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사·이통사·시민단체 입장 차 여전
“단통법 문제 일부 해소 가능”

지난 20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분리공시제' 도입을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사진 = 연합뉴스
지난 20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분리공시제' 도입을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사진 = 연합뉴스

제21대 국회에서도 ‘분리공시제’ 도입 논의가 재점화될 전망이다. 최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분리공시제 재추진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통3사와 제조사가 이를 반대하고 소비자단체는 도입을 강력히 주장하는 등 견해 차는 크다. 

22일 통신업계 및 방통위에 따르면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지난 20일 진행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분리공시제’를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내놓은 가계통신비 절감 7대 공약 중 하나인 분리공시제는 휴대폰 판매 시 전체 보조금에서 이동통신사의 지원금과 제조사의 장려금을 따로 공시하는 제도를 말한다.

현재 휴대폰 구매자에게 주는 공시지원금은 제조사와 통신사가 분담한다. 제조사의 장려금을 통신사의 지원금에 포함해 공시하고 있다. 분리공시제는 이를 분리해 공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단말기 구매자에게 20만원의 지원금을 줬다면 통신사 10만원, 제조사 10만원 등으로 지원금의 출처를 투명하게 공개하자는 것이다.

분리공시제는 지난 2014년 10월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시행령에 포함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쳤지만 삼성전자 등 제조사의 반발로 인해 규제개혁위원회에서 부결된 바 있다.

방통위는 단통법 시행 초기부터 분리공시제의 필요성을 공감했었고 지난 19·20대 국회에 분리공시제 도입에 관한 법안도 제출됐지만 법안이 폐기되는 등 답보 상태에 머물렀다.

이번 한상혁 위원장의 재추진 시사로 제21대 국회에서도 분리공시제 도입에 대한 논의가 재점화할 것으로 보이지만 제조사·이통사·시민단체 등 이해관계자의 입장 차가 여전해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분리공시제에 대해서는 제조업계의 반발이 크다. 휴대폰 제조사들은 판매장려금이 공시될 경우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제조사의 영업비밀이 유출되는 셈이라며 난색을 표명한 바 있다.

이통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역시 분리공시제 도입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과거 이통사는 분리공시제가 단말기 출고가 인하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어 소비자 이익 증진을 위해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긍정도 부정도 아닌 입장으로 선회한 셈이다. 분리공시제 도입의 실효성이 부족할뿐더러 경영 전략의 일부인 마케팅비를 공개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이 된다는 입장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분리공시제를 도입하면 제조사 입장에서 단말기 출고가 인하 압박을 받을 수는 있을 것이다. 다만 통신사와 제조사의 공시지원금 인상 시기에 차이가 발생하면 소비자 불편함이 가중될 수 있다”며 “전체 공시지원금은 같은데 분리하는 것이 실제 소비자들이 받는 혜택 총액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통신사 관계자는 “경영 전략의 일부인 마케팅비를 공개한다는 점에서 통신사에도 부담될 수 있어 달갑지 않다”며 “제조사들처럼 강력히 반대하지는 않겠지만 이런 부담에 대해선 이견이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반면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그동안 단말기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대안으로 분리공시제 시행을 강력히 주장해왔다. 분리공시제가 도입되면 지원금이 휴대폰 출고가에 얼마나 반영되는지 알 수 있는 만큼 출고가 거품이 빠질 것이란 주장이다. 최근 분리공시제 구체적인 이행 계획을 알려달라는 내용의 공개질의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참여연대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이기도 한 ‘분리공시제’는 정작 방통위 연간 업무계획에서는 매년 제외되고 있으며 구체적인 추진계획이나 의지를 찾아볼 수 없다”며 “방통위가 추진해온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제도개선협의회’에서도 공시지원금 세분화 및 차별화 등에 대한 논의는 진행되었지만 분리공시제 도입에 대한 결론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통신업계 전문가들은 정부에서 의지를 가지고 분리공시제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행 단통법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으며 완전자급제 도입으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이유다.

황동현 한성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는 “소비자에 투명하게 공개돼야 그것을 보고 판단을 할 텐데 현재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 선택이 이뤄지고 있다. 분리공시제가 도입되면 실제 단통법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이며 ‘깜깜이’로 지적되던 통신사와 제조사가 통신비 및 단말기 가격을 묶는 방식이 해소될 수 있다”며 “정부에서 조금 더 강력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분리공시제는 완전자급제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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