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경제평론가 “위기 대응, 재정확대·공공성 강화·노사 타협 필요”
“일자리 보호와 창출에 예산 집중···재정 뒷받침 위한 증세 합의 이뤄져야”
“탈세계화 가속화 대응"···"한은, 최종 대부자 역할로 손실 감수해야”

윤석천 경제평론가와 시사저널e는 현 경제위기 양상과 대응 방안에 대해 28일 전화 인터뷰를  했다. / 사진=윤석천
윤석천 경제평론가와 시사저널e는 현 경제위기 양상과 대응 방안에 대해 28일 전화 인터뷰를 했다. / 사진=윤석천

“지금 위기는 대공황 등 과거와 완전히 다른 복합적 위기다. 코로나19가 진정세에 들어가도 각국이 각자도생을 내세우며 한동안 글로벌 경제, 정치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 과다부채 문제도 있다. 이에 더욱 공격적인 정부가 될 수밖에 없다. 국가 역할이 커진다는 것이다.

재정확대는 피할 수 없다. 정부는 일자리 보호와 일자리 창출에 예산을 집중해야 한다. 의료, 돌봄 등 공공부문에서 일자리를 만들고, 그린뉴딜과 디지털뉴딜을 통해 민간에서 질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지도록 해야 한다. 이를 뒷받침하고 고령화와 자동화 등 복지 확대를 위해 증세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노사는 임금과 고용에 대해 서로 양보하고 타협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윤석천 경제평론가는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의 세계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다며 이에 대응하는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고 28일 시사저널e와 전화 인터뷰에서 밝혔다.

윤 평론가는 자본주의와 경제 성장주의의 진실을 들여다보고 동시대인이 겪는 아픔을 함께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합리적 추론을 바탕으로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러한 바탕 위에 여러 매체와 정부의 정책브리핑에 경제 관련 칼럼을 쓰고 강의를 하고 있다. ‘경제기사가 말해주지 않는 28가지’, ‘부의 타이밍’, ‘화폐 대전환기가 온다’ 등의 책을 썼다.

코로나19가 촉발한 위기의 본질이 무엇인가?

과거와 완전히 다른 복합적 위기다. 경제위기 양상이 대공황 등 과거와 다르다. 미국 대공황 당시 ‘아이젠하워 침체’ 때 당시 연률로 따져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10% 이상 하락했다. 그런데 올해 미국 2분기 GDP 감소폭이 전분기 대비 35%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국들의 경제가 멈춰 섰기 때문이다.

3분기에 코로나가 진정세에 들어간다면 전분기 대비 GDP가 급증하더라도 위기 자체가 일단락 된 것은 아니다. 그 다음부터가 진짜 위기다. 글로벌 경제에서 각국이 각자도생을 내세우며 국가 간 연대가 허물어지고 있다. 유럽연합 연대도 과거에 비해 약해지고 있다. 한동안 글로벌 경제와 정치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 코로나 이전과 이후 세계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코로나 양상이 길어지면서 세계경제의 약한 고리인 개인과 기업의 과다부채도 건드리고 있다. 현재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나서 돈을 풀면서 신용위기를 막으려고 애쓰고 있다. 과다부채 문제는 봉합이 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중장기로 가면 인플레이션이나 자산시장 버블 문제 등을 일으킬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유동성 공급을 안 할 수도 없다. 재정여력과 신용도가 높은 주요 선진국들은 유동성 위기에 처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머지 신흥국들, 예로 브라질, 남아공, 터키 등 자국 화폐 가치가 달러 대비 낮아지는 나라들은 유동성 위기에 처할 확률이 높다.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더욱 공격적인 국가가 될 수밖에 없다. 국가역할이 커진다는 것이다. 일부에서 강하게 재정건전성을 염려하지만 재정 확대는 앞으로도 불가피하다. 재정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증세 합의도 필요하다.

