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대표성·다양성 등 확보 가능성 기대···거대 양당 독식 구조 해소 여부 주목
한국당, ‘위성비례정당’ 창당해 새 제도 무력화 시도···‘거대양당 몰표’ 등 취지 벗어난 결과 가능성도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문재인 정부가 반환점을 돌았다. 문 정부는 2020년 집권 4년차를 맞아 그동안 추진해 온 정책들을 통해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야 하는 시기가 왔다. 이에 그 동안의 정책들을 가다듬고 개선해야 하는 필요성도 있다. 시사저널e는 문 정부의 경제 정책과 한반도 정책 등을 점검하고 2020년 정책적 개선이 필요한 사안을 알아본다. 2020년 4월 총선을 맞아 선거법 개정에 따른 영향도 살핀다. 구체적으로 확장재정 방침과 재원 마련, 세대별 일자리로 보는 고용시장 정책, 대북정책 적극적 변화 여부 등 한반도 평화 및 비핵화 정책, 미·중 등 주변국 영향과 경제성장률 전망, 에너지 정책 전망 및 계획, 선거법개정안 처리에 따른 정국 및 총선 영향 등 6개 분야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지난해 12월 17일 선거법 개정안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 문턱을 넘었다. 이에 따라 100일 앞으로 다가온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처음으로 도입된다. 그동안 국회의원 선거에서 대표성 문제가 지적돼 왔던 만큼 이를 얼마나 해소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유권자들의 사표(死票)에 대한 우려로 거대 정당들에 쏠렸던 표심이 분산됨에 따른 소수 정당의 선전 여부와 선거연령 만 18세 하향 조정이 미칠 영향 등도 이번 선거의 관전 포인트다.

다만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정당들이 이번 선거법 개정안 통과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는 점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른바 ‘위성비례정당’을 만들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무력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진영‧연령별 양극화 갈등이 그 어느 때보다 격화된 상황에서 이합집산 등 각양각색 ‘꼼수’가 난무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다양한 정당이 국회에 진입하지 못하고 오히려 거대 양당 구조가 더욱 견고해질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바뀌는 선거제도···준연동형 비례대표 30석, 기존 지역‧비례 의석수는 유지

선거법 개정안에 담긴 주요 내용은 ▲지역구 253석‧비례 47석 ▲비례대표 의석 중 30석 연동형 비례(연동률 50%) ▲선거연령 만 18세 하향 조정 등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됐다고 하지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됐다고 하는 것이 보다 정확한 표현이다. 각 정당은 정당득표율로 비례대표 의석수를 배분받고, 이후 지역구 당선 의석수를 제외한 의석수의 50%를 연동형 비례대표로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기존까지의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소선거구제와 정당득표율에 따라 배분되는 비례대표제가 따로 연동되지 않고 운용돼 왔다. 지역구 선거는 지역구 선거대로 진행하고, 비례대표는 정당 득표율에 따라 각 정당이 미리 정한 명부 순번대로 정해졌다.

군소정당들은 이와 같은 선거방식으로는 대표성, 다양성 등을 확보하기 어렵고, 거대 양당이 의석을 독식하는 구조를 견인하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승자독식’ 선거 구조에서는 유권자들의 다양한 의견이 온전히 반영될 수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 선거법 개정으로 군소정당들은 관련 문제들이 다소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비록 100%의 연동률이 적용되지 않고, 비례대표 의석수 자체도 늘어나지 않아 효과는 크지 않겠지만 선거결과에 따라 향후 선거법 개정 협상과정에서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선거연령이 만 18세로 하향 조정된 점도 눈에 띠는 개정 내용이다. 선거일 기준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만 18세 유권자는 약 50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최연소 유권자’들의 표심이 어디로 향하게 될지 주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번 개정이 젊은층의 투표율 제고 계기가 돼 전체적인 선거판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2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꼼수전략’ 통한 선거법 무력화 시도···범여 강력 반발

선거법은 개정됐지만, 이에 따른 정당들의 ‘꼼수전략’도 함께 기지개를 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한국당의 이른바 ‘비례한국당’ 창당 공식화 방침이다.

지난 2일 한국당은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이름을 ‘비례자유한국당’으로 결정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창당준비위원회를 등록, 창당 절차를 밟았다. 앞서 한국당은 선거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인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반대하면서, 위성정당을 통한 비례대표 선출 방침을 밝혀왔다.

한국당에서는 지역구 의원만을 선출하고, 비례대표 후보는 위성정당에 몰아 실질적으로 연동형 비례대표 이전 수준의 비례대표 의석수를 모두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선거 이후에는 합당해 사실상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무력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한국당도 당초 이와 같은 전략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던 것이었다. 하지만 선거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자 ‘우려했던 전략’ 카드를 본격적으로 꺼내든 것이다.

이에 범여권은 ‘무도한 꼼수’라고 비판하면서, 선관위에 철저한 법적 검토를 주문하고 있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제1야당의 정략적 행태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공격당하고 있다”며 “시대착오적인 추태를 일삼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갖은 꼼수로 한 석이라도 더 많이 확보하겠다는 한국당의 행태는 국민의 뜻을 거스르고 역사를 거스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중앙선관위는 한 정당이 다른 정당을 대놓고 창당하는 것을 방치해도 되느냐”며 “비례한국당 설립은 명백한 정당설립 권리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흔드는 것을 목표로 한 한국당의 행태에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당의 전략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이 많은 분위기지만, ‘보수결집’의 효과는 충분히 거둘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비례자유한국당이 보수통합당을 강조할 경우 선거에서 정당득표율은 20~30% 안팎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경우 진보 진영 유권자들도 결집을 꾀하게 돼 민주당으로 몰표를 행사할 가능성이 높고, 결국 민주당, 한국당 등 거대 양당 구조가 이어지거나 오히려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해 12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항의속에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가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해 12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항의속에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가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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