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커머스 진입 장벽 낮아 선점 경쟁 치열
“롯데 기존 물류·배송·멤버십 활용하면 시장 판도 달라질 것”

/그래픽=이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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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 부진이 계속되고 있는 롯데가 최근 백화점 조직을 슬림화하며 부진 탈출을 위한 행보에 본격 나선 가운데, 폭발적으로 시장이 커지고 있는 이커머스에 어떤 방식으로 참전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현재 뚜렷한 시장 지배자가 없는 이커머스업계는 후발주자라도 대규모 자금력만 동원된다면 충분히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롯데는 전통적인 ‘유통 공룡’으로 국내에서는 오프라인업계에서는 독보적인 위치에 있지만, 온라인 분야에서는 존재감이 없을 정도로 활약이 미미하다. 130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이커머스 시장은 매년 20~30%의 성장세로 오프라인의 영역을 갉아먹고 있는 중이다. 전체 소매시장 규모가 400조원을 조금 넘는 상황에서 이커머스의 폭발적인 성장은 오프라인 기반인 롯데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게 사실이다.

현재 이커머스업계는 확실한 1등이 없어 업체들 간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 쿠팡이 7~8%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지만 시장 지배자가 되기에는 부족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시장점유율이 20% 넘어야 서열 정리가 될 것 같다”면서 “그때까지는 이커머스업계에서 대규모 자금을 동원한 투자가 활발히 일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국 온라인 시장을 휩쓴 아마존의 경우 온라인 상거래의 점유율이 약 37%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마존은 미국 전체 소매지출로 따졌을 때 시장점유율이 약 4%에 그쳐, 시장 확대를 위한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중이다.

눈을 안으로 돌려보면, 현재 시장 지배자가 없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진입 장벽이 여전히 낮고 선점 경쟁에 뛰어들기에 아직 늦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일각에서는 롯데가 본격적인 이커머스 참전을 놓고 장고를 거듭하는 이유도 성급하게 뛰어드는 것보다 제대로 준비해서 단번에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전략을 구사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이미 지난해부터 롯데가 올해 ‘롯데ON’ 론칭과 함께 이커머스에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소문은 업계에 파다했다. ‘롯데ON’은 백화점, 마트, 닷컴, 슈퍼, 롭스, 홈쇼핑, 하이마트 등 7개 계열사를 합친 롯데의 원스톱 쇼핑몰이다. 최근 티몬 인수설로 홍역을 치렀지만 ‘롯데ON’이 거대 유통기업 롯데의 ‘이커머스 첨병’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이런 조짐은 올 초 조직개편에서 나타났다. 강희태 롯데그룹 부회장은 유통BU(비즈니스유닛)장으로 선임된 후, 백화점 본부 인력 500여명 중 10%를 현장에 전진 배치했다. 마트와 슈퍼 부분도 지원 부서의 인력을 상반기 중에 현장으로 이동 배치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프라인 부분에 대한 조직개편이 완료되면 기업의 명운이 걸려 있는 이커머스 부문에 전력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의 통합 앱이 단순히 계열사의 앱을 합쳐놓은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형태일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돼 있다"면서 "롯데가 기존 물류와 배송, 멤버십을 활용하면 마케팅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커머스 시장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3월 말 통합 앱의 오픈을 목표로 현재 준비 중에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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