우선 정부는 재정확대를 통해 돈을 적재적소에 써야 한다. 재정을 확대해 적재적소에 잘 쓰면 소비와 세수를 늘려 결국 국가채무비율도 낮출 수 있다. 코로나19가 한국에서 3월, 4월 기승을 부리면서 고용의 위기를 만들었다. 신규 취업자가 줄고, 실업자와 일시 실업자가 크게 늘었다. 3차 추경에서는 일자리 보호와 일자리 창출에 예산을 집중해야 한다. 지금의 위기 상황이 길어지면 약한 고리부터 타격 받는다. 이미 자영업자들이 타격을 받았고 이어 중소기업들이 위험해질 것이다. 이쪽에 예산을 집중해서 일자리와 기업을 보호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새 일자리를 만드는데 집중해야 한다. 우선 공공부문이 단기적으로 주가 될 것이다. 공공보건, 공공의료, 공공교육, 공공돌봄 쪽 일자리를 더 늘려야한다.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분야는 그린뉴딜이나 디지털뉴딜 등 혁신산업 밖에 없다. 도소매와 숙박음식업에서 줄어든 일자리를 양질의 일자리로 전환해야 한다. 그런데 민간 일자리 창출도 정부 주도로 그린뉴딜이나 비대면산업 등 정부가 돈을 쓰지 않으면 어렵다. 공공부문에서 흡수해야 한다. 정부는 공공데이터 처리 등에서 청년 일자리를 만들려고 하는데 일단 이런 방식으로 해나가면서 민간 일자리를 확충해 가야 한다. 

여기서 인식해야 할 것은 혁신성장이 그린뉴딜이든 디지털뉴딜이든 과거와 같이 고용창출 효과가 높은 산업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공 안전망 확대가 필요하다. 공공 안전망을 순차적으로 늘려나가는 방안이 강구돼야한다. 이 차원에서 정부는 소득 중심의 순차적 전국민 고용보험 확대를 위해 기술적 문제들을 해결해야한다.

한국 재정여력 어디까지 가능하나?

국가채무비율이 어디까지 괜찮은지에 대한 수치 기준은 사실 없다.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채무비율의 속도와 증가폭이다. 한국은 재정건전성이 비교적 양호하고 앞으로 더 늘려도 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원달러 환율이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국 통화가 달러 대비 얼마나 절하됐는지로 그 나라의 건전성을 판단할 수 있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원화 절하폭이 작다. 여전히 재정을 더 늘려도 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만약 원달러 환율이 폭등하면 외국 자본이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한국 주식이나 채권시장에서 외국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게 위험한데 지금은 원달러 환율이 안정적이다. 그만큼 한국 자산이나 원화가치에 대해 아직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이 불안함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원달러 환율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한 재정 여력이 있다.

원화가 안정적인 이유는 한국 경제의 건강성 때문이다. 한국은 GDP 성장률이 주요국들 가운데 1, 2위다. 마이너스가 되더라도 다른 나라에 비해 감소폭에 매우 작다. 또 한국이 유동성을 많이 풀고 있지만 미국, 유럽, 일본 등 다른 기축통화국들은 우리의 몇 배로 돈을 폭발적으로 풀고 있다. 이에 한국 원화가 상대적으로 안정성, 건강성을 유지하고 있다.

3분기부터는 경제가 느려도 재개될 것이다. 미국, 유럽이 봉쇄를 풀면서 지금보다 숨통이 트일 수 있다. 물론 2019년 수준의 성장률로 경제가 회복하기는 어렵다. 다만 4, 5월 같은 최악의 수순은 지나고 있다. 한국 수출도 확 늘지는 않겠지만 최악은 지나가고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다만 신흥국의 돌발적 위기 발생 여지는 있다. 유럽이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이런 것들이 돌발 변수가 되면서 신흥국 일부에 위기가 닥치면 원달러 환율이 일시적으로 상승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이런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상승해 한국 경제가 위기에 처한다고는 볼 수 없다.

재정 확대를 위한 증세 합의를 말했다

코로나 위기와 고령화, 자동화 시대에서 재정 확대는 피할 수 없다. 재정건전성을 지키려면 증세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기축통화국인 미국, 유럽, 일본은 돈을 풀 수 있으니 증세 압박이 덜 할 수 있다. 한국은 그렇지 않다.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해 경기를 부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번과 같은 위기가 앞으로 없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고정성 복지 부담은 계속 늘어난다. 인구 고령화, 산업 자동화는 구조적 현상이다. 자동화 등으로 혁신 산업이 많은 일자리들을 만들지 못한다. 거기서 탈락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혁신산업 분야의 일자리는 많이 배운 사람들 특화된 기술의 사람들만 취업이 가능하다. 과거처럼 산업이 느리게 진화할 때는 사람들이 거기에 적응할 수 있었다. 가령 용접 배우는 것은 오랜 기간이 필요한 기술은 아니었다. 그러나 앞으로 새 일자리는 사람들이 단기간에 습득할 수 없는 것이 많다. 좋은 일자리일수록 더 그렇다. 기존 전통산업 일자리에서 탈락한 사람이 혁신산업으로 전업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이들을 위한 사회안전망 확보도 필요하기에 복지 지출 비용을 불가피하다.

