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브로커들이 단가 올리면서 제조업체 출고가 급상승···물품 팔아야 하는 중소기업들 '곤욕'
중소 유통기업 대표들 "결국 거래처와 신뢰 잃어가며 비싼 가격으로 물량 사···계약 파기됐지만 배상받기도 어려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이 우려되고 있는 11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마스크 매대가 비어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11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마스크 매대가 비어 있다. / 사진=연합뉴스

# 서울 동대문에서 의류·잡화를 유통 중인 중소기업 대표 K씨는 최근 마스크 물품 공급에 타격을 입었다. 마스크 제조 공장에서 원래 계약했던 단가보다 3배를 올린 가격을 K대표에게 요구했다. K대표는 조건을 거절하고 공장에 계약대로 가자고 말했지만, 단가를 올리지 않으면 마스크를 제공해줄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면서 마스크 품절 현상이 일어나는 가운데 마스크 제조업체들이 제품 단가를 무작정 올리거나 브로커가 제품을 사재기하는 등 불법행위가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 유통기업들은 마스크 물품 계약을 파기당하며 매출에 피해를 입고 있다고 토로했다.

11일 중소 유통기업 K대표가 <시사저널e>에 제보한 내용에 따르면 올 1월 K대표는 한 제조업체와 마스크 공급 계약을 맺었다. K대표와 이 제조업체는 마스크 1개당 단가 314원에 계약했다. K대표는 마스크 200만개를 주문했고, 물량 50%에 해당하는 물품대금도 지급했다.

/ 그래픽=시사저널e

그러나 제조업체는 계약한 지 3일 후 말을 바꿨다고 K대표는 강조했다. K대표는 “제조업체가 다른 업체인 A사는 1개당 900원에 마스크를 사겠다고 했다며, 우리에게도 마스크를 900원에 가져가라고 요구했다”며 “그렇지 않으면 계약을 파기하고 A사에 마스크를 공급하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K대표는 “그러나 우리 업체는 중국 우한에 마스크를 공급하기 위해 중국 정부 측 바이어들과 계약을 논의 중이었다. 이미 바이어들과 협상된 가격이 있는데 제조 단가를 올려버리면 신뢰도를 잃을 수밖에 없다”며 “일방적인 통보를 받고 최대한 단가 협상을 진행하려고 했으나 제조업체에서는 배상해주겠다며 계약과 다르게 단가를 올리겠다고 버텼다”고 말했다.

이어 K대표는 “제조업체 공장 사장은 나와 만나 ‘900원에 A업체와 계약을 하게 되면 당장 30억원을 벌 수 있고, 이는 일생일대에 올까 말까 한 기회다. 법적 책임을 전부 감수하겠다’고 했다”며 “결국 거래처에 대한 신뢰를 잃고 900원에 마스크를 샀다. 제조업체에게 손해배상해 달라고 하니 말을 바꿔 법적으로 가자고 했다. 공장은 식품의약품안전처 KF94 인증도 없이 마스크를 A사와 계약해 물건을 출고 중”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정부에서도 마스크 불법 거래 행위 단속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식품의약품안전처, 경찰청, 국세청 등이 모인 정부합동단속반은 마스크 매점매석 행위를 적발했다. 식약처 위사범중앙조사단은 지난 10일 인터넷으로 마스크를 판매하는 A사의 불법 거래 행위를 발견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A사는 인터넷을 통해 보건용 마스크 105만개를 현금 14억원(1개당 1333원)에 판매하겠다고 광고해 구매자를 고속도로 휴게소로 유인한 뒤 보관창고로 데려가 판매하는 수법으로 정부 단속을 피했다. 이들은 단속에 걸리자 창고 문을 잠그고 도주했다고 식약처는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해 월평균 판매량(11만개)의 150%를 초과하면 ‘사재기’라고 보고 있다. 정부는 제조업체뿐만 아니라 온라인 마켓 등 유통업체들도 적발하겠다는 계획이다.

중소기업 업계에서도 마스크 제조 공장들의 매점매석 사태가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유통업계는 마스크 품귀 현상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중기업계 관계자는 “최근 마스크 가격이 급상승하거나 품절 현상이 일어나는 배경에는 단가를 터무니 없이 올리는 국내나 해외 브로커들이 있다. 공장에서 출고하는 마스크 원가율이 오르면서 도매가와 소비자가도 계속 급등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에서 제조업체·공장을 더 단속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