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초 맞아 가격 기습인상 재반복···인상 배경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는 소비자 불만만 가중될 것

“또 올려?”

내가 올린 거라곤 절주의 서막밖에 없는데 대뜸 이런 물음을 받게 되면 그때부터 급격히 진지해진다. 내가 무엇을···. 그렇다. 기자는 방금 햄버거 가격이 200원 오른다는 기사를 쓴 것이다. 

가격 인상 기사를 쓰고 나면 꼭 이런 연락을 받는다. 내가 올린 것도 아니지만, 비보는 소식의 본원뿐 아니라, 이를 전한 전달자까지도 비난의 대상으로 만들지 않나. 이때 기자가 보일 수 있는 반응은 두 가지다. ‘그러니까!’와 같은 동감의 답변과 ‘그런다네’···와 같은 초탈의 답변. 가격 인상 소식이 가장 격렬히 들려왔던 2017년 기자는 동감했고, 2020년 기자는 초연했다.

2019년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가격 인상을 밝힌 곳은 KFC, 버거킹, 롯데리아, 코카콜라음료, 엔제리너스, 설빙, 빽다방, 맥키스컴퍼니, 농심, 하겐다즈 등 9곳이다. 이들 대부분은 커피나 햄버거, 라면, 빙수, 아이스크림, 소주 등 서민 물가와 관련한 곳이다. 속이 쓰리다. 

이들 업체가 밝힌 인상 이유는 모두 같다. 인건비, 원부자재료 가격 상승 등 제반 비용이 상승했다는 것이다. <가격 인상 발표시 참고 가이드라인>의 존재를 의심케 한다. 

지난해는 저물가 탓에 디플레이션 우려가 나온 해였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은 전년 대비 2.9%. 2017년과 2018년을 통과하며 목격한 16.4%, 10.9%라는 숫자과 비교해 상승세가 비교적 완만해졌다. 저물가에 최저임금 인상률도 이전과 비교해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가격 인상은 이전년도와 마찬가지로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KFC와 롯데리아, 버거킹에 대해 실적이 양호한 상황에서도 가격을 올렸다며 가격 인상의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가격 인상이 없었던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이같은 줄줄이 인상을 “관행”으로 설명했다. 이는 수익성이 특별히 악화하지 않아도 올릴 때가 되면 올린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때는 대부분 연말과 연초다. 최근뿐 아니라, 과거에도 연말 연초의 기습 인상에 대해 지적하는 기사들이 대거 포착된다. 관행이라 부를만 한 것이다. 

관행은 게으름의 다른 말이다. 앞서 발생한 관성에 대한 의심이나 반성 없이 흐름에 계속 몸을 맡기겠다는 선언이다. 관행이 살아남으려면 관행이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에 대한 치열한 탐구가 필요하다.  이를테면 가격 인상의 배경을 제반 비용 상승이라는 뭉툭한 이유로 설명하기 보다는, 구체적으로 무엇이 전년에 비해 몇% 올라 이를 가격에 반영하겠다라는 식의. 탐구 없는 관행에서 바랄 수 있는 건 지금의 편리와 앞으로의 퇴행뿐이다.

무조건 동결만이 해답이라는 건 아니다. 위에 언급한 모든 업체가 가격 인상의 떼를 쓴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구체적이어서 합당한 설명이 삭제된 가격 인상은 소비자 불만만 낳을 뿐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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