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법상 野 협조 없이 출범·구성 등 불가능···野, ‘야당 추천위원’ 명단 제출 거부
與일각, 공수처법 일부 개정 주장도···통합 “독재적 발상, 불순한 시도 즉각 중단”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갈등을 겪었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출범, 구성 등 문제를 두고 여야가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갈등을 겪었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출범, 구성 등 문제를 두고 여야가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 시한(오는 15일)이 약 보름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부‧여당의 고심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현행 공수처법 상 야당의 협조 없이 출범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야당은 공수처 자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공수처장추천위원회 야당 의원 명단 제출도 사실상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2일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3차 추가경정예산안’ 국회 처리 후 7월 임시국회를 곧장 소집하고, 공수처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상정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민주당은 지난해 이른바 ‘패스트트랙 정국’ 속에 처리된 공수처법에 따라 오는 15일까지 공수처 구성을 마무리 짓고 공식 출범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공수처법에는 공수처장추천위원회 구성, 공수처장 확정 등이 출범 요건으로 포함돼 있지 않지만, 공수처가 신설 조직인 만큼 해당 요건들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 여야의 공통된 시각인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민주당은 통합당을 향해 야당 몫 공수처장추천위원 명단을 제출하고, 공수처장 후보(2명) 추천에 속도를 내자고 촉구하고 있다.

또한 지난달 24일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공수처장 후보 추천 공문을 수신한 박병석 국회의장도 공수처 출범에 지장이 없도록 해당 논의를 본격화할 것으로 여야에 주문한 상태다.

하지만 통합당은 초헌법적 기관인 공수처 신설에 여전히 반대하는 입장이고, 공수처가 문 대통령과 여당 측근‧친인척 등을 비호하기 위한 수단이 될 것이라는 여론전도 펼치고 있다. 아울러 공수처 문제 관련 헌법소원심판 등의 결과가 나오는 대로 공세를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여야의 명백한 입장차가 관측되면서, 공수처 출범 시한 내 구성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많다.

공수처장추천위원회 구성은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등 당연직 위원 3명과 여야가 각각 추천한 위원 2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돼야 하고, 공수처장 후보자는 위원 6명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야당의 협조 없이 여당이 단독으로 처리할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이다.

이에 민주당 일각에서는 공수처법을 일부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소속 윤호중 법제사법위원장은 이날 한 라디오인터뷰에서 “(통합당이 추천위원 추천 요청에) 응하지 않으면 사실 공수처 출범이 어려워지는 것”이라며 “그렇다면 오히려 공수처법 개정 명분을 통합당이 제공해주는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야당 교섭단체 몫’으로 명시된 야당 추천위원을 ‘야당 몫’으로 개정해 열린민주당, 정의당 등 야당에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윤 위원장은 공수처법이 시행도 되기 전부터 개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부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여야의 21대 국회 원 구성 협상이 불발되며 상임위원장을 독식하게 된 상황에서 공수처 출범‧구성 등에 불필요한 잡음을 애써 만들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공수처법 개정 주장은) 통합당을 향한 ‘압박카드’는 될 수 있겠지만, 실제 개정 절차를 밟는다면 생각지 못한 역풍을 맞게 될 수 있다”며 “공수처에 대한 공감대를 더욱 확대시키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공수처 단독 강행 주장 제기에 대해 통합당은 ‘독재적 발상’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민주당의 마음대로 하고 싶은 걸 다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읍 의원도 “민주당의 야당 무시한 공수처 출범 강행은 ‘독재적 발상’”이라며 “야당이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추천권마저도 빼앗아 버리겠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은 정권의 입맛에 맞는 공수처를 만들려는 불순한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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