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예비후보들, 기본소득제 ‘경제불평등’ 해법으로 제시···재원 마련·지속가능성 등 풀어야 할 숙제도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21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기본소득제가 이슈다. 기본소득제는 재원 마련 방안을 비롯해 지속가능성 문제 등 거쳐야 할 난관도 여전하다. 이번 총선을 계기로 기본소득제가 국회에 연착륙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기본소득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모든 구성원에게 아무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소득이다. 모든 시민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지급한다.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는 여야를 막론하고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일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 등 여야 의원들이 ‘기본소득의 정치적 실현 가능성’에 대한 국회 토론회를 열었다.

유 의원은 이 자리에서 “국회·정부·민간이 참여하는 국가기본소득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면서 “기본소득이야말로 선별복지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소득재분배 효과도 높이는 포용 사회의 가장 확실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기본소득 전도사’로 불리는 유 의원은 지난 2017년 문재인 당시 대통령 후보의 선거캠프에서 기본소득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같은 당 정성호 의원도 지난달 2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본소득은 우리 사회의 경제적 불평등 구조를 해소하고 포용성장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대안”이라고 밝혔다.

총선 예비후보들도 잇따라 기본소득 보장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박우섭 더불어민주당 인천시 미추홀구 예비후보는 “2023년부터 모든 국민에게 월 45만원을 지급하는 국민기본소득제를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재원 조달 방안으로 소득세제 비과세·감면제도 정비와 기본소득 과세 등을 통해 예산 280조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소수 정당을 중심으로 기본소득제 입법 움직임도 일어났다. 지난 12일 기본소득당, 녹색당, 시대전환은 국회 정론관에서 원내 진출을 통해 “기본소득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특히 기본소득당은 모든 국민에게 매달 60만원을 기본소득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공약으로 2020년 총선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국민들의 논의를 확산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 ‘청년배당’으로 시작된 기본소득 지급···2010년 초부터 논의 이어져

한국 사회에서 기본소득이 수면 위로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0년 초부터 학계에서 기본소득 논의가 활발해졌다. 2016년에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청년배당’을 도입하면서 기본소득이라는 용어가 대중에 알려졌다.

이어 박원순 서울시장도 청년수당을 도입했다. 일정 요건을 충족한 청년들에게 연간 50만원을 지급한다는 점에서 ‘조건 없이’ 수당을 지급하는 현재의 기본소득 논의와 다소 차이가 있다. 하지만 청년 기본소득은 당시 ‘현금 살포’, ‘복지 포퓰리즘’ 등으로 불리며 격렬한 논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청년수당과 더불어 가장 도입 논의가 활발한 것은 농민 기본소득제다. 농민 기본소득제는 농촌 고령화와 저출산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기초지자체 차원을 넘어 광역지자체로는 처음으로 전라남도, 전라북도가 2020년부터 시행을 결정했다.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춘진, 성낙현 예비후보 등도 ‘농촌 불평등’ 해소를 위한 농민 기본소득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최근 기본소득제가 청년, 농민 등 특정 계층이 아닌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논의가 확장된 이유는 한국 사회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의 ‘2017년까지의 최상위 소득 비중’을 보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 상위 10%의 소득 비중이 50.6%로 절반을 넘었다. 이는 OECD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으로 2000년대 이후 꾸준히 상승했다.

◇ 재원 마련 및 지속가능성 등 전문가 의견 엇갈려

문제는 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에 국민적 거부감이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한국리서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기본소득제에 찬성하는 답변자는 57.7%로 절반을 넘었다. 하지만 기본소득 재원 마련을 위한 조건으로 증세를 제시하자 기본소득제 도입 찬성 비율은 44.4%로 떨어졌다.

현재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추진하는 기본소득지방정부협의회 구성에 다른 지자체가 소극적인 가장 큰 이유도 재정 때문이다. 다른 지자체들은 기본소득에 들어갈 막대한 예산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을 들며 협의회 구성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본소득제의 효과 및 지속성, 실현 가능성에 대해 엇갈린 의견을 내놓았다.

강남훈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존 지니계수에 기본소득을 적용해 통계를 내면 불평등이 완화되는 효과가 나온다”면서 “토지보유세 및 소득세를 거둬들여 재원을 마련하면 지속가능성은 물론 불로소득을 줄여 빈부격차 완화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본소득제는 재원 확보 방안을 국민들에게 분명히 제시하면 충분히 실현 가능한 제도다”라고 말했다.

반면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치권의 기본소득 공약은 재원 마련 방안 등 구체성이 떨어져 선거용에 불과하다”면서 “핀란드, 스위스 등 해외에서도 기본소득 실험이 실패했다. 아직은 시기상조인 제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본소득제가 시행되면 재정책무성이 악화돼 지속성도 떨어지고 오히려 부작용만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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