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속적 한미 관계, 대등한 동맹으로 발전해야
힐러리 클린턴 “미국은 한반도 통일 원하지 않는다”
볼턴 “아베, 종전선언 말려”

국가적 명운이 걸린 한반도 평화가 위기에 처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우리가 확실히 알게 된 점이 있다. 한반도 평화는 미국 등 남이 만들어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사활을 걸고 추진한 한반도 평화와 번영, 비핵화가 다시 어려움에 처했다. 최근 북한은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이유로 개성 남북공동연락소 건물을 폭파했다. 이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과 개성공업지구 군대 전개 등 대남 군사행동 계획 보류를 밝혔지만 남북 간 통신선은 여전히 단절돼 있고 남북 관계는 후퇴했다.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를 위한 북미 간 협상도 정체돼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차 북미정상회담 추진에 긍정적 의사를 비쳤으나 동시에 북한이 이미 거부한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다시 꺼내들었다. 이에 북한은 3차 북미회담을 사실상 거부했다.

문 정부 이후 3차례 남북정상회담과 2차례 북미정상회담 등으로 진전됐던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가 후퇴한 원인과 과정을 돌아봐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평화와 번영을 위한 길을 다시 걸어갈 수 있다.

남북 및 북미 관계가 후퇴한 것은 진정성 없는 미국의 자세, 한국 정부의 나약한 의지가 주요 원인이었다.

미국은 한반도의 평화를 진정 원하는 태도를 보여주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회담과 협상을 재선 등 정치적 기회로 이용했다. 특히 비핵화 협상에서 동시적·단계적 조치가 아닌 제재 유지 및 강화에 집중했다. 국내외 여러 전문가들은 북한의 비핵화는 장시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이뤄질 수 밖에 없고, 북미 간 신뢰를 높여 비핵화를 완성시키기 위해 동시적 보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핵실험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중단 등에 나섰으나 트럼프 대통령과 실무진들은 오히려 제재 유지와 압박 강화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1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약속한 한미연합훈련 중단도 지키지 않았다.

미국은 남북 정상이 합의한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에 따른 남북 협력도 가로막았다. 2018년 8월 미국이 주도하는 유엔사는 남북 정상이 합의한 철도 협력을 위한 경의선 철도 북측 구간 현지 조사를 막았다. 미국은 우리 정부의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한 독감 치료제 타미플루의 대북 전달도 못하게 했다.

트럼프 대통령 뿐 아니라 미국 정부와 정계 기득권이 한반도 평화에 진정성을 가지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힐러리 클린턴은 대통령 후보시절인 2013년 골든만삭스 비공개 연설에서 “우리는 한반도의 통일은 바라지 않는다. 다만 북한이 남북관계를 완전히 깨트릴 정도의 사고만 치지 않으면 된다”고 말했다.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에 따르면 힐러리는 “북한이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적절히 유지하면서 미국의 존재감을 부각시켜주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2017년말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핵버튼’을 운운하며 한반도에서 전쟁 위기를 고조시켰다.

미국은 한반도 긴장과 북한의 도발을 이용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서 여러 이익을 거두고 있다. 사드 등으로 북한과 중국을 견제하고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한국에 비싼 최첨단 무기를 팔고 방위비 분담 협상에서도 지금 상황처럼 기존보다 몇 배나 올려달라면서 유리한 위치에 서 있다.

일본 정부도 한반도의 평화를 원하지 않았다. 존 볼턴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회고록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1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미국과 북한의 종전을 공식 선언하려고 했으나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찾아가 이를 사실상 반대했다고 주장했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인들은 매우 거칠고 약삭빠른 정치인들이다. 그들은 옛날 방식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북한에 대한 압박과 호전적 입장을 부추겼다. 결국 6.12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종전선언이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보다 더 큰 문제는 우리 내부에 있다. 한반도 평화의 당사자인 한국 정부는 미국 눈치를 보느라 할 수 있는 일도 하지 않았다. 대북 제재와 관련이 없는 금강산 개별관광, 개성공단 기업인들 시설 점검 방문 요구 모두 불허했다. 남북 정상합의를 통해 군사적 적대행위와 전단 살포 중지를 선언했지만 한미연합훈련을 유지하는 등 지키지 않았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의지와 전략이 부족했다.

한반도 평화는 남이 만들어 주지 않는다. 미국과 일본, 중국 등 다른 나라는 그들의 국익을 위해 움직일 뿐이다. 그러나 이 땅에서 군사적 위기감이 높아지면 최대의 피해자는 우리 국민들이다. 평화가 없으면 번영도 어렵다.

대등한 한미 동맹 관계, 주권 국가로서의 정책 수립과 이행이 필요하다. 그래야 남북관계 파탄과 제2의 사드 사태 등을 막을 수 있다. 국민과 평화, 국익이 최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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