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악화에 리츠시장 급속 위축
공모리츠 통해 해외부동산 미매각 물량 털어내려던 증권사들의 '신용경색' 가중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올해 공모리츠 출시에 힘을 기울이던 증권사들도 곤혹스럽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상업용 부동산 시장 위축되면서 공모리츠 흥행 전망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증권사들은 기관투자가에 재매각(셀다운)하지 못했던 해외부동산 물량을 공모리츠를 통해 일반투자자들에게 매각하려고 했는데 이런 계획도 쉽지 않아졌다.

공모리츠 한파, 증권사 리츠준비 ‘난항’

3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확산 영향으로 올해 국내 공모리츠 주가가 맥을 못추고 있다. 전날종가 기준 신한알파리츠 주가가 연초보다 11.30% 하락했고 모두투어리츠(-14.70%), 에이리츠(-19.05%), 롯데리츠(-19.24%), 케이탑리츠(-19.33%), NH프라임리츠(-23.40%), 이리츠코크렙(-26.69%) 주가도 모두 두 자릿수%대 급락을 보이고 있다.

향후 공모리츠 전망도 부정적이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날 이리츠코크렙에 대해 “오프라인 리테일에 대한 구조적 우려와 크레딧스프레드(가산금리) 상승에 따른 조달금리 인하 장기화로 영구적인 성장률이 하향하는 등 리스크 프리미엄이 확대됐다”며 투자의견은 ‘매수’에서 ‘중립’으로, 목표주가는 8200원에서 5300원으로 하향조정했다.

해외리츠 역시 상황이 암울하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글로벌리츠재간접 펀드들도 4월1일 기준 주가가 올해초보다 22%가량 하락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ML)는 “코로나19에 따른 실물경기 침체 전망으로 상업용 부동산 매매 임대 가격 하락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기관투자자의 매수세도 약화됐다”며 “20~50% 하락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로 리츠 시장이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타격을 받으면서 공모리츠 출시에 힘을 기울이던 국내 증권사들은 당혹스러운 입장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올해초 인사를 통해 기존 IPO본부장을 맡고 있던 기승준 상무를 공모리츠본부장으로 이동시키는 등 공모리츠 출시에 힘을 기울여왔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한국금융투자그룹 차원에서 자산관리회사(AMC)를 설립하고 한국투자증권과 협업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KB증권도 올해 공모리츠 출시를 위해 리츠사업부와 리츠금융부 등을 신설했고 삼성증권 역시 각 사업부에 흩어져 있던 리츠 담당인력을 모아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메리츠증권 역시 벨기에 소재 오피스빌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제이알글로벌리츠의 IPO를 준비하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2020년 공모리츠를 성장동력으로 생각하고 연초 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해 리소스를 늘렸는데 코로나19 확산으로 곤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증권사들의 셀다운 탈출구 막히나

증권사들로서는 공모리츠가 국내 증권사들의 고심거리였던 해외부동산 투자 미매각(셀다운)의 해결방안이 될 수 있었기에 최근 리츠 시장 위축에 대한 아쉬움이 더욱 크다.

그동안 국내 증권사들은 저금리 시대가 열리자 공격적으로 해외 부동산 투자에 나서왔다. 증권사들은 대출을 끼고 총액인수를 한 다음에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셀다운(재매각)에 수수료를 챙기는 방식으로 이익을 늘려왔다. 보통 셀다운 기간은 매입이후 6개월이다. 이 기간이 넘어서면 기관투자가들은 매물에 문제가 있다고 여기고 매수세가 급속히 줄어든다.

증권사들이 셀다운에 실패하면 투자했던 자본이 묶이면서 자금활용에 제약이 생기고 각종 자본적정성 지표가 악화된다. 특히 증권사들이 지난해 집중매수한 프랑스 파리 오피스 빌딩 셀다운에서 대부분 고전을 하면서 해외부동산 투자에 대한 우려는 한층 확산됐다.

금융당국은 4월부터 시행되는 자본시장법시행령 개정을 통해 공모재간접 리츠의 사모펀드 편입비율 규제를 기존 10%에서 50%로 완화해줬다. 개인투자자들의 부동산 투자를 리츠로 돌려 주택용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시키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증권사들로서는 셀다운에 실패한 해외부동산 매물을 개인투자자들에게 넘길 수 있는 해결책이 될 수 있기도 했다.

한 유명 시장전문가는 “증권사들이 최근 유동성 위기를 겪자 한국은행마저 직접 대출에 나설 수 있다고 나섰는데 해외 부동산 셀다운이 실패하면서 증권사들의 자금이 묶인 것이 중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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