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3주구, 최정상급 삼성물산 VS 대우건설 빅매치 놓칠 새라 조합원 단속 강화
신반포21차는 반포 터줏대감 GS건설과 재건축 첫선 포스코건설과의 대결

신반포15차 시공사 재선정총회를 시작으로 최근 반포에서 시공사 선정을 위한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신반포15차 시공사 재선정총회를 시작으로 올 봄, 반포에서 시공사 선정을 위한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국내 최정상 건설사들의 반포 재건축 사업권 사수를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하루 전 3파전이 열린 신반포15차 시공사 재선정 총회는 5년 만의 귀환으로 좌중을 압도한 삼성물산의 압승으로 싱겁게 끝이 났다. 그러나 앞으로 남은 사업장의 분위기는 다르다. 반포1단지 3주구와 신반포21차는 아직 시공사 선정 총회까지 약 한달 여 시간이 남은 만큼 형세는 어느 한쪽으로의 치우침 없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입찰에 참여하는 건설사들은 조합원의 환심을 살 수 있는 입찰제안서에 힘을 주는 모습이다. 또 조합은 모처럼 맞은 기회를 과도한 수주경쟁에 따른 위법 발각으로 잃지 않기 위해 각별히 유의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외부에서 보기에는 과당경쟁과 금품‧향응 제공이 대폭 줄어 잠잠해 보여도, 인근 공인중개업소들은 반포, 잠원, 방배, 잠실 등에서 시공사 선정 총회가 줄줄이 이어졌던 지난 2017년 하반기 못지않은 열기가 느껴진다고 말한다. 특히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실물경기 위축, 주택시장 안정을 꿰하는 정부 기조로 서울 부동산 시장은 침체기를 맞고 있지만 이들 사업장은 한껏 달아올랐다.

◇“최정상급 시공사 놓치지 말라”···반포3주구, 불법홍보 경계 또 조심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반포15차 시공사가 결정됨에 따라 정비업계의 시선이 반포1단지 3주구로 쏠리고 있다. 본입찰 성립요건이 안 돼 HDC현대산업개발과 수의계약으로 계약 진행했다가 소송 난타전을 벌인 조합으로썬 건설업계 거물들이 본입찰에 참여한 이번 기회를 잃지 않기 위해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심정으로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반포3주구 조합은 지난 14일 서초구청에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이 조합에 제출한 입찰제안서를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 입찰이 적법하고 하자가 없는지에 대해 검토하는 차원에서다. 서초구청에서는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조합에 추가 자료를 요청함에 따라 검토절차가 다소 지연되고 있다. 조합은 이 과정을 마무리하고 나면 내달 19일 합동홍보설명회를 개최하고 20일 단지 내 두 시공사의 홍보관을 설치해 관람하도록 할 계획이다. 그리고 30일 시공사 선정총회를 열고 시공사 선정을 마무리하게 된다.

반포3주구는 구반포로 초입, 9호선 구반포역 역세권 대단지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인근 단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떨어졌다.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에서도 번번이 한 건설사만 단독입찰 하면서 본입찰이 성립되지 않았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조합을 비롯, 조합원은 본입찰이 성립된 이번 기회를 고무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노사신 조합장은 하루 전인 23일 조합원들에게 “국내 최정상급 시공사 두 곳이 입찰 참여하게 된 건 매우 큰 기회”라며, “반포1단지 3주구는 입찰마감 이전 서초구청으로부터 불법홍보 관련 두 차례나 공문을 받은 바 있는 만큼 시공사와의 개별 접촉은 각별히 유념하라”는 내용을 담은 문자를 보냈다. 그러면서 한남3주구와 같이 입찰무효와 재입찰을 하게 되거나, 그 이상의 불이익을 넘어서는 훨씬 더 큰 불이익을 본보기로 당할 수 있다는 점을 늘 염두에 둘 것도 당부했다. 시공사로부터 작은 선물 등을 주고받는 등의 소탐대실로 대형 건설사가 입찰한 큰 기회를 놓칠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조합은 서초구청에 현장신고센터 설치를 해줄 것을 요청하고 구청과 협의 중이다. 조율이 되면 단지 내에 서초구청 직원이 상주하는 불법광고 현장 신고센터가 설치될 예정이다.

