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구컷’ 병원 행정직원에 고성능 마스크·보호경 지급 안 해
허술한 보호장비 착용한 행정직원들 "사실상 무방비 노출" 호소
선별진료소 드나들며 또다른 감염 전파 우려도 있어

6일 서울의 한 국민안심병원 입구에서 환자 분류가 이뤄지고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6일 서울의 한 국민안심병원 입구에서 환자 분류가 이뤄지고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코로나19' 확산세에 따른 마스크 대란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병원 내 행정직원들이 제대로 된 보호 장비를 지급받지 못한 상태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병원마다 차이는 있지만 일부 병원에서 고성능 마스크와 보호경도 없이 병원 입구에서 환자를 받고 있었다.

6일 코로나19 의료 현장을 취재한 결과, 국민안심병원 내 의료진들이 환자 진료에 매진하면서 병원 입구에서 호흡기 환자를 구분하는 일은 병원 행정직원이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많은 환자를 가장 먼저 응대하기 때문에 코로나19 확진자와 마주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들의 보호 장비는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보건복지부는 국민이 코로나19 감염 걱정 없이 진료 받을 수 있도록 국민안심병원을 지정하고 있다. 국민안심병원은 병원 내 감염을 막기 위해 호흡기 환자와 비호흡기 환자를 분리해서 병원 방문부터 진료 전 과정을 따로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대다수 국민안심병원 입구에서 환자들이 들어서자마자 호흡기 환자와 비호흡기 환자를 분리하는 환자 분류(트리아지)는 병원 행정직원이 담당하고 있다. 이들은 단순 호흡기 증상(감기 등)이 있는 환자들은 안심외래진료소로 안내하고 코로나19 의심환자는 선별진료소로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일부 병원에서 이들에게 지급한 것은 N95 이상의 고성능 보건용 마스크가 아닌 덴탈 마스크, 라텍스 장갑, AP비닐 가운이 전부였다. 환자 수백명을 받아내는 이들에게 일반인들이 많이 착용하는 고성능 보건용 마스크조차 지급되지 않은 것이다. 보호 안경도 없어 비말이 이들 직원의 눈으로 바로 전파될 가능성도 높았다.

이들은 병원을 방문한 이들의 방문 목적, 증상 등을 조사해야 한다. 대화를 할 수밖에 없다. 양쪽 다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서로 대화가 잘 들리지 않아 1m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지침이 버거울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가까이 다가설 수밖에 없다.

경남 창원의 한 국민안심병원에서 근무하는 A씨는 “마스크를 끼면 서로 말하는 것이 잘 들리지 않아 되묻게 돼 결국에는 가까이서 대화를 할 수밖에 없다”면서 “그럼에도 고성능 보건용 마스크가 없어 늘 불안하다. 보호경도 없어서 사실상 무방비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 병원을 방문한 한 환자는 “어떻게 이렇게 무방비로 안내를 보느냐”고 걱정하기도 했다.

특히 A씨는 전산실 직원이어서 더 난감할 때가 있다. 코로나19 의심환자를 진료하는 선별진료소에서 호출이 올 때다. 선별진료소 컴퓨터나 프린터에서 문제가 생기면 A씨는 선별진료소를 방문해야 하는데 이때도 허술한 보호장비로 드나들 수밖에 없다.

A씨는 “선별진료소에 가면 의료진 모두가 N95 마스크를 쓰는 것은 물론 전신 보호복을 입고 보호경을 쓰고 꽁꽁 싸매고 있는데 저는 겨우 덴탈마스크 한 장에 의존해서 그곳을 드나든다”며 “우리도 보호 장비를 지급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개선되지 않았다. 의료진에게만 신경을 쓰는 것 같다”고 전했다.

선별진료소에는 의심환자들의 비말이 노출될 위험이 높다. 그래서 의료진들이 최대 보호장비를 갖추는 것인데 정작 이곳에 드나드는 전산 직원은 보호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아 허술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 직원의 감염 우려는 물론, 이 직원이 선별진료소를 드나들면서 또 다른 전파 가능성도 우려도 충분히 존재했다.

다른 병원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서울에 있는 한 국민안심병원 입구에서도 덴탈마스크만 착용한 이가 환자 분류를 하고 있었다.

보호경과 고성능 보건용 마스크를 지급하는 곳도 있었다. 서울의 또 다른 어린이 전문 국민안심병원에서는 병원 행정직원에게 고성능 보건용 마스크, 라텍스 장갑, 보호경, 보호복 모두 지급하고 있었다. 그러나 일회용인 이 보호복을 일주일 동안 착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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