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식 매각 사업으로 1조원 규모 자금 확보···채권단과 약속한 2조원 자본 확충 달성
송현동 부지 매각 후순위로 밀릴 것으로 예상···내년 서울시장 선거 결과에 따라 공원화 계획 백지화 가능성도

서울시가 종로구 송현동에 공터로 있는 대한항공 부지를 도시계획시설상 '문화공원'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28일 밝혔다. / 사진=연합뉴스
 대한항공이 보유한 송현동 부지 모습. / 사진=연합뉴스

대한항공이 한앤컴퍼니에 기내식 사업을 매각하며 1조원가량의 자금을 마련했다.

기내식 사업 매각이 완료되면서 송현동 부지 매각에 대한 시름을 덜게 됐다. 당장 자금확충이 시급했던 대한항공은 그동안 서울시에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였으나, 이번 사업부 매각을 통해 자본 문제를 해결하면서 송현동 부지 매각도 새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4월 대한항공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1조 2000억원 자금 지원에 대한 대가로 내년말까지 2조원 규모의 자본 확충을 약속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달 유상증자를 통해 1조127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으며, 이번 사업부 매각으로 2조원 목표를 채우게 됐다.

앞서 대한항공은 자본확충을 위한 자구 노력의 일환으로 송현동 부지, 왕산마리나 운영사인 ㈜왕산레저개발 지분 등 자산 매각을 진행해왔다.

이 중 송현동 부지는 자본 확충안의 핵심으로 대한항공은 송현동 부지 매각을 통해 최소 5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서울시는 송현동 부지를 공원화하겠다고 밝히며 부지 보상비를 시세보다 저렴한 4761억원에 책정했다. 게다가 지급금을 2022년까지 2년간 분할 지급하고, 내년에는 부지 보상비의 10%만 지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송현동 부지는 지난 2008년 대한항공이 2900억원에 매입해 한옥형 특급호텔을 포함한 복합문화단지 개발을 추진했지만, 법규상 학교 인근에 호텔을 지을 수 없어 공터로 방치돼왔다. 현재 업계에선 송현동 부지 가치를 5000억~7000억원으로 보고 있다.

양 측 입장이 엇갈리자 지난 20일 국민권익위원회는 대한항공과 서울시에 대한 중재회의를 열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앞서 지난 6월 12일 대한항공은 권익위에 서울시의 문화공원 추진으로 송현동 부지 매각 작업에 피해를 봤다며 행정절차 중단을 서울시에 권고해달라는 고충민원을 냈으며 지난 12일에도 의견서를 통해 재차 촉구했다 .

권익위는 양측 입장 차이가 큰 만큼, 민원 처리 시한을 내달 12일까지로 연장하고 양측 입장을 좁혀 절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업계에선 대한항공이 기내식 매각으로 여유를 갖게 된 만큼 서둘러 송현동 부지를 매각하기보다는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를 바라보는 것이 낫다고 보고 있다. 새 서울시장에 따라 송현동 부지의 공원화 계획 자체가 무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원화 계획이 백지화될 경우 서울시 외에도 다른 기업들도 입찰에 참여할 수 있어 송현동 부지가 제값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회사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시의 공원화 계획 발표 전에는 4~5곳에서 입찰 의사를 보였으나 서울시 발표 이후 입찰의사를 모두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전날 대한항공은 서울 중구 서소문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한앤컴퍼니에 9906억원에 매각하는 영업양수도 계약을 맺었다. 대한항공은 한앤컴퍼니가 설립할 신설법인에 기내식 사업을 양도하는 대신 신설 법인의 지분 20%를 취득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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