 낮아졌다”며 “특히 환경부 사업의 경우 시급한 문제였던 미세먼지 대응과 폐기물 처리 예산을 대폭 편성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집행률이 저조했다. 향후 추경예산 편성시 철저한 계획과 효율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대로 된 예산 집행을 위해 행정부 뿐 아니라 국회 역할도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변호사)는 “예산의 집행 과정과 이에 대한 결산심사가 중요하다”며 “그러나 국회는 결산심사를 형식적으로 해왔다. 이러한 관행을 벗어나 결산심사를 연중 상시화하고 강화해야한다”고 말했다.

하 대표는 “또한 결산검사를 수행하는 감사원을 지금의 대통령 소속에서 국회 소관으로 이관할 필요가 있다”며 “국회는 국정감사와 같은 보여주기식 부분은 과감히 줄이고 결산심사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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