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신촌 일대 VR 체험관, 외국인 방문객 일절 없어
실업급여 때문에 직원들 스스로 퇴사하기도

지난 17일 찾은 서울 서대문구 신촌 일대 VR 체험관은 한산했다./사진=임지희 기자
지난 17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일대 VR 체험관은 한산했다./사진=임지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전국의 모든 대학이 4월 초로 개강을 연기한 이후 홍대·신촌 대학가 모습은 차분하다 못해 적막했다. 이맘때 가상현실(VR) 체험관은 밤낮으로 손님이 가득 찼지만 올해는 개강 특수를 놓쳤다. 직원들은 대학생뿐만 아니라 주 고객층인 외국인마저 발길이 끊겨 매출 타격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기자는 지난 17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인근 VR 체험관을 찾았다. 직원에게 최근 예약 상황을 묻자 “이게 지난주 예약 표인데 평소 같으면 꽉 차 있을 텐데 보시다시피 한 팀도 없는 날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직원이 노트북을 돌려 보여준 예약 내역에는 코로나 19 여파를 그대로 반영한 듯 빈 칸이 꽤 많았다.

새 학기면 대학가 상권이 형성된 홍대·신촌 지역 거리는 학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 일대는 인근 대학생뿐만 아니라 외국인까지 몰려 젊음을 즐기는 만남의 광장으로 불린다. 이 매장도 그런 곳 중 하나지만 올해는 코로나19가 발목을 잡았다. 대학교 개강이 연기되고 갈수록 대인 접촉 기피 현상이 심해지는 탓이다. 이를 의식한 듯 매장은 입구에 손 소독제를 비치하고 마스크 미착용 시 입장을 금지하고 있었다.

직원은 “개강 연기도 영향이 크지만 매장 고객 중 대다수였던 외국인을 거의 찾아볼 수 없어 매출 타격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곳의 주 고객층인 외국인마저 발길이 끊겨 매출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게 직원의 설명이다. 이어 그는 “간혹 방문하는 한국 학생들도 기계를 이용한 후 개인 손 소독제로 스스로 소독하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고 덧붙였다.

저녁 6시는 매장의 북적일 시간이지만 매장 안에는 겨우 1팀만 있었다. 여성 고객은 “코로나 확산 이전에는 대학생들로 북적였는데 익숙하지 않은 풍경”이라며 “소비자들이 워낙 접촉을 불안해하니까 매장에서도 소독을 꼼꼼하게 하는 것 같고 게임 이용 후 수시로 손 소독제를 쓰는 등 위생에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은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 VR 체험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직원은 “코로나19 초기에는 이 정도까진 아니었는데 대구·경북으로 확산되면서 방문객이 확 줄어 평소보다 70% 정도 감소한 상태”라며 “개강까지 미뤄지면서 대학생뿐만 아니라 매장 고객 절반 정도를 차지했던 외국인도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유동인구가 많은 홍대 상권에는 하루 평균 200만명이 모여든다. 이곳 역시 홍대를 찾는 젊은 층에게 인기 장소로 꼽히며 매년 개강 특수를 누려 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평소보다 방문객이 약 70% 줄어든 상태다. 매장 측은 각 층마다 손 소독제 비치, 하루 2회 기계 소독, 방문객 체온 측정,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 예방 조치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직원 스스로 그만두는 사례도 늘었다. 직원은 “코로나19로 인력이 축소되고 스케줄도 임의로 조정되다 보니 스스로 그만두는 직원이 늘어나고 있다”며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원래 일했던 시간보다 실업급여가 줄어드니까 그 전에 그만두고 실업급여를 더 받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 먼저 관두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업급여 지급액은 퇴직 전 평균임금 60%에 소정 급여 일수를 곱한 액수로 결정된다. 고용주가 근로시간을 줄이면 정상 근무시간보다 적은 시간을 기준으로 실업급여가 산정된다. 근로시간 단축 이전에 퇴사해야 실업급여를 더 많이 받는다는 판단에 따라 퇴사 시기를 앞당기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인근에서 만난 홍익대 재학생은 “동아리원들이랑 개강 때마다 VR 체험관을 찾곤 했었는데 다들 집 밖으로 안 나오려 한다”며 “특히나 VR 체험관은 접촉 사례가 많은 걸 알고 이용하다 보니 소독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모르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꺼려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당분간 직접 접촉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재갑 한림대학교 감염내과 교수는 “폐쇄된 공간, 직접 접촉, 친구들과의 대화 등은 감염에 취약한 환경을 만들어준다”며 “만약 그런 곳에 가더라도 마스크를 꼭 착용하고 가급적이면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은 피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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