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GBC 착공신고서 수리···일자리 등 막대한 경제 효과 기대
현대차, 코로나19 여파로 실적 부진 뚜렷···지난달 해외 판매율 70% 급감
“투자자 찾은 이후에 공사 본격적으로 시작할 듯”

글로벌비지니스센터(GBC) 조감도 / 그래픽=시사저널e DB
글로벌비지니스센터(GBC) 조감도 / 그래픽=시사저널e DB

서울시의 적극적인 협조로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숙원사업인 글로벌비지니스센터(GBC)가 다음 주부터 착공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GBC 준공까지 가는 과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현대차의 경영 상태가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GBC를 통해 막대한 경제효과를 기대하는 서울시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현대차가 등 떠밀려 사업을 추진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근 현대차의 GBC 착공신고서를 수리하고 착공 신고 필증을 교부했다. 이에 따라 GBC 건립을 위한 인허가 절차는 최종 마무리 됐다. GBC는 현대차가 3조7000억원을 투자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옛 한국전력 부지(7만9341㎡)에 국내 최고층인 지상 105층 규모로 짓는 신사옥이다. 부지는 2014년 10조5000여억원에 매입했다. 토지매입대금은 현대차가 55%, 현대모비스가 25%, 기아차가 20%를 부담했다. 현대차는 2026년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다음 주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코로나19로 인해 공사나 투자자 모집 등을 위한 여건이 우호적이지 않아 준공이 예정보다 늦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는 현재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지난달 해외에서 현대차의 판매량은 8만837대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70.4% 감소한 것이다. 여기에 주력 시장인 미국과 유럽지역의 판매망은 마비된 상태다. 자동차 업계는 해외 시장 판매 부진이 이달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전 세계 자동차 업체들이 코로나19의 충격을 넘기 위한 유동성 확보에 힘을 쏟는 상황에서 GBC 사업은 현대차 입장에서 당장 급한 사안은 아닌 셈이다.

또 코로나19가 사태가 진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이 선뜻 자금을 투입할지도 불투명하다. 현대차는 당초 계열사들로 컨소시엄을 만들어 GBC를 자체 개발할 예정이었지만 핵심사업인 자동차 분야에 주력하기 위해 계획을 수정했다. 특수목적법인(SPC)를 설립하고 투자자들을 유치해 공동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4조원에 이르는 대형 공사에는 설계나 시공 등 외국인 전문가를 비롯해 해외 인력들이 대거 필요하지만, 코로나19가 진정될 때까지 입국은 어려울 수 있다. 현대차가 착공 계획을 세웠더라도 실제 공사는 투자자를 갖춘 후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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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한 건 서울시다. 서울시는 그동안 GBC 사업에 대한 각종 행정절차를 단축시켜주는 등 적극적으로 협조해 왔다. 이는 GBC가 박원순 서울시장의 대표적인 핵심 서울 미래 먹거리 사업인 ‘서울국제교류복합지구’(SID) 사업과 연관성이 깊기 때문이다. SID란 현대차 GBC를 핵심으로 코엑스부터 잠실종합운동장으로 이어지는 199만㎡ 규모에 4가지 핵심 산업시설(국제업무,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전시·컨벤션)과 수변공간을 연계한 마이스(MICE) 거점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박 시장은 이를 토대로 경제효과 및 일자리 창출 두 가지 모두 잡겠다는 것이다. GBC는 이 같은 계획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서울시가 가장 기대하는 부분은 경제적 파급효과다. GBC로 인한 생산유발효과(도시행정학회 용역 결과 기준)는 27년간(인허가 2년, 건설 5년, 준공 후 20년) 264조8000억원이다. 신규 세수증가도 1조5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일자리 창출도 주목할 부분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GBC를 통한 직·간접적인 일자리 창출 규모는 122만명이다. 이는 서울시 전체 취업자 수(503만명·2018년 12월 기준)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숫자다. 사업별로는 ▲자동차 23만명 ▲건설산업 22만명 ▲숙박·판매 48만명 ▲금융·서비스 12만명 ▲금속 등 기계 제조업 18만명 등이다. 서울시 입장에선 GBC가 당장 눈에 보이는 경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중요한 사업인 셈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막대한 경제적 부가가치가 예상되기 때문에 서울시로서는 빨리 진행하고 싶겠지만 현대차 입장에서는 지금 GBC에 신경 쓸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서울시가 여러 방면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해주고 있는 데다, 오랜 인허가 과정으로 피로감이 쌓인 만큼 현대차가 일단 사업을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현재 상황이 복잡한 만큼 다음 주부터 본격적인 공사가 진행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착공 허가를 받은 신고자는 1년 내(최대 2년)로 공사를 시작하면 되기 때문에 현대차로서는 당장 급하지는 않은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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