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 담당자들 “이영신 부회장과 불화가 원인”···이 부회장·김 전무 “사실 아니다” 반박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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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제약업계가 김성호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 전무의 사직 이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 전무가 KRPIA에서 약가와 대관 업무를 담당한 핵심 인력이고, 이 시기에 특별히 협회를 떠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업계는 지난해 가을 임명된 이영신 상근부회장과의 갈등과 불화를 원인으로 분석한다. 하지만 이 부회장과 김 전무는 이같은 관측을 부인했다.

18일 다국적 제약업계와 KRPIA에 따르면 김 전무가 전날 협회를 떠났다. 앞서 김 전무는 지난달 말 KRPIA에 사직 의사를 밝혔다. 이후 이영신 부회장의 전결로 사직서가 수리됐다. 김 전무는 지난 17일 KRPIA 약가 위원회 소속 인사들과 저녁식사를 함께 하며 송별회를 했다.

그는 지난 2012년 3월 KPRIA의 시장개발전략 및 헬스케어정책부문 책임자로 영입된 후 8년 넘는 기간 동안 약가업무와 대관업무를 총괄했다. 경희대를 졸업한 김 전무는 한국화이자제약 의학부, 쉐링프라우코리아 의학 및 규제 분야, 글락소스미스클라인 한국법인 대외협력 상무 등을 거쳤다. 업계 경력 28년과 KRPIA 경력을 합치면 총 36년간 제약업계에 종사한 인물이다.

제약업계가 김 전무의 KRPIA 사직에 관심을 갖는 것은 이 부회장이 약가와 대관 업무에 익숙치 않은 상황에서 그마저 떠나기 때문이다. KRPIA는 관행적으로 보건복지부 출신 인사를 상근부회장으로 영입했는데, 지난해 2월 복지부 실장 출신 이상석 전 부회장이 떠난 이후 관 출신의 영입을 성공시키지 못했다. 현 이영신 부회장은 복지부 출신이 아니다. 

이에 당장 오는 20일부터 KRPIA의 약가와 대관업무를 책임지고 추진할 고위직 인사가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에 KRPIA 약가(MA) 위원회가 협회에 상황 설명을 요청했다. 결국 지난 14일 1시간 여 동안 임원급 MA들과 이 부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온라인 미팅이 진행됐다. 이날 미팅에서 이 부회장은 김 전무의 정확한 사직 사유를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무는 미팅에 참석하지 않았다.

제약업계에서 협회 고위직의 사직에 대해 이처럼 관심이 집중되고 온라인 미팅까지 한 것은 드문 사례로 꼽힌다. 그만큼 KRPIA의 약가와 대관업무에서 김 전무 비중이 높았고, 그에 대한 평판이 우수해 업계 입장에서 사직을 반대하고 싶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약가와 대관업무를 중심으로 한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이 부회장과 김 전무의 갈등과 불화가 김 전무 사직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오리건주립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마친 이 부회장은 한효과학기술원 연구원에 이어 유유제약과 미국 바텔이 합작해 설립한 ISS CEO를 거쳐 미국약물정보학회(DIA) 아시아 대표를 맡아오다 지난해 9월 KRPIA 부회장으로 취임했다.

KRPIA 회원사 A씨는 “국내 업계를 모르는 인사가 부회장으로 와서 그동안 김 전무와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업계와 약가정책을 모르면 많은 내용을 위임하고 양보해야 하는데 이같은 부분이 없었던 것으로 들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회원사 B씨는 “KRPIA 내부 사정을 아는 사람들 대부분이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라며 “그동안 복지부 출신이 맡았던 부회장에 미국 업계 출신이 임명될 때부터 우려했던 일”이라고 지적했다.

모 회원사 C씨는 “김 전무가 올해 초만 해도 복지부 관료들과 만나 약가정책을 수차례 협의해왔는데 지금 이 시점에서 그만 둘 이유가 없지 않느냐”며 “(그가 사직한 이유를) 내가 직접 말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반면 이 부회장과 김 전무는 이같은 불화설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이 부회장은 “김 전무 사직은 협회 프로세스와 매뉴얼에 따라 진행됐다”며 “김 전무가 저에게 불이익을 당한 적이 없고 (그와) 사이가 좋다”고 강조했다. 김 전무도 “불화설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복수의 다국적 제약업계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KRPIA에 불미스러운 일이 없었는데 이번 일은 유감”이라며 “협회는 조속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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