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주류 불법거래 횡행···"청소년 구매 가능성도 배제 못 해"
"주류 판매 범위 확대·대면 인증 강화" 주장 제기
국세청 "시대 변화 맞춰 검토 중이지만···관계부처 견해차 여전"

정부의 온라인 주류 판매 제한에도 여전히 온라인상 개인 간 불법거래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촘촘한 규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온라인 주류 판매는 확대하되, 거래 기록 관리 및 배송 시 대면 인증을 강화해 관리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국세청 ‘주류 통신판매에 관한 명령 위임 고시’에 따르면 전통주를 제외한 주류를 인터넷, 전화, 이메일 등을 통해 거래하는 것은 불법이다. 음식점에서 음식과 주류를 함께 주문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주류 판매업자와 개인 등이 이를 위반하면 500만원에서 최고 2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주세법에 따르면 주류는 주류 소매업 및 의제 판매업 면허를 받은 자가 허가된 장소에서만 대면으로 판매할 수 있다. 비대면 판매도 주류 면허 없는 개인 간 거래도 해선 안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온라인 플랫폼에선 개인 간 주류 거래가 횡행하고 있다. 잠깐의 검색만으로도 판매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불법거래 관리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 5일 당근마켓 이용자가 사이트에 게시한 주류 판매글. / 사진=당근마켓 사이트 캡쳐화면
지난 5일 당근마켓 이용자가 사이트에 게시한 주류 판매글. / 사진=당근마켓 사이트 캡쳐화면

지역기반 중고거래 서비스인 당근마켓의 경우 개인 고객 간 위스키와 같은 양주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당근마켓은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다. 플랫폼상 결제는 불가능하다. 직거래 중심이긴 하지만 택배거래도 이뤄지고 있는 만큼, 성인인증을 거치지 않은 청소년의 주류 구매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다. 당근마켓이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해 주류와 같은 판매금지상품의 거래를 차단하고 있음에도 불법거래 관리가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재현 당근마켓 공동대표는 시사저널e와의 통화에서 “현재 AI(인공지능) 기술이 판매금지상품 95% 이상을 판별하고 있다”며 “다만 AI가 판별하지 못하면 고객 간 주류 거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중고나라에서 거래된 미니어처 양주. / 사진=중고나라 사이트 캡쳐화면
중고나라에서 거래된 미니어처 양주. / 사진=중고나라 사이트 캡쳐화면

국내 최대 중고거래 플랫폼인 ‘중고나라’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중고나라 게시판에서 미니어처 양주 판매 글이 다수 확인됐다. 용량이 적은 미니어처 양주 구매는 수집 목적인 경우가 많지만 국세청에 따르면 이 역시 불법거래에 해당한다.

이처럼 불법거래가 횡행하는데도 거래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 관계자는 “온라인쇼핑협회 회원사는 결제 단계에서부터 성인인증 시스템을 구축 중”이라며 “다만 미성년자가 신분증을 도용해 결제하는 경우까진 막을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국세청 소비세과 관계자는 온라인 주류 거래 단속과 관련해 “사이트가 워낙 많다 보니 전수조사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제보 등으로 문제점이 부각돼야 즉시 조치 취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온라인 주류 판매 제한의 실효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지난달 29일 국세청은 핸드폰 앱으로 주류를 주문·결제하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수령하는 방식인 ‘스마트 오더’를 허용하며 주류 산업 활성화에 나섰다.

하지만 제한적인 조치에 불과하다.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온라인 주류 거래를 관리하기엔 역부족이다. 주류 통신판매를 확대하고 배송 시 대면 인증 시스템을 강화하자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김진국 배재대학교 교수는 “통신판매를 통한 청소년의 주류 구매 문제는 적절히 통제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라며 “인터넷을 통해 거래할 땐 기록이 남게 되는 데다 배송 시 성인인증을 의무화하는 등 대면 인증 시스템을 강화하면 미성년자의 구매를 통제 관리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온라인 주류 판매 규제 실효성 제고를 위해서 정부 관계부처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세청 소비세과 관계자는 “온라인 주류 판매 확대 및 주류 대면 수령 문제는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부처가 엮여 있어 국세청 단독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사안”이라며 “각 부처에 의견조회 요청했지만 이견 조율이 쉽지 않은 현실”이라고 전했다.

이어 “주류에 대한 접근성 높이는 건 당장은 어려운 부분”이라며 “다만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출현하는 기술과 판매 채널을 제도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