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개월 반만에 2000선 회복···‘V’자 반등 어렵다 전망 뒤엎어
풍부한 유동성에 급락장 기회 여긴 개인 투자자 유입 결정적 역할

국내 증시가 지난 3월 급락 당시 전망과는 다르게 가파르게 반등하는 모습을 보여 주목된다. 반등의 핵심 열쇠로 꼽혔던 외국인 투자자들의 귀환이 없었음에도 코스피는 2000선 회복에 성공한 것이다. 풍부해진 유동성에다 급락장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학습효과가 과거 약세장과의 차이를 만든 요인으로 평가된다. 

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급락한 지난 3월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코스피는 두 달 반만에 2000선을 넘어섰고 코스닥 지수는 700선을 돌파하며 올들어 가장 높은 위치에 올랐다. 현재로선 ‘V’자 반등에 성공한 모습이다. 

이번 반등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외국인 투자자의 귀환이 사실상 없었다는 점이다. 외국인 투자자는 월간 기준으로 지난 3월과 4월 유가증권시장에서만 각각 12조5500억원, 4조10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5월에도 지난 26일까지 3조5200억원어치를 팔아치운 상태다. 외국인의 귀환이 반등의 필수요건으로 점쳐졌지만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 나타난 것이다.

실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만 하더라도 외국인의 순매수 기조 전환이 증시 반등의 신호탄이었다. 코스피가 892.16까지 급락한 2008년 10월에 외국인은 한 달 동안 4조60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그러다 12월에서야 월간 기준 순매수로 전환했고 본격적인 반등이 있었던 2009년 3월에는 1조2736억원의 순매수를 보이면서 국내 증시 반등을 이끌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외국인이 아닌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증시 반등의 1등 공신이 됐다. 개인 투자자들은 증시가 급락한 지난 3월 19일 이후 이달 26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10조17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달 4일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하루 만에 약 1조7000억원어치를 사들이면서 일간 기준 역대 최대 순매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기관의 경우엔 지난 3월 이후 1162억원어치를 순매수하는데 그쳤다.

3월 19일~5월 26일 유가증권시장 기준. / 표=김은실 디자이너.
3월 19일~5월 26일 유가증권시장 기준. / 표=김은실 디자이너.

개인 매수세에서 특징적인 부분은 새롭게 유입된 투자자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회사에 일시적으로 맡겨 놓은 예수금인 고객예탁금이 급증했는데, 지난달 1일 고객예탁금은 47조6669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고객예탁금은 올해 1월 2일만 하더라도 29조8599억원 수준이었다. 고객예탁금은 지난 3월 24일 이후 40조원대에서 계속 머물고 있는 상태다. 

개인 투자자들이 이처럼 대규모 순매수에 나설 수 있었던 배경에는 우선 풍부해진 유동성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지난 2008년 이후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시중 통화량 지표인 M2(광의 통화)가 지난 3월 말 잔액 기준 2986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2008년 위기 당시인 10월에는 1416조원 수준이었다. 여기에 즉시 투입될 수 있는 유동성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M1(협의통화·즉시 현금화 가능한 자금)/M2 비율도 지난 3월 33.15%로 지난해 대비 1.82%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부동산 투자 자금 중 일부가 증권시장으로 흘러들어 간 것이 기존 급락장과 달랐던 부분으로 꼽힌다. 현대차증권이 지난 4월 발간한 ‘개미의 꿈’ 보고서는 개인의 순매수세를 일컫는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에 대해 “부동산 열풍에 따른 가격 상승으로 추가 차입을 통한 투자가 제한적인 상황이 되자 코로나19 사태가 개인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기회로 받아들여졌다”라고 풀이했다.

기존 급락장에서의 학습효과도 이 같은 매수세를 이끈 요인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동학개미운동의 기본 전략은 우량 기업을 급락장에 싸게 사서 추후에 상승했을 때 이득을 보겠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전략이 가능했던 것은 그동안 급락장에서 우량주들이 살아남으면서 가파르게 반등한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이번 반등장에서 시장보다 나은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 3월 급락 이후 삼성전자를 2조7271억원어치 순매수했는데, 삼성전자는 16.4% 오르는데 그쳤다. 코스피는 이 기간 40% 넘게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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