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곳곳 코로나19 확진자 수십명 발생, 위기감 고조
쿠웨이트서 입국한 건설사 직원들 잇따라 확진 판정

 / 그래픽=시사저널e DB

중동 지역 내 국내 건설사들의 진출이 활발한 쿠웨이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건설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현장에선 수십명의 확진자가 발생해 공사가 중단되는 등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쿠웨이트에서 입국한 국내 건설사 직원들이 잇따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현지 직원들의 불안감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쿠웨이트에서 입국한 코로나19 확진자들은 모두 국내 건설사 직원들로 파악됐다. 2일부터 6일까지 쿠웨이트발 입국자 6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는 최근 일주일간 중동 지역에서 유입된 코로나19 확진자 중 가장 많은 숫자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이들이 쿠웨이트 내 건설현장에 파견된 한국인 근로자들로 현지에서 감염된 채 우리나라로 입국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방대본은 이들 6명을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시행한 결과 쿠웨이트 현지 또는 한국인 근로자들 사이에서 코로나19가 유행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최근 중동 지역에선 코로나19 확진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데, 쿠웨이트의 증가세가 유독 가파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날(6일) 기준 쿠웨이트 누적 확진자 수는 5804명, 사망자는 40명으로 집계됐다. 방대본은 쿠웨이트에 직원을 파견한 국내 건설사들에 현지 위험이 커지고 있는 만큼 직원들에 대한 감염관리에 주의를 당부했다. 현재 쿠웨이트에 진출한 국내 건설사는 현대건설, 삼성물산, GS건설, 대우건설, SK건설 등 50개사다.

현재 쿠웨이트 건설현장에선 코로나19가 이미 급격히 퍼진 상황이다.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이 공사를 맡은 ‘쿠웨이트 알주루 LNG가스 터미널 건설 프로젝트’ 현장에선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했다. 현재 20여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확진자는 모두 제삼국인으로 아직까지 한국인은 없는 상황이다. 발주처인 쿠웨이트 국영석유회사(KIPIC)는 현장에 셧다운(Shut-Down·일시적 업무정지) 명령을 내려 공사는 중지됐다. 모든 직원은 숙소에서 머무르며 본사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엔지니어링, 대우건설, 현대중공업, GS건설, SK건설 등 국내 대형건설사들이 공동으로 참여한 ‘쿠웨이트 클린퓨얼 프로젝트’ 현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20여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모두 외국 시공 협력업체 측 직원으로 알려졌다. 해당 업체 직원들은 출입이 금지됐다. 다만 국내 건설사 직원들은 현장에 계속 투입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직원들 사이에선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업계에 따르면 쿠웨이트발 코로나19 확진자 6명 중 모두 해당 현장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국내 건설사들의 직원들이다.

여기에 최근 중동 지역에서 국내 건설사 소속 한국인 주재원이 코로나19로 사망하면서 직원들의 불안감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지난 4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근무 중이던 국내 건설사 소속 50대 한국인 주재원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후 3주간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으나 병세가 악화돼 숨졌다. 건설사들은 발주처가 셧다운을 하지 않는 이상 현장 폐쇄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공기를 맞추지 못하면 막대한 지체보상금을 내야하기 때문이다. 쿠웨이트에 현장을 둔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중동이 보건의료 인프라가 취약한 만큼 불안을 호소하고 있는 직원들이 늘고 있다”며 “감염이 되면 한국으로 들어오기 힘든 만큼 현장에서 방역을 철저히 하는 등 예방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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