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하며 석화제품수요 줄줄이 하락···유가폭락·폭발사고 리스크 커져
오프매장 피해 커 “불매운동 대책 ‘온라인’, 실패 시 뉴롯데 전략도 수정해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것으로 점쳐졌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뉴(New)롯데’ 구상이 암초를 만났다. 그룹의 주축 먹거리를 변화시키겠다는 체질변화를 예고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국제유가폭락 등 각종 악재들이 더해지면서 사업 여건이 급변했기 때문이다.

18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신 회장의 뉴롯데 구상은 지난 2017년 4월 롯데그룹 창립 50주년을 앞두고 공식화됐다. ‘100년 롯데’를 이룩하기 위한 남은 반세기의 청사진이었다. 호텔롯데 상장, 그룹 지주사 전환 등 구체적인 방안이 거론됐다. 주요 계열사 수장들도 속속 신동빈 회장 측근으로 채워지고, 젊어지면서 ‘신격호 시대’와는 다른 분위기가 풍기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속도는 더뎠다. 공교롭게도 신동빈 회장이 걸림돌이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에 연루돼 옥고를 치름에 따라 ‘오너 공백’이 발생했다. 신 회장은 2018년 10월 법원으로부터 최종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뉴롯데도 이 때부터 속도를 냈다. 핵심은 그룹의 체질변화였다. 유통업에서 석유화학사업으로 그룹의 변화시키는 데 주안점을 뒀다.

이달 초 신 회장은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사상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 계획을 밝혔다. 연내 200여개 오프라인 매장을 축소하고, 그룹통합 온라인 매장 중심의 혁신 카드를 내세웠다. 석유화학사업의 경우 사업다각화와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키우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들 두 사업은 그룹의 핵심 사업이다. 양 사업부문의 합산 매출 비중은 그룹 내 80%에 육박한다. 유통부문이 40%를 상회하며, 석유화학사업은 이에 다소 못 미치는 수준을 유지 중이다. 석유화학사업의 성장을 바탕으로 그룹 전체 매출규모를 키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 신 회장은 집행유예 판결이 난 직후부터 석유화학사업에 공을 들였다. 지주사 편입작업에 속도를 냈으며, 반도체·배터리 등 각종 소재사업으로의 확장을 타진 중이다.

이 때문인지 그룹 안팎에서는 금년을 두고 뉴롯데 프로젝트가 본격 시동을 거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문제는 예기치 못한 데서 발생했다. 중국 우한을 시작으로 한국·일본 그리고 세계 전역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석유화학과 유통업은 이번 감염증으로 피해가 큰 산업군으로 꼽히는 곳들이다. 

석유화학사업의 경우 고객사들의 공장가동률이 급감하면서 제품수요가 급락했다. 더불어 국제유가마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부담이 가중됐다. 일반적으로 원유가 하락은 석유화학 업체 입장에선 원가하락의 요인으로 꼽히지만, 앞서 구매했던 원유의 재고평가손실액 규모가 커져 단기적 실적악화가 불가피하다.

수요회복이 전제된 상황에서 유가하락은 석유화학업계에 중기적으로 수혜요인이다. 이번은 사정이 다르다. 코로나19가 북미·유럽 등에서 거센 확산세를 보이는 탓에 수요회복이 더딜 것이 유력시된다. 더욱이 원유감산을 놓고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기타 산유국들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어 불확실성 또한 커짐에 따라 악재가 중첩되는 실정이다.

지난 4일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는 그룹 부담을 더욱 가중시켰다. 롯데 측은 즉각 사과문을 내고 보상 등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관계당국의 조사를 감내해야 한다. 사고수습 직후부터 대전고용노동청이 근로감독관 및 안전보건공단 전문가 등을 투입해 산업안전보건법 준수여부를 따지고 있다. 위반사항 발견 시 처벌 및 제재조치가 뒤따르게 되며, 여론악화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고전은 유통업에서도 마찬가지다. 확진자들이 다녀간 것으로 확인된 백화점·대형마트 등의 휴무에 따른 손실뿐 아니라, 롯데그룹의 유통채널들이 오프라인 매장 중심인 탓에 외출을 삼가는 분위기가 계속될수록 수익성 하락을 피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신 회장이 온라인 중심으로의 변화를 예고했지만, 이미 포화상태에 다다른 온라인 시장에서 롯데그룹은 오프라인에서와 달리 도전자의 입장이다.

역점을 두고 출범하려던 ‘롯데온(ON)’ 론칭이 잠정 연기된 것도 이 같은 부담감이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업체 측은 “기대한 만큼의 완성도를 높이지 못했기 때문”이라 해명했지만, 신선제품 배송경쟁으로까지 치달은 온라인 유통시장에서 롯데만의 독창적 경쟁력을 발굴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란 업계의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뉴롯데 사업추진이 본 궤도에 오르기 위해선 신 회장의 바람대로 석유화학사업이 성장하는 동안 유통업이 든든한 버팀목이 돼야 가능하다”며 “올해의 경우 코로나19가 두 사업군 모두에 부정적 요인으로 자리하면서 부침을 겪을 것으로 판단돼, '뉴롯데' 추진에도 상당한 제약이 뒤따를 것으로 평가된다”고 해석했다.

이어 그는 “일본과의 관계가 악화될 때마다 ‘왜색논란’이 불거져 불매운동의 대상이 됐던 롯데가 오프라인 비중을 줄이고 온라인으로 선회하며 ‘샤이 롯데’ 수요를 공략하겠다는 심산”이라면서 “석유화학이 부침을 겪는 상황에서 이 전략마저 유효하지 않을 경우 그룹차원의 중장기적 전략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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