한편 삼성물산은 하루 전 인근 신반포15차에서 압도적 표 차이로 시공권을 확보한 것을 무기삼아 반포3주구 수주에 임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이곳의 단지명을 ‘트릴리언트 반포’로 제안하고,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의 세계적 관광명소인 가든스 바이 더 베이가 연상되는 조경을 도입한 설계안을 전격 공개했다. 대우건설은 신반포15차에서 시공권 지위를 박탈당하며 다친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분양가 규제에서 자유로운 재건축 리츠사업까지 제안하는 등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신반포21차 2파전···포스코건설 ‘후분양 금융비용’ 부담 VS GS건설 ‘자이 타운’ 완성

신반포21차 재건축 수주전에는 포스코건설과 GS건설이 맞붙었다. 신반포21차 재건축 사업은기존 108가구를 헐고 지하 4층∼지상 20층, 2개 동, 275가구를 새로 짓는 사업이다. 공사비는 1020억원으로 다른 강남권 사업장과 비교해 규모는 크진 않지만 지하철 7호선 반포역 초역세권 단지인데다 경부고속도로 잠원IC 진입이 수월한 요지에 자리하고 있는 강남권 알짜 입지에 위치해 두 건설사의 경쟁이 치열하다.

가장 적극적인 행보에 나선 건설사는 포스코건설이다. 포스코건설은 신반포21차 조합에 후분양 금융비용을 부담하겠다고 제안했다. 통상 선분양을 하게 되면 일반분양분 수입으로 공사비를 조달하는데, 포스코건설은 골조공사까지의 모든 공사비를 자체 자금으로 충당하겠다는 것이다. 조합은 입주 때까지 중도금과 공사비 대출 부담을 덜 수 있다. 앞서 조합은 선분양을 할 경우 분양가 상한제로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는 만큼 후분양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포스코건설이 먼저 파격적인 제안을 한 이유는 올해 들어 정비사업 수주 실적이 부진해졌기 때문이다.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도시정비사업 부문에서 2조7452억원어치의 수주고를 올려 업계 2위를 기록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단 한 건의 정비사업도 수주하지 못했다. 지난 1월에는 4160억 원 규모 부산진구 범천 1-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수주전에 참여했지만 조합원 다수의 지지를 받은 현대건설에 시공권을 내주며 고배를 마신 바 있다.

포스코건설은 이미 잠원현대 훼미리아파트(리모델링)과 신반포18차(재건축)의 시공권을 확보한 만큼 신반포21차 통해 마수걸이 수주는 물론 강남권 정비사업 시장 확대의 교두보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더샵 갤러리’를 연 것도 신반포21차 재건축사업을 포함해 강남 정비사업 시장 확대를 위한 의지로 읽힌다. 포스코건설이 서울 강남권에 홍보관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올 초에는 아파트 브랜드 ‘더샵’을 11년 만에 리뉴얼한 ‘더샵 3.0’을 선보이기도 했다.

GS건설의 수주 의지도 만만치 않다. 신반포21차 위쪽으로는 2017년 시공권을 따낸 한신4지구(3685가구)가, 바로 건너편에는 반포 랜드마크로 불리는 반포자이(3400세대)가 자리하고 있다. 동쪽으로 300m 정도 떨어진 곳에는 2018년에 준공한 신반포자이(607세대)가 있다. GS건설은 신반포21차를 수주해 반포역 일대를 기존 자이 아파트들과 함께 자이 브랜드 타운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신반포21차 재건축 조합은 다음 달 총회를 열고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한 달 여를 앞둔 만큼 두 건설사의 수주 경쟁은 더욱 치열해절 전망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포스코건설은 국내 사업을 통해 해외사업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선 국내사업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반포 재건축 왕자로 불리는 GS건설을 꺾는다면 강남권 재건축 시장에서 입지를 다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대로 GS건설이 이길 경우 자이 타운 형성은 물론 앞으로 인근에서 진행될 정비사업 수주전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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