현재 자본소득 수익률이 노동소득을 앞지르고 있으며 이는 강화되고 있다. 생산수단을 소유한 자본가들은 자동화로 사람을 덜 쓰게 되면서 엄청난 이득을 거둘 것이다. 부익부빈익빈이 심화된다. 자산소득, 자본소득이 발생하는 곳에 증세가 집중될 수밖에 없다.

한국 뿐 아니라 다른 주요국들도 자산과 자본에 대한 과세 강화 움직임이 있다. 부동산 보유세, 자산세, 유럽 디지털세 등으로 엄청난 이익을 거두는 법인과 개인에 대해 지금보다 세금을 높여야 한다. 고소득자에는 더 많은 세금을 내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즉 직접세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 부가세, 휘발유세, 담배세 등 간접세를 올리면 조세저항은 좀 덜하나 소득재분배 효과가 높지 않다. 많이 버는 곳, 여력이 있는 곳에 증세해야한다.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지난 27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원청 사용자성 쟁취! 소수노조 교섭권 쟁취! 노동기본권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지난 27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원청 사용자성 쟁취! 소수노조 교섭권 쟁취! 노동기본권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화가 열렸다. 노사는 무엇을 해야 하나?

노사 합의가 돼서 노동자는 어느 정도 임금 감축을 수용하고, 경영자는 고용을 유지하면서 이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 같다. 지금 위기는 경영진 잘못이 아니다. 일자리를 한번 잃으면 다시 일자리를 갖기 어렵다. 한국은 기축통화국이 아니기에 미국처럼 급여에 지원하는 돈을 탕감해주는 강한 정책도 어렵다.

정부가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만들어 대기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조건은 90% 이상의 일자리를 6개월 유지하는 것이다. 노사가 임금과 고용 유지에 타협을 하면서 일자리 유지 기간을 6개월 이상으로 늘리는 방향이 필요하다.

코로나 이후 신자유주의와 공급망 등 재편 일어날까?

세계화는 일반적 상황이 아니다. 세계화와 탈세계화는 19세기말부터 반복적으로 일어났다. 경제사학자들은 1980년대부터 시작한 세계화를 3차 세계화라고 했다. 그러나 미중 무역갈등이 현실화되면서 다시 탈세계화가 시작됐다. 코로나19로 탈세계화는 가속될 것이다. 주요국들이 자국 우선주의에 집중할 것이다.

기업들 입장에서도 해외로 전진기지를 옮기는 것의 위험성을 인식했을 것이다. 어느 한 곳에 문제가 생기면 거기 공장이 셧다운 된다. 리스크 회피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자국 우선주의가 심화되면 타국 기업에 대한 배척도 심해질 수 있다. 기업들도 생산기지를 완전히 국내에 복귀시킬 수는 없겠지만, 핵심 기능은 자국의 품에 있는 것이 경쟁력을 지키는 방법임을 인식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탈세계화는 가속화될 것이다. 이는 자국 우선주의 폐해가 충분히 누적될 때까지 이어질 것이다. 우리나라가 경제 성장을 한 시기는 80년대, 90년대다. 우리는 탈세계화에 대한 경험 자체가 별로 없다. 이 부분에 대해 충분히 연구하고 대응해야한다.

위기 상황에서 중앙은행의 역할은?

중앙은행은 최종대부자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마지막 피난처가 돼야한다. 손실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이는 정부나 한국은행이나 마찬가지다. 한은은 정부가 발행한 국채매입에 나서야 한다. 특수목적기구를 통한 회사채 매입에도 적극 나서야한다. 사실 특수목적기구를 통한 회사채 매입 대상은 정크본드가 아니다. 어느 정도 신용이 있는 회사채만 매입한다. 한국은행의 손실위험 리스크가 높지는 않다. 그래도 손실이 발생하면 손실을 안아야 한다.

한은의 기준금리 0.25%포인트 추가 인하가 경제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금리를 더 낮추면 버블 문제가 악화될 수 있다. 시장에 금리를 낮춘다는 인식을 주면 과거 자산시장 폭등 양상처럼 유동성이 향할 곳은 뻔하다.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효과를 어떻게 보나?

효과가 분명히 있다. 일부 지자체와 언론에서 발표되는 것처럼 상권이 이를 통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다만 보편적 지급 방식은 반대다. 한계소비성향을 고려하면 부자들이 재난지원금을 받아 소비를 더 늘린다고 보기 어렵다. 한정된 자원을 서민층에게 더 많이 줬더라면 효과가 더 높았을 것이라고 본다.

상황이 또 안 좋아지면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검토해야 한다. 이번 긴급재난지원금의 데이터를 종합해서 1분위와 5분위의 소비성향 등을 연구해 어디에 어떻게 써야 효과적일지 연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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