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 전월 대비 상승···대출규모도 증가세
“대출 건전성 지표 악화 우려···향후 수익성에 악영향 미칠 수도”

국내은행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 추이/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국내은행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 추이/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와 영세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은행권이 전폭적인 금융지원에 나서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금융당국의 지침에 따라 금융지원을 계속해나갈 방침이지만 개인사업자 대출 건전성 지표가 악화되면서 부담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23일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표한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기준 국내은행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0.33%로 12월 말(0.29%) 대비 0.04%포인트 상승했다.

전년 같은 기간(0.36%)과 비교하면 0.03%포인트 하락해 안정적 추세이긴 하지만 문제는 연체율이 소폭 상승한 시점이 코로나19 여파가 본격화되기 전인 1월 말이라는 점이다.

은행권은 코로나19 피해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대해 특별 대출 규모 확대, 대출 이자 경감 및 납입 기한 연장 등 금융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지난달 28일 우대금리가 적용되는 대출 등 금융지원 특별프로그램을 가동했으며, 오는 4월 초에는 이차보전 지원을 통해 금리를 1.5%로 낮춘 새로운 대출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차보전 지원이란 특정 부문에 저리로 자금을 지원할 필요가 있을 때 지원자금의 조달 금리와 일반 대출 금리의 차이를 정부가 보전하는 것을 말한다. 새로 출시되는 대출 상품의 공급 규모는 3조5000억원이다.

금융당국은 저리 자금 대출에 따른 은행권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도 다각적으로 모색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지원이 은행권의 연체율을 실질적으로 낮춰줄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시중은행들은 부담감을 안고 금융지원에 나서고 있다.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이 증가세라는 점에서 시중은행의 건전성 관리 부담은 더 크다. 지난 2월 말 기준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241조9314억원으로 전년 동기(224조1545억원) 대비 7.9%(17조7769억원) 증가했다. 2월 한달동안에만 1조5525억원 급증한 규모다.

가계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도입된 새로운 예대율 규제도 연체율 증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부터 적용된 신예대율 규제는 가계대출에는 가중치를 15% 높이고, 기업대출에는 가중치를 15% 낮춰 대출 비중을 산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개인사업자 대출 가중치에 대해선 금융당국이 중립을 적용했기 때문에 대출 잔액을 늘려도 예대율 관리에 무리가 없으리라 판단한 은행들은 개인사업자 대출 취급액을 계속해서 늘려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는 연체율이 최저 수준으로 관리가 되고 있으나 코로나19 여파가 반영되지 않은 수치이기 때문에 향후 연체율 추이가 어떻게 나타날지가 중요하다”며 “지금 당장은 큰 문제가 없지만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연체율 수치가 올라가게 되면 대손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