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급 정무직 질병관리본부장은 의료인 출신 아니어도 가능하나, 전문성 요하는 자리 특성상 의료인이 맡는 것이 일반적
의료인 출신 복지부장관은 20년 간 1명에 불과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지난 26일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사진 왼쪽) 정 본부장은 최근 시간을 아끼겠다는 의지로 머리를 짧게 자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일(사진 오른쪽)과 비교해보면 짧아진 머리카락과 수척해진 모습이다. / 사진=연합뉴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지난 26일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사진 왼쪽) 정 본부장은 최근 시간을 아끼겠다는 의지로 머리를 짧게 자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일(사진 오른쪽)과 비교해보면 짧아진 머리카락과 수척해진 모습이다. /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로 보건 관련 관계당국의 수장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대표적 인물들이 질병관리본부장과 보건복지부 장관인데요. 모두 전염병에 대응하는 곳들이지만 질병관리본부장은 의료인이고, 보건복지부 장관은 비의료인 출신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서울대 의대를 나와 동대학 보건학 석사 및 예방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미국 버클리대학에서 사회복지학 박사를 취득 후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일하다 장관이 됐죠.

일각에서 이를 놓고 이 같은 조합이 어떤 규칙이 있는 것이냐고 하는데요. 지난 수장들의 면면을 보니 그런 질문이 나올만한 것 같습니다.

2003년 이후 질병관리본부장들의 면면을 보면 전부 하나같이 의학을 전공한 인물들입니다. 단 한명도 비의료인 출신은 없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역대 보건복지부 장관의 면면을 보면 최근 20년 동안 의료인 출신은 단 1명에 불과합니다. 바로 52대 장관인 정진엽 전 분당서울대병원장이죠. 그가 장관이 됐을 때에도 17년 만에 의사출신 장관이 탄생했다고 자자했었습니다. 그 정도로 의사출신 보건복지부 장관은 보기 드문 케이스인 것입니다.

허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같은 인사와 관련해 특별한 요건이나 규정은 없습니다. 질병관리본부장은 꼭 의료인이 맡고, 보건복지부 장관은 비의료인이 맡아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는 것입니다.

질병관리본부장은 차관급 인사로 정무직인데 의사면허가 없어도 맡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질병관리본부장이 의사출신이 맡는 것은 조직과 업무 특성상 당연히 그렇게 귀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정부조직법 38조에 따르면 감염병 및 각종 질병에 관한 방역 및 조사, 검역을 위해 보건복지부장관 소속으로 질병관리본부를 두도록 돼 있습니다.

업무 특성상 당연히 해당 부문에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될 수밖에 없고, 그러다보니 의사 출신들이 맡게 되는 것이죠.

보건복지부 장관도 꼭 의료인이 맡아야 할까요? 보건 분야 전문성을 가진 인물이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대한민국의 보건복지부는 사실상 보건만 전문으로 하는 부서가 아니라 ‘보건+복지’부입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비의료인 인사들이 많이 맡아왔습니다. 보건 부문 전문성을 지닌 질병관리본부장도 따로 있는 만큼, 비의료인이 보건복지부 장관을 맡는 것을 꼭 나쁘다고만 할 순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그만큼 전염병 사태 등이 터졌을 때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박근혜 정권 때 17년 만에 의사출신 정진엽 장관이 후임으로 왔던 배경도 비의료인 출신인 문형표 당시 장관이 메르스 사태에 제대로 대처 못했다고 비판 받았기 때문으로 전해집니다.

현재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두 조직 수장에 대한 세평은 상반된 듯한 모습입니다. 같은 정부 사람임에도 정은경 본부장은 응원과 격려를 받는 반면, 박능후 장관은 ‘(중국인 입국제한 조치와 관련)겨울이라 모기는 없는 것 같다’, ‘코로나 원인은 중국에서 온 한국인’ 등과 같은 발언으로 설화에 오르다 검찰에 고발까지 당했습니다.

다만 앞으로 역대급 전염병인 코로나19에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선 두 사람 모두가 응원을 받고 힘을 내야 하는 상황이 돼야 한다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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