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위축에 내수도 부진···기존 2.1%에서 대폭 하향
기준금리 0.75%→0.50%로 인하···금통위원 만장일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한국은행

한국은행이 올해 한국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을 공식화하고 경기 부양을 위한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8일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를 열고 한은 기준금리를 기존 0.75%에서 0.50%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지난 3월 16일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인하한 이후 74일만이다. 이번 금리 인하 결정은 금통위원들의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한은에 따르면 현재 세계경제는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경제활동이 제약되면서 크게 위축됐다. 미국의 4월 소매판매와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각각 16.4%, 11.2% 감소했으며 지난해 대비 글로벌 교역량 증가율도 1월부터 3월까지 매달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경제 역시 성장세가 크게 둔화됐다. 지난 1분기 민간소비는 전 분기 대비 6.4% 줄어들었으며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증가율도 각각 0.2%, 1.3%에 그쳤다. 고용 상황 역시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취업자수 감소폭이 3월 19만5000명에서 4월 47만6000명으로 크게 확대됐다. 금통위는 앞으로 국내경제가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당분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 2.1%였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0.2%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한국 경제의 실질 GDP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통계 편제(1953년) 이후 1980년(-1.6%)과 1998년(-5.1%) 단 두 차례뿐이었다. 만약 한은의 전망대로 흘러갈 경우 한국 경제는 무려 22년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경험하게 된다.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4%에서 3.1%로 상향 조정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코로나19 전개상황과 파급 영향 등은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경제전망은 (코로나19) 전개 양상에 대한 가정에 기초할 수밖에 없다”며 “세계 확진자 수가 2분기에 정점에 도달하고, 국내에서 대규모 재확산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결국 앞으로의 성장경로는 코로나19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좌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비자물가상승률 역시 석유류 및 공공서비스 가격 하락, 농축수산물 가격의 상승폭 축소 등으로 3월 1.0%에서 4월 0.1%로 크게 낮아졌다. 수요측면에서의 물가상승률을 보여주는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도 0.4%에서 0.1%로 하락했다. 금통위는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각각 0.3%, 1.1%로 제시했다.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가계대출 증가규모가 축소되고 있으며 주택가격의 오름세도 둔화되고 있다. 지난 2월과 3월 9조원대를 기록했던 가계대출 증가액은 4월 4조9000만원으로 줄어들었다. 4월 주택가격상승률은 0.3%로 전월(0.5%)대비 0.2%포인트 낮아졌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국내경제의 성장세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요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도 낮은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코로나19의 전개상황과 국내외 금융·경제에 미치는 영향, 금융안정 상황의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금리 이외의 정책 수단도 적절히 활용해 통화정책 운용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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