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라임자산운용 8000억원대 펀드 환매 중단 결정
TDF, TIF 등 연금 시장 노린 상품 앞다퉈 출시
국내 첫 사모펀드의 공모펀드운용사 전환 사례도 나와

올해 자산운용업계는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그 중에서도 수탁고 기준 국내 헤지펀드 1위인 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연기 사태는 업계를 가장 뜨겁게 달군 뉴스였다. 이밖에 연금시장을 두고 벌인 자산운용사들의 각축전, 사모펀드의 공모펀드 진출 등도 올해 주목됐던 자산운용업계 이슈로 꼽힌다. 

◇ 업계 안팎에 충격 준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중단 사태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가 지난 10월에 열린 펀드 환매 연기 관련 기자 간담회에서 투자자들에게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가 지난 10월에 열린 펀드 환매 연기 관련 기자 간담회에서 투자자들에게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올해 자산운용업계에서 가장 큰 이슈는 단연 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연기 사태였다. 라임자산운용은 지난 10월 사모채권과 메자닌에 투자하는 펀드 55개의 환매를 중단했다. 이어 무역금융 펀드 38개의 환매도 중단하면서 환매 중단액이 8400억원대로 증가했다. 당시 라임자산운용이 밝힌 펀드 환매 차질 가능 금액은 최대 1조3300억원 수준이었다.

펀드 환매는 투자자들과의 약속이라는 점에서 이는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라임자산운용이 운용자산(AUM) 기준 국내 1위 헤지펀드라는 점에서 업계 안팎의 충격이 컸다. 라임자산운용은 2016년 말에는 AUM이 4620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 7월에는 6조원을 돌파하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있었다. 

환매 중단 사태 배경에는 복합적인 요인들이 섞여있었다. 라임자산운용은 환금성이 떨어지는 메자닌 자산 등에 투자한 뒤 만기 전에도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개방형으로 펀드를 설정했다. 증시가 좋았다면 메자닌 자산을 주식으로 바꿔 시세 차익과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올해 증시가 좋지 못하면서 이 과정이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여기에 ‘수익률 돌려막기’ 의혹으로 금감원 조사가 시작됐고 불안해진 투자자들이 대거 환매 요청에 나서면서 이번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문제는 환매 중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특히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는 미국 현지 헤지펀드 운용사인 인터내셔널인베스트먼트그룹(IIG)의 폰지사기에 휘말리면서 투자금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는 자산의 40% 가량이 IIG의 헤지펀드에 투자했는데, IIG가 채무불이행 상황에 빠졌는데도 가짜 대출채권을 판매해 자산이 동결된 것이다. 

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중단 사태는 사모펀드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됐다. 국내 사모펀드 시장은 2015년 173조원 규모에서 올해 말 400조원대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금융당국의 규제가 강화되고 투자자들의 신뢰가 떨어지면서 시장 위축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 TDF와 TIF 앞세워 연금시장 쟁탈전 나섰던 자산운용업계

‘연금 시장’도 올해 자산운용업계에서 자주 회자됐던 단어다. 공모시장 위축으로 자산운용사들의 먹거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확대되고 있는 연금 시장이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른 까닭이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말 190조원 규모인 퇴직연금 시장이 2027년이면 380조원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대표적인 퇴직 연금 상품으로 분류되는 TDF(타깃데이트펀드) 시장 각축전이 치열했다. TDF는 생애 주기별로 투자 전략을 달리하는 상품으로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국내 전체 TDF에 올들어서만 1조1458억원이 유입됐다. 이는 전체 TDF 설정액 2조4786억원의 절반에 가까운 금액이다. 현재 국내 TDF 시장에선 7곳의 운용사들이 경쟁하고 있다. 

TIF(타깃인컴펀드) 출시 경쟁도 은퇴 시장을 차지하려는 자산운용사들의 노력을 대변한다. TIF는 은퇴 후 정기적인 현금 유출이 발생하는 것에 대비해 인컴형 자산 중심의 글로벌 분산투자로 은퇴자산의 보존과 소비를 돕는데 맞춰진 펀드다. 미래에셋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삼성자산운용, KB자산운용, 신한BNPP자산운용 등이 해당 상품을 내고 경쟁에 돌입한 상태다.

◇ 사모펀드의 공모펀드 진출도 주목

사모펀드의 공모펀드 진출도 올해 주목됐던 이슈였다. 국내 헤지펀드인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이 지난 7월 금융위원회로부터 공모펀드운용사 허가를 받은 것이다. 사모펀드운용사가 공모펀드운용사 허가를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특히 헤지펀드 내에서도 꾸준한 성과를 내온 상위권 운용사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이후 지난 9월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사모재간접 공모펀드를 내놨다. 글로벌 증시가 부진한 상황에서도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출시 20일만에 1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모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그만큼 사모펀드에 대한 기대가 컸던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이른바 ‘애국 펀드’로 불리며 자산운용업계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던 NH아문디자산운용의 ‘필승코리아’펀드는 출시 3달여가 지나서야 1000억원의 자금을 모을 수 있었다. 

사모펀드의 공모펀드 진출은 앞으로 더 활발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공모펀드 시장이 침체된 상황이지만 확대되고 있는 퇴직연금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선 공모펀드운용사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 역시 중장기적으로 연금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방침이고, 플랫폼파트너스자산운용 역시 퇴직연금 시장 공략을 위해 공모펀드 전환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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