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월 성범죄 관련 법안 약 14건 발의···성폭력·디지털 성범죄·아동 성범죄 등 처벌 강화 내용
당정, 디지털 성범죄 근절 입법안 논의 착수···재난기본소득 등에 밀려 처리 지연 가능성도

22일 강원 춘천지방법원 앞에서 지역 여성단체 회원들이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생산자와 유포자, 이용자의 강력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2일 강원 춘천지방법원 앞에서 지역 여성단체 회원들이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생산자와 유포자, 이용자의 강력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른바 ‘텔레그램 n번방 사건’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디지털성범죄, 성폭력 범죄,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제작 범죄 등 성범죄 관련 법안 발의가 쏟아지고 있는 분위기다. 또한 당정은 함께 성범죄 근절을 위한 입법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도 밝히고 있다.

하지만 4월 임시국회는 시작됐지만 여야 지도부가 좀처럼 국회 의사일정에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해당 법안들의 처리 여부는 요원해진 상태다. 특히 4월 임시국회는 20대 국회의 마지막 임시국회가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번에 처리되지 못할 경우 법안들이 모두 자동폐기돼 성범죄 법안 마련이 더욱 지연될 수밖에 없어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22일 국회 의안과에 따르면 지난 3·4월 성범죄 관련 법안은 약 14건이다. 이들 법안에는 성폭력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디지털 성범죄, 아동 성범죄 등을 근절하는 방안들이 담겨 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형법 일부개정법률안’,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아동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 6개의 성범죄 관련 법안을 동시에 대표 발의했다.

법안의 주 내용은 ▲다양한 형태의 악의적 성범죄(스토킹, 강간 모의, 성 착취물 등) 처벌 근거 마련 ▲상습범에 대한 가중 처벌 ▲아동·청소년에 대한 보호 강화 ▲음란물과 성 착취물 등 법적 개념이 오인·혼동된 법체계 개선 ▲가해자 신상 공개 대상 범죄 추가 등이다.

무엇보다 해당 법안은 ‘n번방 사건’에서 성범죄 가해자들이 자신들의 범죄를 합리화하기 위해 들고 나왔던 ‘미성년자 피해자들의 동의 여부’의 경우 ‘미성년자의제강간죄’(13세 미만의 사람을 간음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의 연령 기준을 만 16세 미만으로 개정하도록 규정해 눈길을 끈다.

민주당 디지털성범죄대책단장을 맡고 있는 백혜련 의원도 성범죄 관련 법안을 다수 대표 발의했다. 백 의원의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서는 영리를 목적으로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을 판매·대여·배포·제공하거나, 이를 목적으로 소지·운반·공연·전시하는 경우 현행 ‘10년 이하 징역’을 ‘5년 이상의 징역’으로 강화했다.

또한 영리 목적이 없더라도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의 처벌 기준을 ‘3년 이상의 징역’으로 개정하고, 음란물을 소지한 자의 경우 현행 ‘1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도 ‘1년 이상의 징역’으로만 처벌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의원들의 성범죄 관련 법 발의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당정은 함께 입법논의도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과 정부는 23일 국회에서 협의회를 열고 성 착취물 제작·유포 등 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 피해자 보호방안 등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입법안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민주당은 ‘n번방 사건’과 같은 성범죄 등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지난 총선 과정에서 주장해왔고,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디지털 성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법안 발의는 탄력이 붙고 있지만, 4월 임시국회의 의사일정이 잡히지 않고 있어 이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여야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의사일정을 확정할 계획이었지만, 총선에서 참패한 미래통합당이 당내 갈등을 빚으면서 회동 자체가 불발됐고 이후에도 의사일정은 확정되지 못한 상태다.

또한 여야가 재난기본소득, 종합소득세 등 쟁점에 대해 이견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성범죄 관련 법안들의 처리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해당 사안들에 대한 여야 합의가 없을 경우 본회의 개최 자체가 불발될 가능성이 있고, 신속하게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에도 성범죄 관련 법안은 후순위로 밀려 상임위원회 등 논의가 지연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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