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빌라가 감성이 폭발하는 공간으로 변신하기까지. 전셋집에 확고한 취향을 담은 마케터 부부의 이야기.

 

사진=김덕창

비비드한 컬러들이 조화롭게 어울려 인테리어를 완성한 거실과 다이닝 룸. 부부와 고양이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기도 하다. 아내 이현주 씨는 원래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었는데 이곳으로 이사 온 후 집에 있는 시간이 더 즐거워졌다고.

 

첫눈에 반한 남산 뷰

1 통창으로 남산이 훤히 내다보이는 거실. 높은 층고와 탁 트인 전망 덕에 개방감이 느껴진다. 소파는 잭슨카멜레온, 검정색 램프는 아르떼 미데 메가 테라, 토끼 모양 의자는 퀴부. /사진=김덕창

 

이태원 번화가에서 언덕길을 오르다 보면 오래된 빌라들이 모여 있는 조용한 동네가 등장한다.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 특성상 이국적인 건축물이 꽤 많은 편. 이현주 씨 부부를 만나러 찾아간 빌라도 이국적 느낌이 물씬 풍기는 건물이 었다. 마케터를 업으로 하는 부부는 평소 용산에서 살아보고 싶던 생각을 실천에 옮겨 결혼 후 12번째 집으로 이곳을 골랐다. 15년 결혼 생활 중 12번의 이사라니! 보통 사람들은 엄두가 나지 않을 횟수지만 아내 이현주 씨는 살고 싶은 곳에서 살기 위한 모든 일을 사랑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한다. 이사도 집수리도 겁나지 않는다는 그녀는 부동산 앱에서 이 집을 발견하고 쾌재를 불렀다. “옥인동의 뷰가 좋은 빌라에서 6년을 지내다 한남동에서 1년 정도 살았어요. 동네도 집도 예뻤는데 창밖에 건물만 보여서 너무 답답하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이사 계획을 세웠는데 이 빌라를 발견하고 첫눈에 반했어요. 남산이 한눈에 보이는 뷰와 높은 층고가 마음에 들었어요. 이국적인 구조도 재미있고, 북향이지만 집이 환하고 포근해 보여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죠.” 전세 계약을 하면서 집주인이 오기사디자인의 오영욱 건축가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평범했던 오래된 빌라가 층고 높은 이국적인 공간으로 변신한 것도 과거 그가 살면서 고친 결과물이었다고. 부부의 눈에도 수리하고 싶은 낡은 부분들이 보였지만 전세라는 한계 때문에 욕실과 주방만 개조했다.

 

2 사용하지는 않지만 벽난로가 있어 이국적인 정취를 풍긴다. 벽난로 위에 걸어놓은 사진은 장우철 작가의 작품, 벽난로 왼쪽의 스피커는 제네바. 3 모듈 소파를 배치한 거실. 곳곳에 키 큰 식물들을 배치해 싱그럽다. 고양이용 캣휠은 창가에 배치했다. /사진=김덕창

 

 

공간에 스토리 입히기

1 해가 잘 드는 안방 침실은 나이가 가장 많은 고양이 토토가 좋아하는 공간이다.
/사진=김덕창

 

집 안에 들어서면 곳곳에 보이는 감각적인 소품들이 눈길을 끈다. 이현주 씨가 특히 아끼는 물건들은 오래됐 지만 지금의 디자인과 견줘도 뒤처지지 않는 매력을 가진 것들이다. 특히 이현주 씨는 세월의 흔적과 스토리를 간직한 예쁜 물건들을 보면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고. “저희 부부의 취향은 비슷한 면도 있지만 다르기도 해요. 저는 빈티지 가구를 좋아하는 반면 남편은 모던한 스타일을 추구하는 편이에요. 예전 집은 제 취향이 많이 반영된 편인데 이번 집은 서로의 취향을 골고루 허용하기로 했죠. 게다가 저희 마음대로 고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보니 이미 만들어진 공간에 어울리는 것들을 배치하는 데 중점을 뒀어요.” 이미 설치되어 있는 붙박이장이나 방문, 오래된 대리석 바닥들은 수리할 수 없지만 가구들을 최대한 어울리게 배치하며 공간에 멋을 더하는 것이 이 부부의 방식이다. 해가 잘 드는 안방은 원목 창틀이 부부의 취향에는 맞지 않았지만 비슷한 톤의 덴마크 빈티지 가구를 배치하고 다다미를 깔아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부드러운 느낌으로 조성했 다. 다이닝 공간의 높은 천장이 허전하게 느껴지자 남편이 직접 치수를 재어 철물점에 지붕 모양의 구조물을 주문 제작해 설치하는 수고도 아끼지 않았다. 그렇게 조금씩 보완하다 보니 부부의 마음에 흡족한 공간으로 매일 새로워지는 중. 이곳에서 얼마나 더 생활하게 될지 모르지만 그 기간만큼은 취향껏 가꾸고 사는 것이 부부가 추구하는 소소한 행복이다.

 

2 남편의 취향으로 꾸민 서재. 책장엔 책을 꽂는 것보다 평소 좋아하는 소품들을 두는 것이 그만의 서재 꾸미기 노하우. 러닝과 술을 좋아하는 남편의 취향이 엿보인다. 3 서재의 한편은 편히 앉아서 책을 읽거나 영상을 보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고양이 얼굴 쿠션은 평소 고양이를 사랑 하는 부부가 여행지에서 보고 한눈에 반한 것. /사진=김덕창
4 안방에 딸린 욕실은 정원 분위기를 만들고 싶어 초록색 타일을 골라 수리했다. 5 현관으로 들어서면 보이는 정면에 부부의 사진을 걸고 고양이 영국이와 똑같이 만든 인형을 두었다. /사진=김덕창

 

현관에 테이블과 함께 향수를 진열해두었다. 향수 뿌리는 것을 잊고 나가는 경우가 잦아 외출 직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낸 것인데 덕분에 집을 방문하는 이들도 들어올 때 좋은 향을 맡아 기분이 좋아지는 효과가 있다. /사진=김덕창
이태원에 살다 보니 앤티크 숍에서 멋진 물건을 만나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1920~30년대 만들어진 벽시계를 발견하고 마음에 들어 바로 구매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태엽을 감아 시계 밥(!)을 주는 재미가 은근 쏠쏠하다고. /사진=김덕창

 

남편이 서재에 고이 모시고 있는 마란츠 전축. 사회 초년생 시절 처음으로 보너스를 받고 큰맘 먹고 구매한 제품이라 애정이 크다. /사진=김덕창

 

다이닝 공간의 파란색 빈티지 루이스폴센 펜던트 조명도 사연이 있다. 심하게 찌그러져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던 것을 색깔이 마음에 들어 구매해 남편이 일일이 망치로 두들겨 감쪽같이 펴낸 것. 구매한 지몇 년이 지났지만 볼 때마다 흐뭇한 아이템이다. 빨간색 팬던트도 빈티지 제품을 구입한 것. /사진=김덕창

 

넓은 흰 벽을 갤러리처럼 꾸며보고 싶은 생각에 좋아하는 작품들을 걸었다. 남편이 좋아 하는 NOVO, 아내가 좋아하는 이지은 작가의 그림을 비롯해 다양한 작품을 진열해두었다. /사진=김덕창

 

 

리빙센스 2020년 05월호

https://www.smlounge.co.kr/living

기획 심효진 기자 사진 김덕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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