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71억 분할납부 ‘공원화계획’ 서울시 의지···송현동 매각 사실 상 보류상태
“보궐선거 기다리자 전략수정”···LA·하와이 소재 해외호텔 매각도 드라이브

서울 종로구 송현동 소재 대한항공 소유 부지. /사진=시사저널e DB
서울 종로구 송현동 소재 대한항공 소유 부지. /사진=시사저널e DB

한진그룹 유동성확보의 열쇠로 지목됐던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매각이 내년 4월 보궐선거 이후에나 재추진 될 전망이다. 한진그룹은 이때까지 잔여 보유 자산들의 매각을 서둘러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4일 재계 등에 따르면, 최근 한진그룹이 송현동을 제외한 자산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왕산마리나를 보유한 ㈜왕산레저개발 예비입찰 마감시한을 오는 27일로 확정한 가운데 미국 하와이주 오아후 와이키키리조트호텔, 캘리포니아 LA 윌셔그랜드센터 등의 매각도 타진 중이다. 이밖에도 국내 보유한 호텔들의 매각도 동시에 진행한다.

지난 4월 한진그룹은 △대한항공 소유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및 건물 △대한항공 보유 왕산레저개발 주식 100% 일체 △칼호텔네트워크 소유 제주도 서귀포시 토평동 파라다이스호텔 부지 및 건물 등을 정리해 1조원의 자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와이키키리조트·윌셔그랜드센터 등은 당시 자구안에 명시되지 않았던 목록들이다.

전략수정이 불가피했던 까닭은 송현동 부지 매각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해당 부지를 매입해 공원화하겠다고 나서면서 제동이 걸렸다. 한진의 목적이 개발이 아닌 매각이 목적인만큼 매수의향자가 시가 된다 하더라도 문제될 것이 없어 보였으나, 가격과 지급방법 등에서 이견을 보였다.

당초 송현동 부지의 시장 예측가격은 6000억원 상당이었다. 반면 시는 4671억원을 제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등의 확산으로 여행수요가 급감한데 따라 한진그룹 입장에서는 소위 ‘급전’이 필요했지만, 시는 오는 2022년까지 분할납부하겠다고 제안했다. 자연히 한진그룹은 민간 매각을 선호하게 됐다.

문제는 서울시가 인·허가권을 쥐었다는 점이다. 공원화계획을 밝힌 이상, 해당 부지를 매입하더라도 개발에 이르기까지 상당시간 소요될 것이 자명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당시만하더라도 유력 대권주자 중 한 명으로 꼽히던 고(故) 박원순 시장이 공원화에 강력한 의사를 피력한 탓에 매수를 희망하는 기업 등도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결국 송현동부지 예비입찰에 응찰한 곳은 전무했다. 특히 청계천 복원사업을 통해 서울시장에서 대통령으로 발돋움한 이명박 전 대통령과 같이 송원동 공원화 사업도 박 시장의 대권도전의 발판이 될 것이란 전망들이 나왔다. 한진그룹은 국민권익위원회 고충민원을 제기하는 등 우회적 해결책을 모색했다. 정치적 이슈화를 통해 난관을 타개하려는 움직임으로 평가받았다.

한진그룹과 박 시장의 대립구도로 비춰지던 중, 박 시장이 갑작스레 타계했다. 서울시장이 공석이 됐지만, 시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 중이다. 한진 측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변고 직후 내부적으로 송현동 부지 매각 절차를 내년 보궐선거 이후 재추진 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매각에 여지가 생겼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 관계자는 “추가적인 매각 절차를 개시하는 게 소용없는 상태서, 공원화가 아닌 민간의 개발 요구에 부합하는 당선자를 바라는 게 승산이 있다고 봤던 것”이라면서 “박 시장의 변고가 사회적으로는 안타까운 일임엔 틀림없지만, 매각을 추진함에 있어 실낱같은 희망이 생긴 것과 다름없기에 추이를 지켜보기로 했다”고 귀띔했다.

한편, 해당 부지 매각이 내년 보궐선거 이후 재추진되느냐는 시사저널e의 질의에 한진그룹 측은 “시기를 특정하는 등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지는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회사 관계자는 “시의 제안을 수용하기 힘든 상황에서 시가 입장을 바꾸지 않는 이상 사업진척이 힘든 것은 사실”이라면서 “이에 민간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송현동 부지 매각을 추진할 계획이지만 시기를 특정하지는 않았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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