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률도 높아…판로 개척 지원 ‘절실’

이미지=셔터스톡
이미지=셔터스톡

정부가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키로 한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콘텐츠 업계가 흔들린다. 제작·개발한 제품이 판매에 성공해 소득이 발생한 비율은 전체의 58.7%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VR·AR 관련 업체 폐업률 역시 15.6%로 다른 ICT 벤처기업 폐업률 대비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세한 국내 VR·AR 산업을 살리기 위해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최근 ‘가상증강현실 콘텐츠 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서 지난해 기준 국내 가상증강현실 사업체 수를 839개로 추정하며, 이중 96.2%인 807개 업체가 VR·AR 콘텐츠 제작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 매출 1000만원 미만 업체 판매 성공률 21.7%

조사에 따르면, VR·AR 관련 콘텐츠 제품이 판매에 성공해 소득이 발생한 비율은 58.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 규모 30억원 이상 업체의 경우 판매 성공률이 76.8%에 달하기도 했지만 매출 규모 1000만원 미만 업체 대상 조사에서 판매 성공률은 21.7%에 불과했다. 10개 콘텐츠를 만들면 2개만 팔려나간다는 의미다.

관광, 의료, 교육, 국방 등과 같은 기능성 콘텐츠의 판매 성공률은 70%로 높은 반면 애니메이션(43%), 테마파크(29%), 퍼블리싱(21.7%) 등의 판매 성공률은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이는 수요처 요구에 맞춰 제작되는 기능성 콘텐츠들과 달리 애니메이션, 테마파크와 같은 선 제작 후 판매가 주를 이루는 영역에서는 아직 수요 확보 및 판로 개척이 미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 임한 530개 업체 중 39.4%는 애로사항과 관련해 ‘시장 수요 부족 및 시장 불확실성’을 꼽았다. 업계 관계자는 “VR 콘텐츠 제작에는 일반 콘텐츠에 비해 높은 개발 비용이 소요되고, 콘텐츠 활용을 위해 메인 장비(HMD) 외에도 기타 장비와 그에 맞는 인력, 장소가 필요하기 때문에 소요 비용이 매우 크다”며 “그에 비해서 콘텐츠 활용(수요)에 대한 유효기간이 짧아 수익성이 너무 낮다”고 말했다.

VR·AR 사업 폐업률 역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폐업률은 15.6%로 이는 ICT벤처기업 폐업률 9.1%보다 6.1%포인트 높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국내 VR·AR업체들이 살아남기 위해선 가장 먼저 시장 활성화가 이뤄져야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정부 차원의 전시·박람회 개최, 홍보 등의 마케팅 지원이 보다 강화돼야한다는 입장이다.

◇ “개발 끝까지 완료할 수 있도록 지속 지원 필요”

아울러 전문 개발인력 양성 및 R&D 지원 역시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많은 업체들이 가장 시급한 정부 지원 방안으로 R&D 지원 강화와 전문 인력 육성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한콘진 관계자는 “현재 정부는 여러 R&D 지원 정책을 수립 및 시행하고 있는데, 관련 홍보가 더 필요해 보이며 인력 양성 방안 역시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명확한 가치판단을 통한 지원 대상 선정 및 장기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특성상 어디 한 분야에서 돈이 좀 된다 싶으면 많은 사람들이 뛰어든다. 이들은 아무런 준비 없이 또는 미비한 준비만으로 뛰어 들어 많은 실패를 맛보게 된다”며 “충분한 준비가 됐을 때 전력을 다해서 개발에 임하면 실패 확률이 낮아질 것이다. 정부가 회사 가치 판단에 조금 더 신중히 접근하고, 능력이 판단된다면 개발이 끝까지 완료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VR·AR 산업은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올해 기준 전 세계 VR·AR 시장은 188억달러(한화 약 21조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지난해 105억달러 대비 78% 증가한 수치다.

특히 오는 2023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이 77%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VR 기술은 주로 게임 또는 교육 훈련 등에 사용되고 있으며 AR 기술은 위치기반, 안면인식 등 모바일과 접목해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런 상황속에서 해외 각국은 VR·AR 산업 육성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 일본, 중국 등은 VR·AR 산업에 대한 전략수립과 지속적인 기술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 공공 연구개발(R&D) 사업을 통해 민간 확산을 본격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VR·AR 기술을 향후 국가 미래 경제성장에 있어 중요한 요인으로 인지, 핵심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기초·원천 R&D 지원, 전문기업 육성, 규제개선, 인력양성 등 포괄적인 VR·AR 정책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실제 업체들이 느끼는 체감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홍보 부족 등으로 관련 지원 정책을 모르는 경우도 많았으며, R&D 자금 지원 및 제작·개발한 제품을 판매하기 위한 판로 개척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