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부동산 수익률 높으면 돈 풀어도 실물 산업에 안 가”
현장은 도산·해고 급증···아파트값은 오름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9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9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한 유동성이 실물경제로 가지 않고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고 민간의 빚만 늘렸다. 현장의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도산하고 노동자 해고가 늘었지만 아파트값은 오름세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부동산 보유세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을 강화하고, 중소기업 전용 대출을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부동산 수익률이 높은 상황에서는 정부가 돈을 풀어도 실물 산업으로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가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추경과 저금리에 나섰다. 실제로 정부는 회사채 매입과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저금리 대출 등에 나섰다.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0.5%까지 내렸다. 이에 시중의 유동성은 늘었다.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광의 통화량(M2 기준)은 약 3020조원으로 나타났다. M2가 3000조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광의 통화량은 시중 통화나 유동성 지표로 쓰인다.

그러나 정부와 한국은행이 공급한 유동성은 돈이 정작 필요한 산업이 아닌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갔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6월 넷째 주인 지난 22일 기준 전국의 주간 아파트값이 0.22% 올랐다. 전주 상승률 0.16%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6·17 부동산 대책의 효력발생일 이전에 거래가 몰렸다고도 볼 수 있지만 그 전에도 아파트 값은 상승세였다. 한국감정원이 지난 15일 조사 기준으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주간 아파트값은 0.16% 올랐다.

반면 실물경기는 어렵다.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5월 전(全) 산업생산은 전달보다 1.2% 줄었다. 5개월 연속 감소했다. 특히 광공업과 제조업의 충격이 컸다. 광공업 생산은 해외 수요 위축에 따른 자동차와 기계장비 등의 부진으로 전달보다 6.7% 줄었다. 제조업 생산도 전달보다 6.9% 줄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전달보다 4.6%포인트 하락한 63.6%로 11년 4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투자의 경우 설비투자와 건설기성 각각 전달보다 5.9%, 4.3% 하락했다. 

현장에서는 폐업과 해고가 늘었다. 소상공인의 폐업을 보여주는 노란우산 공제금 지급 건수는 지난 2월에서 3월 13일 사이 1만1792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0% 늘었다.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실업자 수는 전년동월대비 13만3000명 늘어난 127만8000명, 실업률은 0.5%포인트 오른 4.5%로 나타났다. 실업자와 실업률 모두 5월 기준으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99년 이후 가장 높았다. 5월 취업자수도 전년보다 39만2000명 줄었다.

이러한 자산시장과 실물경제의 괴리에 대해 경제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의 과도한 수익률을 낮춰야 실물경제의 투자가 늘어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부동산 보유세와 DSR 강화, 중소기업 전용 대출 확대 등을 꼽았다.

◇“보유세·DSR 강화해야 실물경기로 돈이 간다”

김주호 참여연대 팀장은 “부동산 수익률을 낮추면 돈이 부동산이 아닌 벤처기업과 소재부품장비 산업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며 “부동산 대출 규제 사각지대도 없애야 한다”고 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은 부동산 보유세가 세계적으로 낮다. 실효세율을 훨씬 높여야 한다”며 “공시 가격을 현실화해 주택가치에 비례해 세금을 내게 해야 한다”고 했다.

참여연대는 지난 29일 현행 종합부동산세율로는 투기 수요를 억제하지 못한다며 단계적 부동산 보유세율 강화, 공시가격 현실화를 통해 투기 심리를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도소득세도 2주택자 이상의 경우 60% 과세로 조정하고, 양도차익에 관계없이 비과세되는 1세대 1주택에 대해 양도소득세 비과세를 폐지해 양도차익을 노린 거래를 막아야 한다고 했다.

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장도 “코로나 유동성의 부동산 쏠림을 막기 위해선 부동산 수익이 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점진적으로 보유세를 높이고 주택 임대소득 과세를 정상화해야한다”고 했다.

또한 금융규제를 실효성 있게 강화해야 돈이 실물경제로 간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23일 시가 9억원이 넘는 주택은 대출자별로 은행권의 경우 DSR이 40%(비은행 60%)를 넘을 수 없도록 했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도 강화했다. 그러나 이는 신규 대출에 해당되고 규제지역에만 적용된다.

하 교수는 “돈이 부동산에만 맴돌고 있다. 돈을 생산적인 곳으로 보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우선 금융규제 차원에서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소득보다 터무니없이 많이 대출받지 못하게 해야 한다. DSR 규제가 모든 지역에 일관되게 적용해야한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현재 DSR규제는 신규 대출에만 적용되는 한계가 있다. 기존 대출 건도 만기가 돌아와 갱신할 때 DSR 규제 40%를 점진적으로 맞추도록 해야 한다”며 "9억원 넘는 주택에만 적용하는 기준도 점진적으로 낮춰야 한다"고 했다.

DSR은 소득대비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뿐 아니라 신용대출, 자동차 할부, 카드론 등 모든 대출의 원금과 이자를 더한 원리금 상환액으로 대출한도를 계산한다.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에 다른 대출의 이자만을 더한 부채로 대출한도를 계산하는 총부채상환비율(DTI)보다 엄격하게 대출이 이뤄진다.

돈이 필요한 산업 현장에 직접 가도록 중소기업 전용 대출 자체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대영 소장은 “중앙은행의 선별적 대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며 “한국은행이 시중은행의 중소기업이나 수출기업에 대한 대출 건의 경우 저금리로 지원해주는 방식이 가능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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