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 논의 민주당 이끄는 분위기···총선 공약으로 채택도
법사위 자구 심사권 폐지·패스트트랙 심사기간 단축 등 쟁점
野 “견제 역할 원천봉쇄”···與, 21대 국회 ‘1호 법안’ 채택 가능성

'일하는 국회법'이 20대 국회 임기 내에 처리될지 여부가 주목된다. /사진=이창원 기자
'일하는 국회법'이 20대 국회 임기 내에 처리될지 여부가 주목된다. /사진=이창원 기자

이른바 ‘일하는 국회법’이 20대 국회 임기 내에 처리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해당 법안 처리는 20대 국회가 여야의 첨예한 대치 속에 수차례 파행되며 국민적 비판을 받았던 만큼 향후 21대 국회가 변화된 모습을 보일지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야는 지난 4‧15총선 과정에서 ‘일하는 국회’를 일제히 강조했지만, 총선 이후 실질적인 논의는 일단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끄는 분위기다.

지난달 11일 박주민 민주당 최고위원이 대표 발의한 ‘일하는 국회법’의 주요 내용은 ▲상시국회 ▲국회의원 윤리조사위원회 설치 ▲윤리특별위원회 상설화 ▲상임위원회 정례회의 개회 의무화 ▲국민 법률 제정‧개정‧폐지 청구 ▲패스트트랙 심사기간 단축 ▲법제사법위원회 법률안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 ▲국회의원 불출석 징계 규정 신설 등이다.

해당 법안에서는 여야 갈등으로 인한 ‘국회 파행’을 최소화하고, 국회가 입법기관으로서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도록 만들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국회 상시 운영을 위해 임시국회는 정기국회의 회기가 아닌 매월 1일, 12월 11일에 개최하도록 하고, 연간 국회 운영 기본일정은 국회 운영위원회의 표결을 거쳐 정하도록 한 것은 기존의 여야 지도부간 국회 의사일정 합의가 오히려 원만한 국회 운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또한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률안 체계‧자구 심사권을 폐지하는 내용은 여야의 정쟁 속에 법안 처리가 지연되는 것을 막겠다는 의미다. 해당 내용은 관련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이 대체로 야당 몫인 법제사법위원장을 중심으로 ‘발목잡기’를 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내용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패스트트랙 심사기간을 45일로 단축하고, 본회의에 부의된 것으로 보는 날부터 45일 이내에 본회의에 상정하도록 한 점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지난 ‘패스트트랙 정국’ 당시를 볼 때 모든 이슈가 패스트트랙 법안에 함몰돼 국회의 기능이 멈췄다는 것이 민주당의 판단이다.

이와 같은 ‘일하는 국회법’ 내용을 민주당은 총선 과정에서 당 총선 공약으로 삼기도 했다. 때문에 민주당은 20대 국회 임기 내에 ‘국민과의 약속’인 해당 법안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총선 이후 “‘일하는 국회법’은 20대 국회가 국민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자 최고의 선물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면서, 야당을 향해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하는 국회법’에 대한 논의‧처리 등에는 좀처럼 탄력이 붙지 않는 분위기가 관측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대응 차원의 추가경정예산안 등 주요 쟁점들에 밀린 부분도 있고, 야당은 총선 ‘참패’ 이후 해당 논의를 할 수 있는 여력이 없는 모습이다.

게다가 패스트트랙 심사기간 단축,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 등 내용에 대해 야당은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 ‘거여야소(巨與野小) 정국’이 구성된 상황에서 해당 내용을 담은 ‘일하는 국회법’이 통과될 경우 야당이 제도적으로 정부‧여당을 견제할 방법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통합당 한 관계자는 “21대 국회에서 여당이 180석을 확보해 ‘독주’가 예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하는 국회법’은 야당의 역할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와 관련해서도 “지난 국회에서 ‘발목잡기’ 등으로 지적을 받아왔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법안 간 충돌, 위헌 등 여부를 가리기 위한 장치”라며 “개선이 아닌 무작정 없애려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와 같은 주장에 대해 민주당은 여야가 일제히 강조해왔던 내용을 뒤집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또한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 심사권을 폐지하고, 이를 관련 상임위원회에 맡겨도 본래의 취지를 지킬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아울러 민주당은 20대 국회에서 야당의 반대로 ‘일하는 국회법’이 처리되지 못할 경우 21대 국회의 우선 처리 법안으로 상정해 처리한다는 방침도 내비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21대 국회를 시작하며 ‘개혁’, ‘새로움’ 등을 강조해야 하는 만큼 민주당이 해당 법안을 ‘1호 법안’으로 채택하고 통과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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