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수요처 대다수잇따라 위기노출···생산 멈출 수도 없어 재고부담도 가중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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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전방산업 경기악화로 철강업계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23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올 2분기 철강 및 비철금속 제품 분야의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는 61.2를 나타냈다. EBSI는 다음 분기 수출경기에 대한 국내 수출기업의 기대를 나타내는 지표다. 기준선 100을 웃돌 경우 전분기보다 개선됨을, 100을 하회하면 악화됨을 의미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이번 조사는 국내 915개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조사됐다. 2분기 전체 EBSI는 79.0으로 집계됐다. 2013년 1분기(78.4) 이후 31분기만의 80선 붕괴다. 해외수요부진, 조업중단 등에 따른 부정적 전망이 확대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도체(77.0)·자동차(71.2) 등 이른바 ‘수출효자’ 산업군도 80을 넘지 못했다.

내수도 우려되긴 마찬가지인데 특히 완성차업계 부진이 부각된다. 완성차업계는 자동차강판 등 주요 철강제품의 수요처다. 확산방지책의 일환으로 완성차 공장가동도 일시 중단되기 시작하면서 철강수요 감소도 현실화되고 있다. 주요 철강업체들은 즉각적인 감산에 나서진 않았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책 마련에 몰두 중이라 입을 모았다.

특히, 고로(용광로)를 가동 중인 업체들의 경우 고심이 크다. 제품수요가 감소했다고 해서 가동을 멈출 수 없는 까닭에서다. 고로의 경우 가동을 멈출 경우 나흘째부터 쇳물이 식어 굳기 시작한다. 본체균열에 이를 경우, 복구 및 재가동에 이르기까지 3~6개월,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판매는 감소하는데 생산을 지속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확산에 따른 경제계 피해가 본격화 된 지 한 달 남짓이라, 정확한 피해규모는 1분기 이후 실적집계와 함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철강수요 산업 전반이 워낙 좋지 않은 상황이어서 1분기보다 2분기의 피해규모가 더욱 커질 것이 확실시 되는 분위기다”고 풀이했다.

건설경기 침체도 철강업계의 부담가중의 요인이다. 건설업계는 완성차·조선 등에 이어 철강수요가 높은 업계로 분류된다. 건설업계는 현재 중국의존도가 높은 주요 건축자재 및 인력수급 부재에 따른 리스크에 노출됐다. 공사차질에 따른 공기 장기화가 발생할 경우 비용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어 시장위축이 불가피하다. 버팀목이던 주택경기시장마저 예년 같지 않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해외 생산설비가동의 중단 위기도 도사린다. 실제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경우 현지 당국의 권유에 따라 인도소재 일부 철강가공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동국제강과 세아제강 등의 경우 중국을 제외하면 유럽 등에 판매 법인들을 운영 중인데, 현지 감염현황 등을 수시로 점검해, 각 법인별로 적절한 대응을 펼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의 강성은 연구원은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으로 국제수요 부진과 경기 불확실성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정부와 관련기관의 정책 공조가 절실한 상황”이라 지적했다. 김유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중국 내 생산설비 정상화와 정부 부양책이 시행되는 시점부터 유통재고 감소로 철강업계도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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