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코로나로 올해 어려운데 코로나 이전 전년 매출 기준으로 긴급대출 못해”
전문가들 “코로나 발생 이후 매출 급감한 현실 반영 못해” 지적
정부, 2차 긴급대출 프로그램 '지원 대상 기준' 논의 중

사진은 지난 4월 29일 오후 서울 명동의 한 가게 앞에 부착된 임시휴업 안내문. / 사진=연합뉴스
사진은 지난 4월 29일 오후 서울 명동의 한 가게 앞에 부착된 임시휴업 안내문. /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발생 전인 지난해 매출이 10억원을 넘는다고 해서 정부의 자영업자 긴급대출을 거절당했다. 지금은 코로나19로 매출이 90% 가까이 줄어 직원들도 내보냈다. 매달 수백만원의 임대료도 계속 내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 사태가 일어나기 전의 매출 기준으로 지원을 못 받는 것은 불합리하다.” (대구 A 음식점 사장 김아무개씨)

정부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하는 긴급대출 지원 대상 조건 가운데 ‘전년도 매출 기준’이 있어서 올해 발생한 코로나19 피해자를 제대로 지원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는 코로나19에 직접적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저리 긴급대출을 실행하고 있다. 소상공인 긴급경영안정자금 대출 등이다. 이를 이용하면 신용보증재단중앙회의 특례보증을 받아 1.5%의 저금리로 경영자금 대출이 가능하다.

그러나 정부는 지원 조건 중 하나로 업종마다 ‘전년도 매출 기준’을 각각 둬서 지난해 매출이 그 기준액을 넘지 않아야 대출이 가능하다. 음식점업의 경우 전년 매출이 10억원 이하여야 긴급대출을 받을 수 있다.

정부가 코로나19 발생 이전의 매출액을 지원 기준으로 둬 이에 해당하지 않는 이들은 코로나 사태 이후 어려움을 겪어도 저리 긴급대출을 이용할 수 없다. 

정부의 소상공인 긴급대출 특례보증을 이용하지 못할 경우 일반보증 대출을 이용해야 하는데 이 경우 금리는 최소한 3%대 이상이며 신용도에 따라 더 높아진다.

8일 김씨는 “대형 음식점을 운영하는데 지난해까지는 장사가 잘됐다. 직원들도 여러 명 뒀다. 그러나 올해 코로나가 발생한 이후 도시락까지 만들어 팔았지만 매출이 바닥으로 떨어졌다”며 “그런데도 작년 매출 기준 때문에 저리 대출을 이용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에 신용보증재단중앙회 관계자는 “매출액 기준을 둬서 영세업체 지원에 우선 집중했다. 다만 전년도 매출액이 기준으로 된 것은 정부와 논의하면서 제도상 문제도 있고 해서 그렇게 결정됐다”고 답했다.

현재 이러한 1차 소상공인 긴급대출 프포그램은 재원이 대부분 소진돼 사실상 마감했다. 정부는 2차 긴급대출 프로그램을 오는 18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2차 긴급대출 프로그램에서 코로나19 피해를 반영하지 않은 ‘전년도 매출 기준’이 다시 적용될 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2차 긴급대출 프로그램은 금리가 연 3~4%로 높아지고, 대출한도는 1000만원이다. 

2차 긴급대출 프로그램은 1차 때와 달리 신용보증재단중앙회가 아닌 신용보증기금이 참여해 보증에 나선다. 신용보증기금 관계자는 “매출액 기준과 그 매출액 적용의 연도 기준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금융위원회 등 정부와 이러한 조건을 현재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발생 이후의 매출액 기준 등을 새로 만들어 지원 대상을 현실에 맞게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연 매출 1억원이 넘으면 생계형이 아닌 사업형으로 볼 수 있지만 코로나19 발생으로 이러한 곳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이들 사업장에 고용된 이들도 있다”며 “연매출 기준을 완화하거나, 코로나 발생 전인 지난해 매출이 아닌 코로나19 발생 이후의 매출 기준을 새로 만들어 지원 대상을 확대해야한다”고 말했다. 강 처장은 “코로나가 발생한지 세 달이 지났으므로 이를 반영하는 새 매출 기준을 만들 수 있다고본다”고 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지금은 정상 상황이 아니라 위기 상황이다. 이를 반영하지 않고 정상 상황에서의 매출액, 그것도 피해 발생 이전의 기준을 그대로 적용함으로써 현실과 괴리가 생겼다”며 “코로나19에 따른 매출액 감소를 반영하는 새 기준 적용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정부와 신용보증기금은 2차 긴급대출 프로그램에서도 1차 때와 마찬가지로 기존 대출 연체자와 국세 및 지방세 체납자들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