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연구조직 보건복지부 산하로 떼어가고 보건소가 여전히 방역업무 이어가···감염병 대응 주체 승격 취지 무색
코로나19 사태로 질병관리본부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정부의 코로나 대응이 긍정적 평가를 받게 하는데 일등공신으로 평가받는데요. 문재인 대통령도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해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시키겠다고 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행정안전부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법안을 입법예고하자 진보보수 할 것도 없이 각 계에서 반쪽짜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결국 문 대통령도 이번 개편안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는데요. 분위기 좋게 시작된 질병관리본부의 청 승격 이슈가 왜 이렇게 부정적으로 흐르게 된 것일까요.
논란의 핵심을 바탕으로 본질적인 이유를 정리하면 ‘감염병 대응 주체로 하려고 승격하는 것인데, 내용을 보면 여전히 질병관리청이 대응 주체가 맞는지 의심스럽기 때문’이라고 설명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국립보건연구원과 관련한 문제입니다. 조직개편안대로 하면 감염병을 연구하는 보건연구원 조직이 질병관리청이 아닌 보건복지부 산하로 가게 됩니다. 이게 논란인 이유는 2가지입니다. 우선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한 조직에서 감염병 연구 조직을 떼가는 것 자체가 비효율적이고 명분이 약하다는 것입니다.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승격하는 가장 큰 이유가 독립적인 예산과 인사권한을 갖고 좀 더 효율적으로 감염병에 대응토록 하는 것인데, 연구조직은 떼어가는 것이 앞뒤가 안 맞는다는 것이죠.
또 하나는 이 연구원 조직의 규모가 상당히 크다는 것입니다. 이 조직을 질병관리본부에서 떼어내 보건복지부 밑으로 붙이게 되면 질병관리본부는 말이 ‘청’이지 오히려 조직은 과거 위상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까닭입니다.
또 한 가지 논란거리는 신설될 질병대응센터와 관련한 문제입니다. 지금 행안부 안대로라면 질병관리청 산하에 질병대응센터가 신설됩니다. 방역 역량 강화를 위해 지역별로 설치되는데 방역업무는 여전히 일선 보건소들이 갖고 갑니다. 질병관리청이 감염병 대응의 총 컨트롤타워라고 생각하기 어렵게 만드는 부분 중 하나라는 지적입니다.
실제로 이번 코로나 사태 초기 몇몇 보건소들의 대응이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는데요. 계속 권한이나 기능을 질병관리청에 주지 않고 이원화 하는 것은 효율성만 따지면 문제가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한편 이번 사태와 관련해 코로나 사태로 큰 홍역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권한이나 기능을 놓고 싶어 하지 않아 하는 정부조직들의 이기적 모습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국민 생명까지 걸린 감염병 대응 문제는 효율성만 따져도 부족할 판인데, 이 상황에 권한욕심은 좀 과하다는 지적이죠.
문 대통령도 직접 나서 지적한 만큼 질병관리본부의 질병관리청 승격 문제가 끝까지 박수를 받으며 마무리 됐으면 합니다. 잘만 마무리 되면 정부의 큰 공으로 인정받고 칭찬받으며 끝날 일인데 그렇지 않으면 만들고도 계속 찜찜한 비판이 이어질 것 같네요. 기왕 시작 된 것 제대로 마무리 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